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기는 자 오라!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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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즐기는 자 오라! 아모르 파티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 동명동 ‘아모르 파티’]
인문학자 심옥숙·서양화가 전현숙
첨연염색가 박희연·배우 소윤정 씨
술·음식·예술 있는 ‘문화살롱’ 의기투합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는 라틴어
공연 후 음식 함께 나누며 자유로운 소통
음악회·소모임 등 모두에 열린 공간 지향
2025년 07월 22일(화) 19:55
‘아모르 파티의 네 명의 주인장들. 박희연·전현숙·심옥숙·소윤정(왼쪽부터)씨.
‘그녀들이 ‘아모르 파티’를 연 까닭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저서 ‘이 사람을 보라’에 등장하는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라틴어로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인생은 지금이야/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돼(중략) 아모르 파티.”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김연자의 노래 ‘아모르 파티’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삶을 즐기라고 노래한다.

인문학자, 화가, 천연염색가, 배우가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뭉쳤다. 술과 커피, 음식, 예술, 이야기가 함께하는 문화살롱 ‘아모르 파티’(광주시 동구 동명동 58)가 그 아지트다. ‘아모르 파티’를 운영하는 네 명의 사장은 인문학자 심옥숙, 화가 전현숙, 천연염색가 박희연, 연극인 소윤정씨.

지난 12일 열린 ‘아모르 파티 십이야(十二夜)’ 공연은 공간의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였다. 놀이패 신명에서 마당극 배우로 활동했던 소윤정씨는 이날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지금은 대학생이 된 제자들과 함께 설장구 앉은반, 기타연주와 노래 등을 선보였다. 공연 후에는 직접 만든 음식과 술을 관람객들과 함께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평상시에는 주점으로 운영되는 아모르 파티는 일상과 예술이 결합된 흥미로운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과거와 현재의 부조화가 빚어내는 독특한 감성이 눈길을 끄는데, 예술가들이라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고 멋진 이벤트를 만들어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를 담은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의 다른 말은 너 자신을 사랑하라! 일겁니다. 더 깊은 속뜻은 삶을 사랑하라! 입니다. 삶을 사랑하라! 이 말이 네 사장의 우연한 만남을 필연이 되게 하였고, 이 필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상과 예술이 함께 숨 쉬는 둥지를 마련했습니다. 삶이 아름다워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이제, 그 사랑 얘기를 아모르 파티에서 함께 이어가고 싶습니다.”(메뉴판에 적힌 소개글)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들은 어떻게 의기투합했을까. 멤버들을 부추긴 건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인문학 모임 ‘인문지행’과 책방 ‘심가네 박씨’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인문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최연장자 심옥숙씨였다.

“오래 전부터 인문학과 삶의 현장을 연결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왔어요. 강연을 듣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무언가가 지속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지난해 강사로 참여했던 선생님들과 기획을 마무리하며 일을 도모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몇 차례 행사로 끝낼 게 아니라, 우리 안의 열정을 더 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죠. 어차피 사는 것 즐겁게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니체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결국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라는 말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며 스스로 기쁨과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보자 생각했습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고갔다. 1월부터 이야기가 진행됐고, 멤버가 정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연극도 하고, 음악회와 전시회도 열고, 인문학 강의도 하는 공간을 만들되 정형화된 틀 없이 다양한 것들을 실험해 보자 싶었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 없이 좋겠다 생각했다. 이곳이 갤러리인가, 술집인가, 사랑방인가 갸웃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는 하는 장소를 꿈꾸었다. 아모르 파티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충격을 주고, 그 충격이 삶의 활력이 되기를 바랐다.

공간은 ‘심가네 박씨’ 옆, 박희연 작가의 천연염색공방을 리모델링했다. 칵테일 바, 전통 주점, 레스토랑, 커피숍의 분위기가 한 장소에 녹아 있는 공간은 흥미롭다. 낡은 자개장, 오래된 사발, 병풍, 소반 등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품들이 분위기를 더하고 곳곳은 무대로 활용가능하다.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건 전현숙 작가의 그림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사한 색감의 대형 여성 인물화가 눈길을 끌고 하트를 가슴에 품은 사람, 술잔을 들고 춤을 추는 사람 등의 모습을 그린 자유분방한 드로잉 작품에선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움이 엿보인다.

음식은 박희연·소윤정씨가 주로 만든다. 새싹 골뱅이 파전, 비건 두부김치, 명란구이 카나페 등과 제출 재료로 만든 전, 그리고 평소에 먹는 음식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하이볼은 전현숙 작가 담당이다. 미리 예약하면 맞춤형 상차림도 가능하다.

‘아모르 파티’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12일 열린 소윤정씨와 제자 최지민씨의 공연 모습.
가게를 오픈한 지 이제 세달. 각자의 일이 있어 주 5일(수요일 휴무·오후 5시~12시) 시간을 내는 게 힘들긴 하지만 서로 일정을 조절해 가며 3인 1조로 근무한다. 여자 넷이 모여 장사를 한다고 하니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각자의 영역과 개성을 존중하며 ‘잘 싸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

‘아모르 파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악기를 가져와 작은 연주회를 개최할 수 있고, 함께 모여 노래 공연을 펼쳐도 좋다. 강연, 북토크 등 다양한 모임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젊은 음악인들이 공연을 위해 사전답사차 방문해 반가웠다.

우선 주인장들이 행사를 준비중이다, 여름에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8월에는 박희영 작가의 천연염색 작품 전시, 9월에는 전현숙 작가의 그림 전시가 진행된다. 또 소윤정씨는 오랜 꿈이었던 1인극 무대를 준비중이며 심옥숙씨는 음식과 강연이 어우러진 브런치 인문학을 기획중이다.

코로나 시대 일이 끊기면서 잠시 주점을 열었던 소윤정씨를 제외하고는 장사에 문외한인 이들이 굳이 주점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예술과 인문학의 가치를 키워가는 데 중요한 게 서로 대화를 나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소통하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또 음식이 다양한 모임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간을 유지해야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고요.”

이들은 ‘아모르 파티’가 오래 전 예술가들이 다방에서 정보를 얻고 행사를 열었던 것처럼, 예술가와 향유자들이 만나 서로 교류하며 즐거운 일을 도모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심옥숙씨는 요즘 동업자들과 함께 저지를 또 다른 무언가를 구상하고 있다. 몇년 안에 함께 외국으로 버스킹을 떠나는 꿈이다. 외국의 어느 낯선 도시에서 드로잉을 하고, 1인극을 펼치고, 아름다운 천연염색 작품을 선보이는 ‘어느 날’을 마음에 그려보는 중이다.

인문학자, 화가, 천연염색가, 연극인 4명이 의기투합해 오픈한 ‘아모르 파티’는 예술과 음식, 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않았으면 전혀 몰랐을 새로운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다. 난생 처음 장사를 하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새삼스레 생각해 보게 된다.

“음식과 예술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 안에서 재미를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예술인들에게는 다채로운 상상이 가능한 공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표출하는 장소이길 바랍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문화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장소이면 좋겠고요. 공연 후 출연자들이 뒷풀이를 하듯 음식이 함께 어우러지다보면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예술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아모르 파티가 모두의 아름다운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아지트가 되길 기원합니다.”(소윤정)

‘아모르 파티’의 그녀들이 말한다. 운명을 사랑하라! 너 자신을 사랑하라!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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