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작가들, 마티스 그림서 영감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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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작가들, 마티스 그림서 영감 얻다
마티스×스릴러-정해연·조영주 외 3인 지음
2025년 01월 31일(금) 00:00
화사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을 그려온 앙리 마티스(1869~1954)는 말년에 관절염으로 고생했다. 붓을 쥐기 어려워 손에 붓을 묶은 채 그림을 그렸던 그는 이마저도 힘들어지자 색종이를 가위로 오려 붙이는 ‘컷 아웃’ 작업을 했다.

푸른 색 바탕에 검은색 인간의 모습이 담긴 컷 아웃 작품 ‘이카루스’(1947)를 본 소설가 조영주는 가슴의 붉은 점에서 ‘고여 있는 피’를 연상했고,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 ‘유서’를 써내려갔다. 문학상을 수상한 후 두번째 소설을 써내지 못하는데다 경제적 어려움마저 겹쳐 고통받는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빠른 전개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 덕에 순식간에 읽힌다.

흥미로운 소설집 ‘마티스×스릴러’는 한국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스릴러 작가가 마티스의 작품 중 영감을 받은 그림을 골라 매혹적인 이야기를 창조한 책이다. 정해연·조영주·정명섭·박산호·박상민 작가는 ‘피아노 레슨’, ‘이카루스’, ‘이본 랑베르양의 초상’, ‘구르고 남작 부인의 초상’, ‘화가의 가족’을 골라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 소설을 썼다.

마티스 작 '화가의 가족'<마티스블루 제공>


안락한 거실에서 체스를 두는 두명의 소년이 등장하는 평화로운 느낌의 ‘화가의 가족’(1911)에서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밀실살인 사건을 상상했다. 박상민의 ‘체크 메이트’는 비바람이 치던 밤 고립된 섬에서 시체를 발견한 두명의 소년과 남자와 여자 9명이 경찰이 오기전까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범인을 추론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마티스의 ‘창가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떠올린 또 다른 캐릭터도 등장한다.

작가가 소설 속 화자인 대학생 김하빈과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수상쩍은 남자 반태호 이야기를 또 다른 단편으로 써볼 것이라고 하니 이를 기다려봐도 좋을 듯하다.

정해연 작가가 ‘피아노 레슨’(1916)에 영감을 받아 쓴 동명의 소설은 친모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고등학생 김윤철과 이 사건을 맡은 프로파일러 서지혁이 등장한다.

‘이본 랑베르양의 초상’(1914)을 처음 본 정명섭 작가는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죽었다가 깨어난 좀비를 떠올렸다. 소설 ‘좀비 여인의 초상’은 북한이 발사한 핵미사일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 가운데 살아나 암약하는 좀비들을 막기 위해 폐쇄구역에 침투한 트레저헌터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박산호 작가의 ‘사냥의 밤’은 ‘구르고 남작 부인의 초상’(1924)을 보고 스토리를 만들었다. 유튜버로 사채업자들에게 빚독촉을 받는 김기준이 급하게 결혼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림을 사랑하는 상속녀 서아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각 작가의 작품 앞에는 소재가 된 마티스의 그림들이 실려 있어 소설을 읽기 전 독자 스스로도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마티스블루·1만8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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