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영광 구수·대신어촌계] 천혜의 자연경관에 치유관광 더해 특화마을 만든다
전남 혁신 어촌의 ‘바다 이야기’ <10>
드라이브코스 백수해안도로에 자리
민어·백합·꽃게·새우 등 자원 풍족
대신항 주변 회센터·작업장 등 설치
귀어닥터·관광 두레 등 다양한 활동
귀어인·지역민 화합 마을 발전 앞장
2023년 11월 21일(화) 20:00
영광군 백수읍 구수마을 전경. 어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 보이고, 오른편에는 해안선을 끼고 도는 백수해안도로가 있다.
영광 구수·대신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인 백수해안도로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해안도로 아래 목재 데크로 조성된 3.5㎞의 해안 노을길은 바다 가장 가까운 곳을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인기다. 칠산타워, 불갑사, 가마미해수욕장 등 영광이 가진 관광자원 대부분이 인근에 자리해 관광객들이 자주 찾고 있다.

구수·대신마을에는 87가구, 159명의 주민이 모여 산다. 이 가운데 19세 이하 13명, 20~39세 14명, 40~59세 53명으로, 60세 미만 인구가 절반을 넘어서는 젊은 어촌이다. 귀어를 희망하는 도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생긴 최근의 변화상이다. 이 가운데 30어가 77명이 어촌계원이다.

어민들은 마을 앞 대신항에서 배를 타고 칠산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는다. 칠산바다는 영광 앞바다에서 전북 부안의 위도, 곰소만, 고군산군도의 비안도에 이르는 영역의 바다를 말한다. 칠산은 영광 앞바다의 일산, 이산, 삼산, 사산, 오산, 육산, 칠산 등 7개의 섬에서 유래됐으며,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3대 조기시장이다. 칠산바다에서는 늙은 살구나무의 꽃이 피는 4월부터 조기 조업을 시작한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민어와 백합이, 가을에는 꽃게와 새우가 나와 어민들은 풍족한 칠산 앞바다에 낚싯배를 띄워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21년 어촌 뉴딜 300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대신항 주변 축구장 크기의 공터에 어촌계 운영 회센터, 공동 수산물 처리 작업장, 어민 복지시설 등을 설치할 예정이어서 어민들은 소득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9년간 영광군이 83억여 원을 투자해 대신항 개발사업에 나섰다. 방파제 및 방파호안, 접안 및 물양장, 선양장, 배후부지 등을 갖추면서 마을 발전의 토대를 만들었다.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9년에 걸친 대신항 개발사업을 통해 기반시설을 어느 정도 갖춘 구수·대신마을 주민들은 잡은 생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어민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자인데다, 가공·유통·판매,관광 등 6차 산업화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 어촌계장 박복이(60)씨가 결단을 내렸다. 과감하게 어촌계 가입을 위한 거주 조건과 가입비를 없애고, 도시민 유치에 나선 것이다. 구수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가 수십 년간 변함없이 어업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주민들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마을을 탈바꿈시켜야겠다”고 각오한 것이다. 그는 “이제는 바다만 바라보고 살아서는 안 된다”며 “단순히 위판장이나 도매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마을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도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박 계장은 전남도와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의 귀어 희망 도시민 유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능력 있고, 마을에 도움이 될 도시민을 직접 선별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전남도와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는 지난 2018년부터 정주 의향부터 이주 준비, 이주 실행, 이주 정착 등 각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전남에 귀어할 의사가 있는 도시민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전남 어촌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부터 귀어 희망 도시민들이 전남 어촌 주민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남귀어스몰엑스포’, 2박3일간 전남 어촌에서 단기 체험할 수 있는 ‘전남어촌탐구생활’, 2주 간 전남 어촌에서 빈집과 일자리를 알아보는 ‘도시민, 전남 어촌되다’, 어촌에 정착한 도시민 가운데 마을에 적응해 잘 살고 있는 도시민들을 시상하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전 과정에 박복이 어촌계장은 직접 참여해 자신이 구수·대신마을을 찾은 도시민들을 일일이 안내하고 같이 식사하고 숙박하면서 귀어 의지가 높은 도시민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굴한 인재가 육군 중령 출신 장문석(47) 사무장이다. 박 계장은 그에게 자신이 타던 배를 물려줬고, 빈집을 소개해줬으며, 그의 아내 일자리까지 찾아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도시민 유치에 나서 지난 2019년부터 장문석(47) 현 사무장을 비롯해 최근 5명의 귀어 도시민이 마을에 정착하게 했다.

귀어한 도시민들이 ‘귀어 닥터’, ‘조개지킴이’, ‘영광 문화관광해설사’, ‘관광 두레’ 등 마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마을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최근에는 귀어 도시민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다락해영어조합법인을 구성, 칠산 앞바다에서 나는 꽃게, 민어 등 각종 수산물을 건조·냉동·슬라이스 등 1차 가공 후 판매할 준비를 하고 커피전문점과 팬션 등을 운영하면서 소득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영광 구수대신 어촌계에서 귀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도시민들이 주민들과 함께 바다를 깨끗히 가꾸는 ‘바다가꿈’ 행사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열지 못한 영광 대신항 풍어제를 올해 5년 만에 다시 개최, 귀어 도시민과 지역주민들이 하나가 돼 화합하는 마을의 전통을 잇고 있다. 귀어 도시민과 주민들은 영광 구수·대신마을을 해양치유관광으로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 모임을 만드는 등 미래 발전을 위한 공감대도 마련했다. 여기에 2020년 어촌뉴딜 300 사업 대상마을로 선정되면서 공동작업장 및 공동창고를 짓고, 어민복지센터, 황금광장, 공동 편의시설, 황금조기 랜드마크 등의 시설을 설치해 6차 산업화를 통한 소득 증진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기반·편의시설의 설치 속도는 너무 더디고, 귀어하거나 준비중인 도시민들은 정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귀어인들은 어업에 익숙하지 못하고, 가공·유통·서비스 등과 관련된 시설을 직접 설치할만한 자금은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민들도 당장 자신들도 어려운 실정에서 귀어인들에게 배려와 양보만 할 수는 없어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생겨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어촌에 대해 순차적으로 필요한 기반·편의시설을 신속하게 설치해주고, 정착 의지가 높은 귀어인들에 대한 중장기(3~5년)에 걸친 재정적·행정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복이 구수·대신 어촌계장의 주장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 제공=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