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40년 한빛원전 1호기, 수명 연장? 영구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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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40년 한빛원전 1호기, 수명 연장? 영구 정지?
22일 설계수명 만료…한수원, 가동 멈추고 계획예방정비 착수
노후 원전 10기 10년 연장 추진 속 원안위 심사 ‘초미의 관심’
“정비 진행은 수명 연장의 신호” 환경단체 20일 영구정지 선포식
2025년 12월 09일(화) 20:10
한빛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광주일보 자료사진>
안전성 시비가 끊이질 않는 영광 한빛원전 1호기의 설계수명(40년) 도달이 임박하면서 향후 가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서 기존 폐로(廢爐) 시기가 바뀌었던데다,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기조와 맞물려 운영 종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측도 통상적인 계획예방정비와 달리, 설계수명 만료(12월 22일)가 13일 남은 시점에서 가동을 중단한 만큼 사실상 설계수명 도달에 따른 운영 종료를 맞은 셈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한빛원자력본부는 9일 오전 11시를 기해 한빛1호기(가압경수로형, 950MW급)에 대한 제28차 계획예방정비에 착수하고 원자로 운영을 중지했다.

한빛1호기는 지난 1985년 12월 23일 운영허가를 받았으며, 오는 22일 설계수명 40년이 만료된다.

통상적으로 계획예방정비는 몇 개월간의 기간을 정해놓고 시행하지만, 설계수명 만료가 13일 남은 시점에서 가동을 멈춰 설계수명 도달을 고려한 가동 중단으로 볼 수 있다.

한수원은 그러나 이미 한빛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다.

애초 정부는 지난 2021년 1월 발표한 ‘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방침을 세우고 한빛원전 1호기의 경우 오는 2025년, 2호기는 이듬해인 2026년, 3호기는 2034년에 폐로 수순을 밟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정부는 2023년 ‘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한빛원전 1·2·3호기를 폐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수원은 이후 ‘한빛원자력 1·2호기 계속운전 사업’ 등을 통해 한빛·고리·월성원전 등 노후원전 10기에 대한 수명을 10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운영변경허가서가 통과될 경우 한빛1호기는 2035년 12월까지, 한빛2호기는 2036년 9월까지 수명이 늘어난다. 인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한빛1·2호기는 사실상 영구 정지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지역민들과 환경단체는 아직 계속운전 결정도 나지 않았는데 정비를 진행하는 것은 한빛1호기 계속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현재 원안위 심사가 이뤄지는 도중인데도 대규모 정비와 검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연장을 전제로 한 투자”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돈을 쏟아부어 놓고 나중에 원안위를 압박하려는 행태”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수명이 끝났으면 그대로 멈춰야하는 건데 정비와 검사 기간을 운영허가 기간이 사실상 끝나는 시점까지 끌고 가면서 연장을 전제로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수원 하부기관인지, 독립된 정부 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40년간 반복됐던 사고에 따른 이후 조치의 투명성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빛1호기는 올해까지 시운전시 포함 총 45건의 사고·고장이 발생한 바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19년에는 제어봉 조작 실패로 열출력이 제한치 5%를 넘어 18%가량 까지 올라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한수원이 열출력 제한치 초과 상황에서도 즉시 수동정지를 하지 않는 등 운영기술지침서를 어겼고, 제어봉 제어능 시험을 수행한 담당 차장이 관련 교육훈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빛원전 격납건물의 구조적 결함도 시급히 고쳐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한빛1호기와 인근 원전에서 격납건물 공극, 철근 노출, 철판 감육(두께 감소) 문제가 줄줄이 드러났는데도, 영광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해명이나 책임 있는 설명이 한 번도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명연장을 전제로 한 정비와 검사를 받아들이라는 건 주민 보고 눈 감으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영광 지역 주민들은 계속운전 과정에서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원안위와 한수원이 마치 다른 나라, 다른 특권 집단인 것처럼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영광군과 군의회가 나서 영광 군민들의 안전과 생존권을 걸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수명연장 심사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주민 의견 수렴과 안전성 검증을 다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은 오는 20일 영광한빛핵발전소영구폐쇄를위한원불교대책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과 함께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한빛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연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0년 동안 운영된 한빛 1호기는 수명연장에 따라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며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더 확대할 수 있는데도, 나중에 원전을 다시 돌리겠다는 전제를 깔고 송전선로를 잡아두는 바람에 계통 연결을 제때 못 하는 구조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명을 연장하면 그만큼 핵폐기물이 더 쌓일 수 밖에 없다”며 “원전 영구정지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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