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영토 -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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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영토 -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2024년 01월 05일(금) 13:00
소설 속 가상의 현대미술가 ‘제드 마르탱’의 삶, 고뇌, 예술활동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그리는 현대문화예술의 지형도.

프랑스 문학계의 거대한 태풍이라 평가받는 미셸 우엘벡이 새로운 소설 ‘지도와 영토’를 펴냈다. 작품집은 2010년 공쿠르상을 수상했으며, 평단에서 “소설을 통한 21세기에 대한 적확한 비평”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부르주아 가정에서 성장해 남부러울것 없던 주인공 ‘제드’. 그는 어머니의 자살, 사업으로 바쁜 아버지로 인해 외로운 학창시절을 보낸다. 제드는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졸업 후 상업사진을 찍으며 우연히 미슐랭 지도에서 ‘미학성’을 발견한다. 이를 계기로 제드는 ‘지도 시리즈’라는 작품을 제작한다.

제드는 지도는 영토보다 흥미롭다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고 문화계 혜성으로 떠올랐으나 돌연 종적을 감춘다. 이후 작업세계를 사진에서 회화로 확장하면서 ‘직업 시리즈’, ‘기업 연합 시리즈’ 등을 발표, 예술계의 이목을 끌었다.

소설은 예술가의 등장부터 7년 간의 두문불출, 성공기까지를 포착한다. 자기 자신과 대결하는 제드의 예술가로서의 면모, 고독하게 살아가는 모습 등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소설 속에 자기 자신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제드는 아버지, 발문을 쓰는 작가 ‘우엘벡’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점차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를 키워 나갔고 말년에는 이들을 회상한다. 나 자신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고 이를 3인칭으로 바라보면서 ‘소설 밖의 나’에게조차 자조적인 시선을 가하려는 시도는 이채롭다.

저자는 소설적 자기비판과 동시에 ‘나’의 목소리를 세계 속에 견고히 구축했다. 문학을 통해 문학비평의 영역까지 겸하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문학동네·1만8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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