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K클래식으로 세계를 날아보자-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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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K클래식으로 세계를 날아보자-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앤소울 대표
2023년 09월 11일(월) 00:00
요즘 한국에선 클래식의 열기가 매우 뜨겁다. 올 가을 한국을 찾는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 일정만 봐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옛날 음반에서만 들었던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바로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가슴 뛰고 설레는 일인가! 콧대 높은 클래식 본국의 연주자들이 12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한국의 클래식 팬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클래식 수준이 높고, 연주장을 찾는 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케스트라의 위상에 어울리는 국내 협연자들의 라인업도 훌륭하다. 손열음·조성진·양윤모·임윤찬 등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클래식 공연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찾는 이도 많다. 전국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클래식 공연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필자가 보기엔 클래식에 관한 취향도 호불호가 크게 나뉘며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클래식 공연에도 마치 아이돌 공연을 방불케 하는 피케팅이 생기는데, 자리도 좋고 적당한 가격의 티켓은 이미 팔린 지 오래다. 40만~5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티켓도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이 모든 변화는 근래 들어 더욱 눈에 띄게 달라졌는데 과연 이유가 뭘까? 개인적으로는 한국 젊은 연주자들의 성공적인 활약 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세계적인 유명 콩쿠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K-클래식이라는 브랜드가 정착되고 있다. 과거 러시아나 유럽 국적의 연주자들이 콩쿠르를 장악했던 상황에 비교하면 클래식 변방이었던 한국 연주자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클래식을 공부하겠다고 1990년대 독일로 유학갔던 필자 입장에선 한국의 클래식 음악 교육 시스템을 연구하러 한국을 찾는다는 뉴스가 신선하다. 2022년에는 벨기에 음악 다큐멘터리 감독이 다큐멘터리 ‘K-클래식 제너레이션’을 제작했고, 2023년에는 영화 ‘크레셴도’에서 18살에 신화를 만든 임윤찬의 콩쿠르 경험이 실렸다.

분명 이런 현상은 클래식을 하는 필자 입장에서도 마음껏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K-클래식이라는 단어를 여러 매체에서 사용하고 필자 역시 사용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진정한 K-클래식은 우리의 음악인 국악이 아닐까? 클래식이라는 단어의 뜻이 고전을 의미하니 K-클래식이라면 우리의 고전 음악인 국악이어야 마땅하다. 클래식의 고향은 유럽이지 한국이 아니다.

지금의 젊은 연주자들은 일찍부터 서양음악인 클래식을 접했고, 체계화된 음악 영재교육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콩쿠르에 참여했다. 그들로 인해 클래식 팬층도 두꺼워졌으며, 세계적인 음악 강국들도 한국을 인정하며 내한 공연을 하는 선순환이 생겼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악은 어떠한가? 실상 국악을 듣는 인구는 클래식을 듣는 인구보다 훨씬 적다. 국악방송을 보는 이보다 클래식 채널을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국악이냐 클래식이냐는 선호의 문제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서양 문명에 익숙해진 생활환경 영향도 크겠지만, 국악을 살리는 일에 우리 스스로는 얼마나 많은 힘을 썼을까? 물론 국악과 서양음악 또는 전자 음악이나 퍼포먼스를 접목한 국악 알리기의 시도는 있었지만 정말 바라는 건 우리의 옷을 입고 우리 식으로 전하는 우리 음악의 확산이다.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정악이나 판소리여도 좋고, 한국 가곡이나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초연하는 일도 좋다. 지난 6월 영국에서 펼쳐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3’에서 우승을 거머쥔 한국의 성악가는 두루마기를 입고 김성태의 ‘동심초’를 불렀다. 연미복 대신 두루마기를 입고 한국의 가곡을 부른 한국인 성악가, 멋지지 않은가?

서양음악을 전공하고 연주하지만 우린 모두 한국 사람이다. 분명 우리 안에는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피가 아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우리 음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성장시켜 진정한 K-클래식으로 전 세계에 인정받을지는 앞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 독일 음대의 입학시험 때 교수님이 면접에서 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넌 한국 사람인데 왜 유럽 음악을 공부하러 여기까지 왔니? 한국 음악에 대해서는 얼마만큼 알고 있니? 한국인으로서 한국 음악과 유럽 음악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니?” 속사포처럼 쏟아낸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질문은 여전히 내 머릿속 고민 중 하나로 남아있다.

진정한 K-클래식으로 전통 한복을 입은 우리의 젊은 연주자들이 더욱더 세상 속으로 날아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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