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현 화백 9주기…캔버스에 담아낸 불안·절망·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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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화백 9주기…캔버스에 담아낸 불안·절망·희망
8월25일까지 1980년대 작품 전시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
2023년 06월 11일(일) 20:45
‘가족-새와 우리들’
한국회화 1세대인 김보현 화백(1917~2014)은 조선대 미술대학 산파 역할을 했던 장본인이다. 지난 1946년 전국 최초로 예술대학 설립을 주도했고 초대 학과장을 역임하며 많은 후학들을 길렀다.

김 화백은 미 군정기와 6·25한국전쟁 당시 좌익, 우익 양쪽으로 몰리며 고초를 당했다. 1955년 미국 일리노이대학 교환교수로 가면서 고국을 등지게 된다. 이후 30여 년간 한국과 연락을 끊어 1989년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잊혀진 화가’로 남아 있었다.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이 김보현 9주기를 맞아 1980년대 작품들을 전시한다.

이번 기념전은 ‘캔버스에 담아낸 날들-1980’s 구상회화 중심으로’를 주제로 오는 8월 25일까지 개최된다. 특히 이번에는 가로 5m, 세로 2m가 넘는 1980년대 대형 작품들이 전시실에 설치돼 눈길을 끈다. 김보현 화백의 인생이 담긴 노년 일기 같은 작업을 엿볼 수 있다.

1980년대 작품은 소품에서 대형 캔버스로 옮겨갔고, 회화 기법 또한 사실주의적 드로잉에서 표현주의적 구상으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작품에 사람이 등장했고, 자연스레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탈피해 이상세계를 동경하는 환상적인 비전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은 작가 내면에 드리워진 심리적 상흔을 보여준다. 예술세계를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시대의 곡절을 겪어야만 했던 고통은 김 화백의 그림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화려한 꽃과 가족의 사랑이 느껴지는 작품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작품도 관람할 수 있는데 ‘생선 B’ 작품이 그것이다. 거꾸로 설치된 작품은 사인을 하면서 작품이 거꾸로 바뀌었다고 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작품에서는 김 화백이 과거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를 예술로 승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그 과정에서 인간적으로 느꼈을 다양한 감정들, 일테면 불안과 절망과 희망 등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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