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작가들, 마티스 그림서 영감 얻다
마티스×스릴러-정해연·조영주 외 3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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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을 그려온 앙리 마티스(1869~1954)는 말년에 관절염으로 고생했다. 붓을 쥐기 어려워 손에 붓을 묶은 채 그림을 그렸던 그는 이마저도 힘들어지자 색종이를 가위로 오려 붙이는 ‘컷 아웃’ 작업을 했다.
푸른 색 바탕에 검은색 인간의 모습이 담긴 컷 아웃 작품 ‘이카루스’(1947)를 본 소설가 조영주는 가슴의 붉은 점에서 ‘고여 있는 피’를 연상했고,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 ‘유서’를 써내려갔다. 문학상을 수상한 후 두번째 소설을 써내지 못하는데다 경제적 어려움마저 겹쳐 고통받는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빠른 전개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 덕에 순식간에 읽힌다.
흥미로운 소설집 ‘마티스×스릴러’는 한국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스릴러 작가가 마티스의 작품 중 영감을 받은 그림을 골라 매혹적인 이야기를 창조한 책이다. 정해연·조영주·정명섭·박산호·박상민 작가는 ‘피아노 레슨’, ‘이카루스’, ‘이본 랑베르양의 초상’, ‘구르고 남작 부인의 초상’, ‘화가의 가족’을 골라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 소설을 썼다.
안락한 거실에서 체스를 두는 두명의 소년이 등장하는 평화로운 느낌의 ‘화가의 가족’(1911)에서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밀실살인 사건을 상상했다. 박상민의 ‘체크 메이트’는 비바람이 치던 밤 고립된 섬에서 시체를 발견한 두명의 소년과 남자와 여자 9명이 경찰이 오기전까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범인을 추론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마티스의 ‘창가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떠올린 또 다른 캐릭터도 등장한다.
작가가 소설 속 화자인 대학생 김하빈과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수상쩍은 남자 반태호 이야기를 또 다른 단편으로 써볼 것이라고 하니 이를 기다려봐도 좋을 듯하다.
정해연 작가가 ‘피아노 레슨’(1916)에 영감을 받아 쓴 동명의 소설은 친모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고등학생 김윤철과 이 사건을 맡은 프로파일러 서지혁이 등장한다.
‘이본 랑베르양의 초상’(1914)을 처음 본 정명섭 작가는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죽었다가 깨어난 좀비를 떠올렸다. 소설 ‘좀비 여인의 초상’은 북한이 발사한 핵미사일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 가운데 살아나 암약하는 좀비들을 막기 위해 폐쇄구역에 침투한 트레저헌터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박산호 작가의 ‘사냥의 밤’은 ‘구르고 남작 부인의 초상’(1924)을 보고 스토리를 만들었다. 유튜버로 사채업자들에게 빚독촉을 받는 김기준이 급하게 결혼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림을 사랑하는 상속녀 서아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각 작가의 작품 앞에는 소재가 된 마티스의 그림들이 실려 있어 소설을 읽기 전 독자 스스로도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마티스블루·1만8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푸른 색 바탕에 검은색 인간의 모습이 담긴 컷 아웃 작품 ‘이카루스’(1947)를 본 소설가 조영주는 가슴의 붉은 점에서 ‘고여 있는 피’를 연상했고,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 ‘유서’를 써내려갔다. 문학상을 수상한 후 두번째 소설을 써내지 못하는데다 경제적 어려움마저 겹쳐 고통받는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빠른 전개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 덕에 순식간에 읽힌다.
![]() 마티스 작 '화가의 가족'<마티스블루 제공> |
안락한 거실에서 체스를 두는 두명의 소년이 등장하는 평화로운 느낌의 ‘화가의 가족’(1911)에서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밀실살인 사건을 상상했다. 박상민의 ‘체크 메이트’는 비바람이 치던 밤 고립된 섬에서 시체를 발견한 두명의 소년과 남자와 여자 9명이 경찰이 오기전까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범인을 추론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마티스의 ‘창가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떠올린 또 다른 캐릭터도 등장한다.
작가가 소설 속 화자인 대학생 김하빈과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수상쩍은 남자 반태호 이야기를 또 다른 단편으로 써볼 것이라고 하니 이를 기다려봐도 좋을 듯하다.
정해연 작가가 ‘피아노 레슨’(1916)에 영감을 받아 쓴 동명의 소설은 친모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고등학생 김윤철과 이 사건을 맡은 프로파일러 서지혁이 등장한다.
‘이본 랑베르양의 초상’(1914)을 처음 본 정명섭 작가는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죽었다가 깨어난 좀비를 떠올렸다. 소설 ‘좀비 여인의 초상’은 북한이 발사한 핵미사일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 가운데 살아나 암약하는 좀비들을 막기 위해 폐쇄구역에 침투한 트레저헌터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박산호 작가의 ‘사냥의 밤’은 ‘구르고 남작 부인의 초상’(1924)을 보고 스토리를 만들었다. 유튜버로 사채업자들에게 빚독촉을 받는 김기준이 급하게 결혼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림을 사랑하는 상속녀 서아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각 작가의 작품 앞에는 소재가 된 마티스의 그림들이 실려 있어 소설을 읽기 전 독자 스스로도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마티스블루·1만8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