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발레다…온다 리쿠의 세번째 예술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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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발레다…온다 리쿠의 세번째 예술가 소설
스프링 -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2025년 02월 28일(금) 00:00
온다 리쿠의 소설 ‘꿀벌과 천둥’은 국제 피아노콩쿠르를 무대로 펼쳐지는 연주자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소설의 모델이 된 하마마쓰 콩쿠르를 수년 간 취재한 후, 2주간의 콩쿠르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피아니스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들이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묘사를 읽다 보면 마치 경연을 직접 관람하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응원하는 인물이 콩쿠르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어떤 곡일지 기대하며 마음 졸이기도 한다.

온다 리쿠가 소설 ‘스프링’을 통해 이번에는 ‘발레’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꿀벌과 천둥’, 연극을 소재로 한 ‘초콜릿 코스모스’와 함께 ‘예술가 소설’ 3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그의 데뷔 3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작가는 6년 동안 클래식 발레와 컨템퍼러리 무용의 세계를 탐구하는 등 구상부터 집필까지 이 작품에 10년의 기간을 쏟아 부었다.

주인공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천재 발레 소년 요로즈 하루. 저자가 “지금까지 여러 소설을 썼지만, 이렇게까지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적은 처음”이라고 고백한 매력적인 캐릭터다. 무용가로서 하루의 성장기와 그가 만들어가는 발레 작품, 그와 교류하는 동료 예술가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소설은 재미있게 읽힌다.

‘뛰어오르다’, ‘싹트다’, ‘솟아나다’, ‘봄이 되다’ 등 모두 4부로 구성된 소설은 각각 다른 화자가 하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때론 공통의 이야기와 작품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묘사돼 흥미롭다.

첫 번째 화자는 발레 학교에 함께 다닌 친구이자 동료 무용수인 후카쓰 준. 첫 만남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아이임을 알아챈 준의 시선으로 하루의 청소년기와 ‘야누스’ 등 그가 안무한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두번 째 장에서는 영문학 교수인 미노루 삼촌이 하루의 어린 시절부터 한 인간으로, 예술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준다.

3부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어린 시절 함께 발레를 했고 하루가 안무하는 작품의 곡을 써주는 작곡가 가키자와 나나세다. “하루가 춤추면 밝고 큰 공간이 느껴져 세계가 확장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 그의 춤에서는 언제나 음악이 들렸기에” 나나세와 하루는 서로의 뮤즈로 여러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마지막 4부는 독무 ‘봄의 제전’ 작업 과정과 초연무대를 중심으로 하루 본인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레는 음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쇼팽 ‘즉흥곡 3번’, 존 콜트레인의 음악 등 ‘스프링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니 책을 읽을 때 배경 음악으로 들으며 하루가 안무한 발레 작품을 상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발레리노 김기민, 전민철의 모습이 떠오른다. 더불어 연극 무대에 서는 소녀들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예술가 소설 ‘초콜릿 코스모스’도 읽고 싶어진다.

<클레이하우스·1만9800원>

/김미은 기자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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