광주 대표기업들 잇단 ‘탈 광주’ 조짐 … 지역경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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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표기업들 잇단 ‘탈 광주’ 조짐 … 지역경제 ‘흔들’
GGM·금호타이어·삼성전자 등 대형 기업 줄줄이 해외 이전 검토
‘제조업 공백’ 현실화 땐 협력업체 등 광주 경제 전반 타격 불가피
2025년 07월 30일(수) 20:20
지역 기업들의 해외 이전설 등 ‘탈 광주’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역 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화재가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 대표 기업들이 유럽 등 해외로 사업장 확장·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경제에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현대차로부터 위탁받아 경형 SUV ‘캐스퍼’와 ‘캐스퍼 일렉트릭’을 생산 중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비롯한 금호타이어, 삼성전자 등 광주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대형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돼 광주의 ‘제조업 공백’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의 현지명) 유럽 생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인스터의 성공으로 반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에 답하게 됐다. 인스터는 전기차는 물론 경차 및 소형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중요한 모델”이라면서 “인스터 주문량이 목표치를 웃돌아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 생산이 필요하다”며 유럽 현지 생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업계에선 마르티넷 CEO의 이번 발언에 대해 현지 생산이 단순한 가능성 언급을 넘어 구체적인 검토 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유럽에서 6518대의 인스터를 판매했으며, 현재 주문해도 차량 인도까지 최소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가 캐스퍼의 유럽 시장 인기에도 노조 파업 등을 이유로 GGM 생산 물량을 늘려주지 않고 있어 GGM 물량 축소에 이어 ‘해외 이전설’도 흘러나온다.

광주에서 생산되는 캐스퍼가 지속적으로 공급 차질을 겪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현지 생산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캐스퍼가 유럽 현지에서 생산되면 GGM의 경쟁력 상실과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GGM 관계자는 “GGM 입장에서 캐스퍼의 유럽 생산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우려스럽고 겁나는 이야기”라며 “노사상생발전협정서의 약속을 지키면서 묵묵하게 생산해 현대차가 ‘해외 현지 생산을 하지 않고 GGM에 생산을 맡겨도 큰 문제가 없겠다’는 신뢰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모든 공장 가동이 중단된 광주공장은 생산 정상화를 위해 함평 빛그린산단으로의 이전을 검토 중이지만, 유럽 신공장 확대 계획이 언급되면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광주일보 7월 24일자 9면>

앞서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지난해 최대 30만대에 달하는 냉장고 생산 물량의 멕시코 이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강화 정책이 유동적이고 국내 경기침체가 심화된 데 따라 이전 계획이 보류되긴 했지만 ‘생산 거점 다변화’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처럼 광주 경제를 뒷받침했던 대기업의 ‘탈 광주’ 분위기는 지역 경제의 뿌리를 뒤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지역업계의 분석이다.

광주의 대형기업들이 해외 사업장 확장과 이전이 이뤄지게 되면 광주지역 관련 협력업체들도 대형 기업을 뒤따라 이전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물론 협력 업체의 일자리와 수익 등 광주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다 금호타이어와 삼성전자 등 지역 핵심 기업과 광주형 일자리로 출범한 GGM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라면서 “광주시 등은 기업 유치와 고용 창출 모델 전반을 재점검해야 하며, 기업이 광주를 떠나지 않고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정책적 대응과 노사 간 신뢰 회복 등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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