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개인 ‘시대의 몽타주’…신학철 60년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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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개인 ‘시대의 몽타주’…신학철 60년 회고전
3월30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실험·민중미술 망라
21일 유홍준 교수 ‘신학철 예술의 두 세계’ 특별강연
2025년 02월 12일(수) 19:45
광주시립미술관이 ‘신학철-시대의 몽타주, 60년 회고전’을 오는 3월 30일까지 연다. 신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내부.
신학철 작가(82)는 그동안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의미있는 메시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실험미술의 지평을 열었으며 사진 몽타주와 콜라주를 매개로 현대 산업사회의 폐해를 날카롭게 묘사했다.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신 작가의 작품세계를 가늠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오는 3월 30일까지 펼쳐지는 ‘신학철-시대의 몽타주, 60년 회고전’은 작가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획이다.

현재 천안에 거주하는 신 작가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인 광주에서 60년 회고전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예술을 매개로 그림을 그리고 동참했다는 입장에서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의 역사와 개인의 삶을 압축적으로 화면에 담아내는 한편 시대적 통찰과 정서를 담은 작가의 창작 세계를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60년대 실험미술, 1980년대 민중미술, 21세기 오늘의 시간이 압축적으로 투영돼 있다.

전시는 모두 세 주제로 구현돼 있다. ‘해체와 재구성의 신체 몽타주’, ‘망각된 역사의 소환’, ‘시대를 위한 기념비’ 등이 그것.

먼저 첫 번째 섹션 ‘해체와 재구성의 신체 몽타주’는 사회 현실을 고발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신 작가는 청년기 한국아방가르드 협회(AG)에서 활동했지만 이후 민중미술로 전환하며 자신만의 예술적 궤적을 남긴다.

‘할미꽃’
AG에서 활동할 시 그는 진부한 미술이 아닌 새로운 현대미술을 추구했다. 억압적 현실에서 탈피를 모색하는, 시대적 요청을 담은 작품들을 창작했다. ‘비상탈출-3’은 사회적 얽매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구현한 작품이다.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고 어딘가로 도망을 치는 인물의 발자국을 클로즈업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과 긴장이 작품 전면에 흐른다.

신 작가는 70년대부터는 오브제 작업을 펼쳤다. 전구를 비롯해 연탄집게 등을 흰색 실로 감싸 당대 사회를 은유적으로 비판했다. 초현실적 공간에 이질적인 이미지를 배치하거나 서로 다른 추상 이미지를 연계한 작품을 선보였다.

신 작가는 오브제 작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느 날 집에 있는 화분이 말라 죽었다. 식물을 뽑고 흙을 털었는데 여전히 뿌리가 남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뿌리는 한국의 환경과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며 “‘이것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그 자체를 오브제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자체를 그림으로 형상화할 수 있었지만 당시 전위미술을 하던 때라 ‘오브제’로 사용했고 캔버스 안에 실로 묶었다”며 “신기하게도 사물들이 그때부터 자신들 이야기를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작가는 사물들 이야기를 고스란히 살려 관객에게 전해주었다. 오브제 방식이었고, 작가는 매개자였다.

이후 신학철은 광고, 사진을 매개로 한 포토몽타주 기법에 주목했다. 낯설고 기괴한 상황을 연출해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 것. 소설에서 말하는 ‘낯설게 하기’ 기법과 유사하다. 그에게 사진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재구성하고 선택되는 질료였다. 원텍스트가 지니는 날것보다는 가공되고 서사화 된 이미지가 맥락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신 작가는 “사진을 토대로 다양한 생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작품이 풍성해졌다”며 “당시 출간됐던 잡지들 사진을 활용해 의도했던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국근현대사 6’
‘베트남 전쟁의 벌거벗은 여자’, ‘메이퀸 투신자살’ 등은 당시 이슈가 되는 사건의 사진에 작가적 시각을 투영해 제작한 작품이다.

두 번째 섹션 ‘망각된 역사의 소환’에서는 과거 역사를 통해 현재 사건을 환기한다. 작가는 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변화한 우리 사회의 모습, 거대 담론에서 개인적 서사로 전환하는 과정 등을 포착했다. ‘한국근대사’ 연작이 발하는 입체적이면서도 기묘한 감각, 시대적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마지막 섹션 ‘시대를 위한 기념비’는 시대의 격랑을 넘어온 소시민들의 삶이 주제다. 아울러 내면에 품은 고향 풍경과 이상향을 담고 있다.

전시 기획을 맡은 홍윤리 학예사는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추구하고 모색해왔던 신학철 작가의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 ”라며 “민주 평화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각별하다”고 전했다,

특별 섹션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모티브로 한 ‘한국현대사-초혼곡’, 그림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모내기’ 사건, 현대인의 초상을 웅장한 서사로 표현한 ‘갑순이와 갑돌이’ 등과 관련 아카이브를 만날 수 있다.

한편 신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특별강연도 마련돼 있다. 유홍준 교수가 ‘신학철 예술의 두 세계: 한국근대사 시리즈와 농민미술’을 주제로 21일 오후 2시 본관 대강당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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