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 삶의 질 결정짓는 기초체력…수면장애, 반드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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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 삶의 질 결정짓는 기초체력…수면장애, 반드시 치료
[건강 바로 알기]
수면무호흡증과 불면증, 이창준 광주 퍼스트이비인후과 원장
한국 성인 수면시간 OECD 최하위
만성 피로·집중력 저하 등 부작용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 증가
수면다원화검사로 감별 진단 필수
2025년 04월 27일(일) 19:58
이창준 원장은 숙면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기초 체력이라며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의 진료 모습.
“어젯밤 푹 주무셨습니까”

이 단순한 인사말에 자신 있게 “네!”라고 답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해당하며, 수면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직무 수행 능력 감소, 나아가 졸음운전과 같은 사고까지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수면은 단순한 쉼을 넘어 심신의 재생을 도우며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심혈관 질환과 정신질환의 예방에 기여하는 회복의 시간이다. 적절한 수면은 약이 아니라, 예방의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코골이와는 구별되는 병적 상태이다. 수면 중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거나 막히며 호흡이 멈추게 되고, 이때마다 뇌는 미세 각성 상태를 유도해 수면이 지속적으로 방해받는다. 그 결과 숙면을 취하지 못해 아침 기상 시 두통, 주간 졸림증,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고혈압, 부정맥,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다.

한편, 불면증은 전 인구의 약 3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주로 잠들기 어려움, 잦은 각성, 새벽 각성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정서적 불안정, 인지기능 저하, 직업적 생산성 저하 등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만성화될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등과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수면장애를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이 검사는 수면 중 뇌파, 근전도, 심전도, 호흡, 산소포화도 등 생리적 신호를 종합적으로 기록하여 수면 구조와 이상 징후를 분석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증, 렘수면행동장애 등의 감별 진단에 필수적이며, 진단의 정밀도와 객관성 면에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검사이다.

수면장애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수면 위생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는 수면에 유익한 생활 습관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실천이 권장된다.

생체 리듬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말을 포함하여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이 필요하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적정 온도(18~22℃)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은 수면을 방해하므로 취침 4~6시간 전부터는 삼가는 것이 권장된다. 저녁 시간 가벼운 식사와 함께, 취침 전 과식은 피해야 한다.

양압기는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표준으로, 수면 중 기도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무호흡과 저호흡을 방지한다. 이 장치는 심혈관 위험을 줄이고, 전반적인 수면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다만, 일부 환자에게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구강내 장치가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악을 전방으로 위치시켜 기도 폐쇄를 예방하는 원리이며, 사용이 간편하고 휴대가 용이해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불면증의 1차 치료로 권고되는 방법은 인지행동치료이다. 이는 비약물적 개입으로, 수면에 대한 비합리적인 인지 왜곡을 수정하고,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이완 훈련 등을 통해 수면 효율을 향상시킨다.

약물치료는 단기간 보조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나, 장기 사용 시 내성 및 의존성 위험이 존재하므로 전문의의 지도 아래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

수면 시작 전에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으로, 수면-각성 주기를 정상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필요 시 전문의의 조언을 받아 적절한 용량으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숙면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기초 체력이다. 충분한 수면은 단순히 피로를 푸는 시간을 넘어, 신체 면역력 증진과 뇌 기능 회복, 나아가 정서적 안정에 이르기까지 건강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수면은 후순위로 미뤄도 되는 사소한 선택이 아닌,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필수 건강 습관이다.

수면장애는 결코 개인의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 그리고 생활 습관의 조화를 통해 누구나 보다 나은 수면과 삶을 누릴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건강한 잠’을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해보시길 바란다.

/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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