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미국과 새 정부 과제- 박상하 사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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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미국과 새 정부 과제- 박상하 사회경제연구원장
2025년 06월 04일(수) 00:00
윤석열 탄핵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역사 앞에 엄중해야 한다. 우리의 영원한 우방인 줄 알았던 미국은 지난 80년 동안 지켜온 패권국가로서의 자리를 팽개치고 자기 살길을 찾느라 민주주의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인권과 관용의 미덕을 자랑하던 유럽 국가들도 이민과 테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범생인 독일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0.3%, 2024년 -0.2%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도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인 가운데 중국의 5%대 성장률은 부동산 버블로 통계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와중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와 OECD 모두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KDI는 0.8%로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경제적 상황이 뒤틀린 과거로 회귀하고 있어서 매우 우려된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 이후의 미국을 전제주의 국가로 규정하면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를 설파하고 있다.

유럽의 보수주의 물결과 극우의 그림자는 우리 안방에서도 싹트고 있다. 과거 회귀의 망령은 100년 전 보호무역이라는 관세 폭탄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어쩌다 킨들버거 함정에 빠져버렸는지는 스스로 무덤을 판 결과이기도 하다. 2001년 클린턴 정부는 중국을 WTO에 가입시켜 경제 지원을 하면 2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처럼 자유 민주국가와 동반자적 성장을 해줄 것이란 기대 착각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중이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촉발했을 때 중국은 기축통화인 킹달러를 넘보며 세계 패권을 노리는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과거 20년 동안 미국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떻게 달라졌단 말인가. 한마디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졌다. 신자유주의의 폐해이기도 하다. 돈 되는 사업만 하고 제조업이나 철강 조선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모두 버렸다. 그 결과로 빈부격차는 심화하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기반이었던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기면서 소위 러스트벨트를 양산하고 말았다. 이러한 틈새를 잘 활용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아메리카 퍼스트는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를 되찾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패권국으로서의 권위와 체면도 없고 예측이 불가능한 상식 이하의 럭비공 전략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팩트 체크 매체인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의 공식 발언 중 69%를 대부분 거짓(21%), 거짓(33%), 새빨간 거짓(15%)으로 분류하여 발표한 바 있다. 또한 FBI나 CIA같은 정보기관 수장에게 충성을 강요하며 국회의사당을 침탈한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CNN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을 가짜뉴스와 음모론으로 몰아가면서 사법부의 독립적인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인 제롬 파월에게도 금리인하를 안 하면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적 규범인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관점에서 트럼프는 미국 헌정사상 최초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우고 차베스나 에르도안과 같은 독재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공화당 지도부도 폭스뉴스나 부유한 외부 집단에 포획되어 트럼프를 제어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국제사회도 불안정한 상태이다.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이런 복잡하고도 어려운 여건 속에 새 정부를 맞이하게 되었다. 미국으로부터 날아들 청구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과 관세는 이미 운을 뗀 상태다. 트럼프는 파나마 운영권이나 그린란드 매입설 나아가 가자지구 개발과 상호 관세, 어떤 것이 사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 자주 바뀌는 것은 아니면 말고 식이다. 한국은 패싱하고 김정일과 단독협상으로 종전 선언과 함께 북미 수교까지 밀어붙여 한미일 방위 체제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은 상상이 아닌 시나리오 중 하나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먹고사는 민생 경제부터 외교 안보 등 수많은 개혁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김현종이 말한 양복 입은 글래디에이터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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