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영화제] 아랍의 삶과 문화 ‘스크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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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영화제] 아랍의 삶과 문화 ‘스크린 여행’
ACC, 25일~27일 극장3
국내 유일 아랍권 영화제
개막작 ‘아르제’ 등 총 5편 상영
‘시네 토크’도…관람료 무료
2025년 07월 23일(수) 16:20
한 편의 영화는 언어를 넘어 마음을 잇는다. 스크린 가득 담긴 생경한 도시의 풍경과 언어, 익숙지 않은 일상의 리듬이 관객의 감성을 움직인다. 멀리 떨어진 세계의 삶과 문화를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이 된다.

낯설지만 매혹적인 아랍 세계를 영화로 만나는 시간이 마련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김상욱, ACC)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극장3에서 ‘제14회 아랍영화제’를 연다. 국내 유일의 아랍권 영화제인 이 행사는 한국-아랍소사이어티가 주최하고, 문체부와 ACC 등이 공동 주관한다.

‘아랍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아랍 사회의 현실과 문화를 담은 영화 5편이 상영된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동체의 이야기, 가족과 종교, 정체성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파노라마가 모티브다.

<아르제>스틸컷.
우선 개막작은 25일 오후 2시에 상영되는 레바논 미라 샤입 감독의 ‘아르제’다. 파이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싱글맘 아르제는 아들의 배달일을 돕기 위해 언니의 팔찌를 훔쳐 스쿠터를 사준다. 그러나 곧 스쿠터를 도난당하고, 이를 되찾기 위해 베이루트의 거리로 나선 모자는 도시 곳곳에 얽힌 종파 갈등과 혼란한 현실을 마주한다. 감독은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통해 레바논 사회의 복잡한 민낯을 유쾌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무화과나무 아래> 스틸컷.
이어 튀니지 북동부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무화과나무 아래’(26일 오후 2시)가 스크린에 오른다. 에리제 세히리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무화과 수확을 위해 과수원에 모인 이들이 엮어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노동 중 나누는 대화 속에서 사랑, 연대, 갈등 등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특히 여성들 간의 유대와 위계의 전복, 감시의 시선을 피해 드러나는 자유로운 몸짓이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

비전문 배우들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연기와 시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22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으며, 베니스국제영화제 후반작업상을 수상했다.

<작은 행복> 스틸컷.
같은 날 오후 5시 상영되는 무함마드 샤리프 트라이박 감독의 ‘작은 행복’도 의미있는 작품이다. 아버지를 잃은 열일곱 살 누피사는 어머니와 함께 유서 깊은 저택에 거주하는 아미나 부인과 함께 살게 된다. 그곳에서 아미나 부인의 손녀 페투마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나누지만, 자신의 결혼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관계가 흔들린다. 사랑과 우정, 전통과 욕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통 음악과 춤, 화려한 의상과 함께 따뜻하고 관능적으로 구현했다.

<살마의 집> 스틸컷.
27일 상영 작품은 여성 3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요르단 영화 ‘살마의 집’. 팔레스타인계 요르단 감독 하나디 일리얀의 작품으로 빵을 만들어 파는 살마, 워킹맘인 그녀의 딸 파라, 그리고 전 남편의 현재 아내인 람야가 장례식을 계기로 한 집에 모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세 여성이 충돌과 오해 끝에 연대를 만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가족과 여성의 역할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 스틸컷.
같은 날 마지막 작품으로 튀니지 출신 마르얌 주브르 감독의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가 상영된다. 튀니지 북부 외딴 마을에 사는 아이샤는 전쟁터로 떠난 두 아들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몇 달 후, 첫째 아들이 니캅을 쓴 임신한 아내와 함께 돌아오면서 마을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공동체의 불안을 외면한 채 가족만을 지키려는 아이샤의 선택은 갈등을 부른다.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평범한 가정과 공동체에 남기는 상처를 예술적으로 그렸으며, 2024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영화뿐 아니라, 이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총 세 차례 열리는 ‘시네토크’에서는 조선대 글로벌인문대학 황병하 명예교수와 남기형 배우가 패널로 참여한다. 영화 상영 전 진행되는 시네토크에서는 아랍 문화의 배경, 인물의 서사, 연출의 의도 등을 함께 짚으며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김상욱 ACC 전당장은 “아랍영화제는 아랍문화의 예술성과 내면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예술 플랫폼”이라며 “서아시아 문화의 섬세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아랍 세계의 다층적인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영화제는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 개막을 시작으로 부산 영화의전당, 광주 ACC 순으로 순회 상영한다.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관람료 무료, 1인당 최대 4매 예매 가능.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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