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 하루 한잔 습관에서 서서히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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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의존증’ 하루 한잔 습관에서 서서히 찾아온다
[건강 바로 알기] 알코올 의존증, 유승형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반복되는 음주 스스로 조절 어려워
뇌·신체·사회적 기능 전반에 영향
손떨림·불안·불면·환각 등 금단증상
음주습관 점검 전문가 도움 받아야
2025년 06월 15일(일) 18:00
술을 습관적으로 많이 마심으로써 뇌신경이 심하게 손상돼 오히려 술에 대한 탐닉 욕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것을 알코올 의존증이라 한다. 일상 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술을 즐기지만, 음주가 반복되고 스스로 조절이 어려워지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 의존증은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시는 습관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신체, 사회적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 질환이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소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시작한 음주가 점차 습관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술을 끊거나 줄이기가 어려워진다. 술에 대한 강한 욕구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예전보다 더 많은 양을 마셔야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내성’이라고 한다.

음주를 갑자기 줄이거나 중단하면 손 떨림, 불안, 불면, 식은땀, 오심, 심한 경우 환각이나 경련 등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다시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술로 인해 가족, 직장,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건강이 악화되어도 음주를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음주와 관련된 활동에 집중되고, 중요한 약속이나 취미, 책임감 있는 역할까지도 뒷전이 된다. 결국 술이 삶의 중심이 되어 사회적 관계와 건강, 행복을 위협하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의 진단

알코올 의존증(정확히는 ‘알코올 사용장애’)은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제시한 DSM-5 진단 기준을 주로 사용한다. 최근 12개월 동안 아래와 같은 항목 중 2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알코올 사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해당 항목이 많을수록 중증도가 높다고 판단한다.

<알코올 사용 장애 진단 기준>

▲ 알코올을 종종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양, 혹은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함

▲ 알코올 사용을 줄이거나 조절하려는 지속적인 욕구가 있음. 혹은 사용을 줄이거나 조절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경험들이 있음

▲ 알코올을 구하거나, 사용하거나 그 효과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냄

▲ 알코올에 대한 갈망감, 혹은 강한 바람, 혹은 욕구

▲ 반복적인 알코올 사용으로 인해 직장, 학교 혹은 가정에서의 주요한 역할 책임 수행에 실패함

▲ 알코올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혹은 반복적으로 사회적 혹은 대인관계 문제가 발행하거나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사용을 지속함

▲ 알코올 사용으로 인해 중요한 사회적, 직업적 혹은 여가 활동을 포기하거나 줄임

▲ 신체적으로 해가 되는 상황에서도 반복적으로 알코올을 사용함

▲ 알코올 사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혹은 반복적으로 신체적·심리적 문제가 유발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알코올을 사용함

▲ 중독이나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예전보다 알코올 사용량의 뚜렷한 증가

▲ 손떨림, 불면, 식은땀, 오심 또는 구토, 환시, 환각, 불안, 초조 등 금단 증상 나타남

◇선별 평가

알코올 의존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위험 음주자를 선별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개발한 AUDIT(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가 활용된다. 한국에서는 AUDIT-K가 널리 쓰이며, 총 1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AUDIT-K 점수가 남성 10~19점, 여성 6~9점이면 ‘위험 음주’ 단계에 해당한다. 이 경우, 아직 큰 문제가 없더라도 건강을 위해 빈속에 마시지 않고, 안주를 충분히 먹으며, 술은 조금씩 천천히 마시고 중간에 물을 자주 마시는 등 행동지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마신 후 2~3일은 금주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의 음주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음주일지 작성, 작은 잔 사용, 음주 속도 제한, 스트레스 대처법 실천, 술 마시지 않는 날 정하기 등도 권장된다.

반면, AUDIT-K 점수가 남성 20점 이상, 여성 10점 이상이면 음주량과 횟수 조절이 어려운 ‘알코올 의존 또는 남용’ 단계로, 이 경우에는 술을 반드시 끊어야 한다. 신체 질환이 있거나, 직장·가정·사회에서 음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가까운 전문 병의원이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유승형 교수
◇알코올 의존증의 치료

알코올 의존증 치료의 시작은 자신의 음주 문제가 질병임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금단 증상이 심할 때는 입원하여 해독과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음주 갈망을 줄이고 재발을 막기 위한 약물 치료(날트렉손, 아캄프로세이트 등)와, 음주 습관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심리사회적 치료(인지행동치료, 동기강화상담, 가족치료, 자조모임 등)가 병행된다. 치료 과정에서 가족과 주변의 지지가 큰 힘이 되며, 꾸준한 관리와 재활이 중요하다.

알코올 의존증은 건강한 음주 습관과 위험 신호에 대한 조기 대처로 예방할 수 있다. 술을 권하는 문화를 피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운동이나 취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음주 습관을 점검하고 위험 신호가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기관이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용기 내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시작이다.

/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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