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견인 ‘예향 40년’…문화수도 광주 꽃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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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견인 ‘예향 40년’…문화수도 광주 꽃 피운다
1984년 10월 창간 후 IMF 한파로 2002년 휴간…2013년 4월 복간
40년 역사 문화예술 매거진 예향…지역 문화예술잡지 최초 300호 돌파
매달 ‘예향 초대석’ 명사·예술인 인터뷰…4년간 ‘우수 콘텐츠잡지’ 선정
2024년 04월 17일(수) 19:40
1984년 10월 발간한 예향 창간호.
‘고향에 살고 있으면서도 고향 같지가 않고 고향을 멀리 떠나 있어서는 더욱 고향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실향(失鄕)의 시대. ‘월간 예향’은 우리 모두에게 고향을 일깨워주고 고향속에 살면서 고향을 생각하고 다시 그 고향을 가꿔나가는 소박하고 끈끈한 소망으로 첫 발을 내딛습니다… ‘예향 전남’의 얼굴이자 정신인 문학과 사상, 미술과 음악, 민속 등 예술분야를 비롯해 현대인의 생활에 활력소가 될 정보를 제공하고, 전라도의 멋과 얼을 지켜나갈 ‘전라도 사람들의 잡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1984.10 ‘월간 예향’ 창간호 중에서)

1984년 10월, 호남을 대표하는 일간지 광주일보는 ‘예술의 고장’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사는 전라도인들의 목마름을 씻어주고자 자매지인 ‘월간 예향’을 창간했다. 종합지이면서도 예술지이기도 한 ‘월간 예향’은 다양한 고향소식과 문화예술 소식을 전하며 지역민과 출향인, 예술인들의 친구가 되어왔다.

2024년은 ‘월간 예향’이 창간 40주년을 맞는 해다. 휴간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40년 세월동안 ‘예향(藝鄕)’ 전라도를 기록해 온 ‘월간 예향’의 발걸음을 되돌아본다.

2002년 2월 휴간 후 11년만인 2013년 4월 발간한 복간호.
◇휴간 아픔 딛고 성장한 ‘예향 40년’

오승윤 화백(1939~2006)의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창간호를 펴낸 ‘월간 예향’은 18년 동안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표지 이미지로 꾸몄다.

오 화백의 작품을 시작으로 2002년 2월 209호까지 남도 출신 160여 명의 작가들이 예향의 표지를 장식했다. 전국에서 활동했던 원로·중진 작가들은 표지 사이즈에 맞춰 ‘예향’만을 위한 작품을 그려 보내왔다. 당시에는 ‘예향’ 표지화로 선정돼야 화가로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역민과 예술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던 ‘월간 예향’은 2002년 2월 통권 209호를 끝으로 잠정 휴간에 들어갔다. IMF 경제 한파를 견뎌내지 못한 가슴아픈 결정이었다. 광주일보 구성원들은 물론 지역민들도 예향의 휴간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오랜 시간 휴간에 들어갔던 ‘월간 예향’은 11년만인 지난 2013년 4월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화예술 전문 잡지 ‘예향’으로 돌아왔다.

“‘예향’은 오랜 세월 변치 않고 졸졸 흐르는 석간수와 같은 마음으로 내게 남아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한 시기에 슬그머니 다가와 작은 캔디박스 하나를 슬쩍 놓고 지나갔음이니 인연의 향기가 오롯이 깊은 것이다.”

곽재구 시인은 ‘예향’ 복간호(2013년 4월) 마중글 ‘봄날 새이파리만큼 아름다운 새 출발을’을 통해 예향 복간을 환영했다. 30대였던 1989~1990년 1년여 동안 글을 연재하며 ‘예향’과 맺었던 작가였다.

복간 후 기존 콘셉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성과 국제성을 가미한 글로컬(Global+Local) 문화예술매거진으로 돌아온 ‘예향’은 2024년 4월(통권 342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소식과 트렌드를 반영하며 독자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지역 문화예술잡지로는 최초로 통권(通卷) 300호를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활자매체가 쇠퇴하는 현실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룬 값진 성과였다.

2021년부터는 매년 (사)한국잡지협회가 선정하는 ‘우수콘텐츠잡지’에 선정돼 오고 있다. 우수콘텐츠잡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잡지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잡지협회에서 선정한다. 내용 및 디자인, 기사의 우수성, 전문성, 창의성을 기준으로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월간 예향 메인 콘텐츠인 ‘예향 초대석’ 주인공들.
◇명사·예술인들과의 인터뷰 ‘예향’의 큰 자산

예향의 메인 콘텐츠는 매달 명사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는 ‘예향 초대석’이다. 40년 전 첫 인터뷰 대상은 소설가 박화성(1903~1988)이었다. 평소 인터뷰를 꺼려 많은 곳에서 요청이 와도 거절했으나 고향에서 온 취재진을 거절할 수 없다며 ‘예향’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목포 출신 박 작가는 당시 “유달산도 바다도 시민들도 모두 사랑한다”며 “목포로 고개를 두르고 죽을 것”이라며 고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향 초대석’은 휴간기를 제외하고 28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사회명사와 예술인들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휴간 이전 종합지 종합지(誌)였던 예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윤공희 대주교, 이한기 전 감사원장, 이정래 제헌의원, 윤관 대법관, 이돈명 인권변호사 등을 특별대담과 인터뷰로 다뤘다.

