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흙·낙엽·공기…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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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흙·낙엽·공기…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문태준 지음
2025년 07월 18일(금) 00:20
문태준 시인의 글은 따뜻하다. 그리고 서정적이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섬세하다.

소월시문학상을 비롯해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박인환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일반 독자들은 물론 평자들로부터도 인정을 받는다.

이번에 문 시인이 펴낸 산문집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는 흙에서, 자연에서 꺼내거나 발견한 사유와 단상을 엮었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 시골 마을에 내려가 산 지 5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시인은 자신만의 감성으로 삶의 본질과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을 시적인 문체로 풀어낸다.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자연으로 대변되는 꽃, 흙, 낙엽, 공기 등을 모티브로 인생을 사유한다. 느끼고 살피는 것, 자연과 대화하는 것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독자들 또한 시적 산문을 매개로 저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문장들이 주는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감각적 이미지와 시적 사유, 비유적 이미지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듯이 일게 한다.

책의 순서가 흥미롭다. 보통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데 반해 여름, 가을, 겨울, 봄으로 구성돼 있다. 아마도 책의 끝은 봄이어도, 그것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각각의 장은 ‘여름 정원에 은하 같은 수국은 피어’, ‘가지마다 자줏빛 무화과 조롱조롱 맺혀 있고’, ‘눈보라에도 살얼음 같은 발자국 남기고’, ‘오목하게 모은 손바닥에 고인 밝은 빛처럼’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문정헌’(文庭軒)이라 붙였다. 원래 고향인 경북 김천의 시골집의 당호를 제주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정진규라는 선생님이 지어준 것으로 ‘문가네 집’, ‘시 짓는 이의 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문정헌에 살며 그렇게 저자는 풀을 뽑거나 정원 일을 하며, 더러는 마주하는 사물을 통해 배운다. 반걸음씩 물러나는 것이 사실은 평화로운 자신에게로 들어가는 일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시골의 자연 속에서 살면서 또 화단을 가꾸고,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내가 생명 존재들과 관계되어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숲·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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