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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어떻게 실현될까 - 건축의 무빙
이건섭 지음
2023년 12월 01일(금) 07:00
“도시계획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저서로, 거리의 생명력에 대해 문학작품 이라고도 할 만큼 탁월히 묘사한 이 책은 기존의 계획 이론을 신랄하게 비판해 이 책의 관점을 오래전부터 이해했던 이들에게 통쾌함마저 안겨준다.”

‘뉴욕타임스’가 출간 30주년을 맞은 한권의 책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신문기자 출신인 제인 제이콥스(1916~2006)가 지난 1961년 쓴 598 페이지 분량의 ‘미국 대도시의 부흥과 쇠퇴’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정다운 이웃에 둘러싸인 활기 넘치는 거리’와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도시’의 필요충분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이듬해 뉴욕시가 오래된 집들을 허물고 그 위로 지나는 고속도로를 계획하자 “이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인지 검증이 안 되는 도로는 필요 없다”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건섭 삼우설계 상근고문(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장)이 펴낸 ‘건축의 무빙’은 건축과 디자인의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한 ‘건축 책’과 저자인 건축가를 통해서 19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근·현대 도시와 건축의 흐름을 살핀다. ‘책으로 본 20(~21)세기 건축의 모험 리마스터링 에디션’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은 수류산방의 첫 책 ‘20세기 건축의 모험’(2005년)을 20여 년만에 복각해 ‘아주까리 수첩총서’의 7번째로 펴낸 것이다. 오래된 영화나 음원의 질을 향상시키는 리마스터링 작업처럼 이 책 또한 책으로 번안된 리마스터링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편집 디자인 실험과 시도를 했다.

저자는 초판 서문에서 “건축디자인이 밟아 온 과정을 이해하지 않은 채 그 껍질만 도입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면서 “나는 이 책에서 다루는 저작들에 과거와 현재의 서로 다른 이중시점(Dual viewpoint)을 적용해, 나름의 판단과 의견을 제시해 보았다”고 밝힌다. 신간은 크게 ▲제 1장 디자이너의 자아탐구 ▲제2장 근대디자인의 발생과 변천 ▲제3장 탈근대주의의 형성 ▲제 4장 도시와 인간 ▲제5장 지속가능한 건축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5장은 ‘공생의 철학’에서 ‘지속가능한 건축’으로 제목을 바꾸고,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등 21세기 흐름을 반영한 3편의 글을 새로 실었다.

최연소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인 서아프리카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가 2001년 흙벽돌 등 지역에서 난 재료로 지은 ‘간도(Gando) 초등학교’. <위키미디어 커먼스 제공>
저자는 건축학도 시절부터 수 십년 동안 건축과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읽었던 필독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23편의 글을 통해 소개되는 건축 책들은 건축·도시계획사의 고전이다. 저자는 르 코르뷔지에(새로운 건축을 향하여)를 비롯해 아인 랜드(파운틴 헤드), 램 콜하스(S,M,L,XL), 톰 울프(바우하우스에서 오늘의 건축으로), 케빈 린치(도시의 이미지), 비아르케 잉엘스(YES IS MORE) 등의 저서를 통해 저자들의 건축·도시계획 담론과 정신을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버크민스터 풀러(우주선지구호 사용법)와 이안 맥하그(자연과 함께 하는 디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데이비드 커틀러(도시의 생존)의 저작은 현재 당면한 기후변화 등 21세기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극빈국인 서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 출신의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의 삶과 건축은 ‘과연 진정한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표를 던진다. 건축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그는 고향 마을 진흙을 활용한 벽돌과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3개 교실을 갖춘 초등학교를 지었다. 그는 2022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사람들을 꿈꾸게 하고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자와 함께 근·현대 건축사 속으로 떠난 지적탐험의 여정을 마친 독자들은 고층과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선호하고, 인구 1000만명의 ‘메가 시티’를 구축하려는 한국 도시계획의 현주소와 건축의 미래를 새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수류산방·3만3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