김 전 대통령은 1994년 신년호에서 “민주주의와 통일과 세계평화에 헌신하겠다. 나는 내가 헌신하는 이 길이 진리의 길이요, 역사의 창조이기 때문에 그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나 자신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4년 후 그는 15대 대통령(1998~2003)에 당선됐고 재임 후 노벨평화상(2000)을 수상했다. 예향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소신대로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가와 시인 등 문인들의 인터뷰도 시의 적절하게 게재했다. ‘녹두장군’(전 12권)을 집필중이던 송기숙 소설가, 대하소설 ‘토지’(전 16권)를 완간한 박경리 작가, 대하소설 ‘혼불’(전 10권)을 완성한 최명희 작가, 동화 ‘오세암’ 정채봉 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복간 이후 ‘예향’은 글로컬 문화예술전문잡지를 표방하며 많은 예술인들을 만나왔다. 오랜 휴식기를 끝내고 복간한 2013년 4월호 주인공은 한동일 피아니스트였다. 전 세계를 돌며 활동하다 삶의 무대를 광주로 옮긴 세계적 피아니스트의 삶은 따뜻하고 여운을 남겼다.

백건우 피아니스트와 윤정희 배우 부부, 정명화 첼리니스트, 김남윤 바이올리니스트 등 세계적인 클래식 거장들도 ‘예향’ 독자들에게 화려한 무대 뒷면의 소소한 일상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한국 전통춤의 거목’ 명무(名舞) 이매방(1927~2015)과 ‘가야금 명인’ 황병기(1936~2018),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 명인을 비롯해 성창순·안숙선·윤진철·남상일 명창 등도 ‘예향’ 지면을 통해 전통예술 세계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조정래 작가와 한승원, 박완서, 서정인, 정찬주, 이승우, 양귀자, 신경숙, 공선옥, 공지영, 정유정, 김왕석, 김정수 등 작가들에게 직접 듣는 문학세계는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문병란 시인과 조태일, 서정주, 조병화, 김지하, 김용택, 나희덕, 나태주, 문정희, 이해인, 안도현,정호승 시인과의 인터뷰도 독자의 마음을 울렸다. 101세로 타계한 한국 현대시조 개척자 정소파(1912~2013) 시인은 ‘예향’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시는 투명한 시심을 바탕으로 피는 언어의 꽃”(2013년 8월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타계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1931~2023) 화백과의 인터뷰(2022년 7월호)도 기억에 남는다. 구순을 넘어서도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던 박 화백은 “자연을 관찰하면 색깔이 풍부하다”며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스트레스가 많아진 시대에 자연의 색을 통한 치유의 예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4월 최근 발행된 342호.
◇문화수도 광주 방향 제시·트렌드 반영하는 다양한 콘텐츠

‘예향’은 매월 기획 회의를 통해 특집 기획 기사를 준비한다. 문화예술 전문 잡지답게 광주·전남 문화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독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트렌드한 콘텐츠를 다루기도 한다.

복간호 특집 ‘불붙은 아시아의 문화전쟁’(2013.4) 편에서는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기점으로 가시화되는 세 도시 홍콩, 싱가포르, 광주의 문화프로젝트 현장을 현지 취재했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다고 평가받던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 개발사업, 싱가포르 문화정책의 뿌리가 될 르네상스 시티 프로젝트, 콘텐츠 파워를 꿈꾸는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까지 ‘아시아 문화 지존’을 놓고 벌이는 소리없는 경쟁을 다룬 지면은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문화로 먹고 사는 광주를 꿈꾼다’(2017.6)에서는 ‘문화도시 광주’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문화광주, 컬렉션을 브랜딩하라’(2020.3) 편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1년간은 ‘반려의 시대, 당신에겐 어떤 반려가 있나요?’,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책 읽는 사람, 책 읽는 도시’, ‘구멍가게가 사라진다’, ‘챗GPT 시대,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맨발걷기 어싱(earthing) 열풍’까지 트렌드를 반영한 주제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복간 초부터 소개하고 있는 ‘나의 애송시’는 기대 이상의 반응이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직접 좋아하는 시를 추천하고 시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게재하는 형식의 ‘나의 애송시’는 시인에게도, 소개하는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감동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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