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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소멸 막으려 문턱 낮춘 어촌계…정부·지자체도 지원 나서야
전남 혁신 어촌의 ‘바다 이야기’ <12> 에필로그
귀어인 정착 적극 지원…교육·문화·복지 등 인프라 구축 절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권한 강화해 어촌계 갈등 중재·조율해야
귀어인·어민 협력 모델 창출…관광·상품 가공 등 다양한 교육 필요
관광 활성화 위한 체험·숙박 등 전문가 연계 기반시설 구축 도와야
2023년 11월 26일(일) 19:10
광주일보는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와 함께 지난 9월 16일 오후 전남지역 10개 ‘혁신 어촌계’ 리더들을 초청해 ‘전남 어촌 혁신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제공>
광주일보는 지난 9월 16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전남의 ‘혁신 어촌계’를 이끌고 있는 리더 10명을 초청해 ‘전남 어촌, 어떻게 혁신해야 하나’를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 어촌계는 지난 2016년부터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 등 어촌 현장 지원 조직의 도움을 받으면서 주민 소득 증진과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 어촌들은 정부·지자체의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1차 산업인 어업에 가공(2차 산업)과 서비스(3차 산업)를 융·복합하는 ‘6차 산업화’를 선도하고 있다. 어촌 쇠락·소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촌계의 문턱을 낮춰 도시민들을 유치하고 있으며, 공동체 내부 갈등을 조율하면서 단합을 통해 함께 성과를 공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에서 어촌을 이끌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 강영업 보성 석간어촌계장=어촌의 고령화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들 고령자들을 위한 정책과 시설, 또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이 새롭게 유입되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도시보다 소득이 높은 좋은 일자리와 함께 문화, 교육, 복지 등과 관련 서비스에서도 불편함이 덜해야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부문별 거점 어촌을 육성해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청년 귀어인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도 현재보다 기간과 규모를 늘렸으면 합니다.

▲ 김성석 진도 신기어촌계장=신기어촌계에 최근 5년간 6명이 귀어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돕고 있지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요. 생각만큼 높은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체력적으로는 매우 힘든 노동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촌 소멸에 대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어촌에서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어민들의 자체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무엇보다 소규모 가공공장을 만들어 자신이 생산한 수산물을 자신이 직접 가공해 판매할 수 있게 했으면 합니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의 직거래망 시스템인 ‘바이씨’에 내다팔 수 있는 상품이 어촌에서 연중생산돼야 한다는 겁니다.

▲ 김삼식 장흥 수문어촌계장=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어촌 내부에 오랜 갈등과 마찰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공동자산에서 이익이 발생하고, 그 처리와 분배를 놓고 의견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모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어촌계장, 이장, 개발위원장 등의 권한이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와 같은 현장조직이 좀 더 권한을 갖고 적극적으로 어촌계 내부 갈등 사안을 중재하고 조율해줬으면 하는 합니다. 앞으로 어촌은 해양 쓰레기 투기, 기후위기에 따른 바다 생태계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겁니다. 도시민들이 언제나 어촌을 찾을 수 있도록 관광 분야에 대한 투자가 시급히 이뤄졌으면 합니다.

▲ 박민호 여수 화태어촌계장=귀어인들이 어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체 여유자금을 갖고 오랜 준비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 어촌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귀어를 희망하는 도시민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일단 어촌이 받아들인 귀어인에 대해서는 임시 면허를 줘 어촌계장 등 기존 리더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어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도 있어야 합니다. 귀어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 귀어인에게도 어촌공동체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 손홍주 함평 석두어촌계장=귀어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도시민에게 어촌이 주거공간, 일자리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합니다. 현재 어촌에는 곳곳이 빈집인데도 소유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매매를 꺼리고 있어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합니다. 일자리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업으로 한정하지 말고, 서비스업, 유통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어촌에 거주하면 귀어로 인정하는 등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할 필요가 있어요. 어촌에 사람이 몰려들도록 하기 위한 전향적인 정책과 투자가 시급합니다. 함평 석두에서는 귀어인의 집과 방앗간을 만들어 귀어 의지가 높은 도시민들을 수용할 생각입니다.

▲ 이수철 해남 임하어촌계 사무장=귀어인에 대한 지원이 유턴(연고가 없는 도시민의 귀어)에만 집중되고 있어 아쉽습니다. 어민들의 자녀가 귀어한 경우에도 상품 가공, 서비스, 관광 등의 분야에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어촌에서 양식되고 있는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도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보다 실질적이고, 장기간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이희한 여수 안포어촌계장=어촌을 가고 싶고, 머물고 싶고,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 어민들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죠. 숙박, 체험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설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요리사, 예술인, 서비스직 종사자, 개발 분야 전문가 등을 개별 어촌과 묶어주고, 이들이 일주일에 1~2일 어촌에 머물면서 어민들과 함께 발전 방안을 협의하게 하는 정책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촌에 필요한 기반시설은 공모로 대상 어촌을 선정하기보다는 어촌계의 규모나 어항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결정했으면 합니다. 또 가공·유통·관광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어촌에 대해서는 그 계획이나 의지를 보고 지자체가 해당지역을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장문석 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사무장=지난 2019년 육군 중령으로 예편하고 귀어한 후 5년째 살고 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정책이 어업에 종사하려는 귀어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어촌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바다에서 겪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어요. 또 기존 어민들의 영역이기 때문에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귀어인과 어민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가능성이 있으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성장시켰으면 합니다.

▲ 추애심 해남 송호어촌계 사무장=지금의 어촌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는 지 정부, 지자체, 어민 스스로 질문해봐야 합니다. 현재 상태로는 미래 존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너무 단기간 계획을 세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정부나 지자체는 어촌 100년 계획을, 각 어촌은 최소한 30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외부 인력의 유입도 좋지만, 내부 인력의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았으면 해요. 예산이나 인력의 한계로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의 역량강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어촌이 매년 2~3곳에 불과해서 아쉽습니다.

▲ 황규환 여수 금봉어촌계장=금봉어촌계는 1980년대부터 50년 가까이 굴 양식으로 먹고 삽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예나 지금이나 상품이 똑같아요. 변함이 없다는 겁니다. 각굴을 망에 담거나 삼삼오오 모여 굴을 까 생굴로 판매하는 것이죠. 굴을 까는 것도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인건비가 오르면 생산성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굴을 어떻게 가공해서 판매하느냐, 그리고 엄청나게 나오는 굴껍데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가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만 금봉어촌계만 지원할 수는 없어서 한계가 있어요. 현장 조직인 어촌특화지원센터가 각 어촌의 수요에 맞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끝>

/정리=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