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쉼표를 찍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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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여수 출신 명인숙 시인 두 번째 작품집 발간
2025년 07월 15일(화) 18:00
왠지 그럴 때가 있다.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또는 쉼표를 찍듯 분주한 일상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여수 출시 명인숙 시인의 시집 ‘문득 쉼표를 찍고 싶을 때’(상상인)는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집이다.

정재훈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명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일상 곳곳에 균질하게 퍼진 언어들의 틈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그런 존재다. 모든 것이 막힌 듯 틀어박힌 곳에서도 미세한 틈을 발견하고 그것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 숨결은 때론 메마른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좌절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는 생기를 준다. 이때의 틈은 절망을 희망으로 변환하는 숨구멍이 된다.

“버리고 싶으면/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가자// 아픈 마침표들의 얼굴이/ 새잎을 열어 곧게 다리를 뻗는다// 걷고 걷다 보면/ 놓쳐버린 침묵 사이에/ 당신이라는 쉼표를 찍는다”

표제시 ‘문득 쉼표를 찍고 싶을 때’는 비움과 채움, 쉼표와 마침표 등 서로 상반된 의미와 분위기들로 직조돼 있다. 화자는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 전나무 숲길에 들어선다. 걷고 걸으며 깨닫는 것은 결국은 마침표와 쉼표 사이의 그 무엇이다.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지나버린 시간일 수도, 버리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아니 어떤 언어로도 묘사할 수 없는 신비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러다 “걷기만 하면 비워지는 숲길”에서 화자는 무언가를 비워내고 그 빈 틈에 새로운 무언가를 채운다. 비움과 채움의 길항이다.

한편 명인숙 시인은 시·그림책 ‘결혼하지 않는 여자’를 펴냈으며 2025년 전남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받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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