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신디 L. 스캐치 지음, 김내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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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신디 L. 스캐치 지음, 김내훈 옮김
2025년 07월 18일(금) 00:20
“법대로 해!” 타인과 갈등 상황에 놓였을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이 말에서 ‘법’은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준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과연 법은 언제나 정의의 편일까. 한 사회의 갈등을 중재하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토대는 정말 법일까.

미국의 헌법학자 신디 L. 스캐치의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는 “법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는 다소 불편한 대답을 내놓는다.

‘민주주의의 수호자’라 믿어온 법이 오히려 시민의 자율성과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법이 만들어놓은 질서에 기대고, 법이 내려줄 해답을 기다린다. 그러는 사이 시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처벌받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

저자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새로운 ‘시민 됨’을 제안한다. 단지 더 나은 제도나 지도자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질서를 세우고 유지할 수 있는 힘, 즉‘시민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천 수칙도 제시한다. ‘지도자를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을 것’, ‘공공 공간에서 교류할 것’, ‘법보다 먼저 타문화를 포용할 것’ 등 각 항목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일상의 감각과 연결되어 있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한국 시민은 법 이전에 존재하는 윤리와 감각으로 질서를 회복해낸 경험이 있다. 법은 질서를 무너뜨릴 수도, 복원하지도 못했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지금, 새로운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할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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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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