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인디뮤지션 ‘레슬리’ “‘뮤지션의 꿈’ 비행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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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출신 인디뮤지션 ‘레슬리’ “‘뮤지션의 꿈’ 비행중 입니다”
고교때 평화통일 랩 대통령상
파일럿 에세이 읽고 조종사에 매료
항공 콘셉트 ‘트랜스폰더’앨범
광주음악창작소 지원 받아 제작
주체적인 인생 찾아가는 메시지
후속 앨범 ‘트랜스폰더2’ 준비 중
2025년 06월 24일(화) 19:40
인디 뮤지션 레슬리가 최근 항공 콘셉트 앨범 ‘트랜스폰더’를 발매했다.
“Ladies and gentlemen, this is your captain. We’ll be taking off shortly. Please fasten your seatbelt and enjoy a safe flight.”(안녕하십니까, 기장입니다. 곧 이륙하겠습니다. 좌석벨트를 착용해 주시고, 안전한 비행 되시길 바랍니다.)

비행기 안을 채운 웅성거림 위로, 또렷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낯선 도시로 떠나는 여행자, 중요한 계약을 품은 비즈니스맨, 그리고 오랜만에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까지. 목적은 다르지만 모두의 마음엔 똑같이 설렘이 담긴다.

비행의 설렘과 조종석의 낭만을 담은 음악이 하나의 앨범에 담겼다. 바로 인디뮤지션 LesliE(레슬리)의 EP ‘TRANSPONDER’(트랜스폰더·응답기).

기자는 최근 금남로 한 카페에서 레슬리(본명 이지원, 여·24)씨를 만나 그의 꿈과 낭만,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광주 출신의 뮤지션인 그는 스스로를 ‘항공 덕후’라 소개한다. 중학교 시절 힙합에 빠져들었고, 고등학교 때는 청소년 평화통일 랩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음악적 재능을 입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파일럿의 에세이를 읽고 조종사의 세계에 매료됐다. 김포공항 항공박물관을 찾아가 실제 은퇴 기장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로 진지하게 빠져들었다. “항공 덕후, 조종사 지망생이자 음악인으로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항공 콘셉트의 앨범 ‘트랜스폰더’가 탄생했다.

이번 앨범의 각 곡은 조종사가 지상 관제소와 통신할 때 사용하는 코드에서 따왔다. 수록곡 ‘1200(시계비행)’, ‘7600(통신두절)’, ‘7700(비상선언)’은 실제 항공 코드이며, ‘0912(아비정전)’은 예외적으로 그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 장국영의 생일을 담은 헌정곡이다. ‘LesliE’라는 예명 또한 장국영의 본명(Leslie Cheung)에서 따왔다. “그분의 이름을 물려받고 싶었어요. 장국영 배우처럼 멋있는 사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도 자연스럽게 생겼죠.”

각 곡에는 그의 취향과 신념이 촘촘히 담겼다. ‘0912’는 장국영을 기리는 곡으로, 청춘의 방황을 상징하는 영화 ‘아비정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1200’은 과거 자신을 휘둘렀던 음악 선생님과의 관계를 비유한 곡이다. 조종석의 계기판만을 바라보던 비행에서 벗어나, 눈으로 길을 찾아나서는 ‘시계비행’처럼 자신의 길을 주도적으로 찾아가는 메시지를 담았다.

타이틀곡 ‘7600’은 호주에 있는 연인을 향한 장거리 비행을 모티브로 멀어지는 관계 속의 애틋함과 단절을 그려냈다. 마지막 곡 ‘7700’은 음악을 포기하려 했던 시절, 미술작품을 통해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게 된 경험을 비상선언으로 비유했다. 고흐, 바스키아, 김환기, 천경자 등 그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앨범은 광주음악창작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레슬리는 아이디어 구상부터 디자인 레퍼런스,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전 과정을 직접 기획했다. 김포공항 시뮬레이터 센터를 섭외해 기장석에 앉은 장면을 촬영했고, 자비로 제작한 유니폼까지 갖춰 현실감을 높였다. 뮤직비디오 제작에만 수백만 원을 투자했다. “상상만 하던 장면을 실제로 구현했을 때, 정말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간직한 꿈의 일부였거든요.”

비행과 조종에 대한 열정이 가득 담긴 앨범의 등장에 SNS 반응도 뜨거웠다. 전현직 조종사들이 “꿈을 응원한다. 필요한 게 있다면 도와주겠다”고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현재 그는 후속 앨범 ‘트랜스폰더2’를 준비 중이다. 전작에서 부족했던 항공 용어의 정확도를 보완하고, 실제 부기장들의 피드백도 반영할 계획이다. “언젠가 ‘항공 하면 떠오르는 뮤지션’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장국영처럼 멋지고, DPR처럼 팀을 꾸려 나가고 싶어요. 코첼라 무대도 꿈꾸고 있고요. 저의 비행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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