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호석 초대전 8월13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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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호석 초대전 8월13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검은 먹, 한 점’으로 새긴 오월 광주
회화 60여점·아카이브 20여점 전시
역사화·인물화·가족화 등 4개 섹션
“광주정신은 ‘정의’…예술표현 고민”
2023년 05월 01일(월) 20:40
광주시립미술관 초대전에서 만날 수 있는 ‘광주민주화운동사’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호석 작가.
“세상을 떠난 자들과 살아 있는 자들이 연대하는 것, 그것은 광주이니까 가능합니다. 정의감에서 우러나온 광주의 고귀한 정신은 영원하고, 더불어 사는 대동세상을 만들어갔습니다. 광주는 한국 민주화 역사의 보루입니다.”

한국화가 김호석 화백은 ‘광주 정신’의 핵심 단어로 ‘정의’를 꼽았다. “죽을 줄 알면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1980년의 그들”을 기억하는 작가는 “도도한 역사적 흐름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해 낼 것인가 늘 고민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호석:검은 먹, 한 점’은 오월 광주를 새롭게 해석한 신작을 비롯해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60여점의 회화와 아카이브 20여점을 만나는 대규모 초대전이다.

작가는 무등산의 어깨 넓음을 기억한다고 했다. 한문을 가르쳐줬던 할아버지와 소쇄원 등 정자를 답사한 추억도 있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픔이 배어 있는 지 알아야한다”는 생각을 늘 했다.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역사화, 인물화, 가족화 등 그의 대표작들이 모두 나왔다.

‘이 땅의 흔적’에서는 스물 한 살 때의 작품으로 기존 한국화가 다루지 않은, 서구화된 밤풍경을 그린 ‘아파트’(1979)를 비롯해 1980년대 독재에 짓눌린 민중의 모습을 그린 ‘굴비’ 등을 만난다.

‘정신의 생’
‘우리 시대의 초상 섹션’에서는 교과서에도 실린 정약용의 초상화를 비롯해 황희 등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김화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가족화다. IMF 즈음 24시간 관찰이 가능했던 가족들의 ‘눈 떨림’과 ‘입술의 떨림’까지 세밀하게 포착해 그린 수묵화는 많은 이들이 자신들을 대입해 보며 가족의 사랑을 떠올리게했다. 노쇠할 대로 노쇠해 버린 어머니에게 밥을 먹이는 며느리의 모습을 담은 작품 ‘정신의 생’이나, 여름날의 풍경을 담은 ‘수박씨를 뱉고 싶은 날’ 등이 대표적이다.

김 작가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과 역사를 관통하는 건 무엇일까 늘 고민했고, 그 정신을 놓치지 않으려했다.

‘한 걸음 나아가’ 섹션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강렬하다. 현장의 작가는 사진기자이자, 취재기자라고 생각하며 객관적 진실을 그리려 애를 썼고 강경대 열사 장례식 등의 역사화를 통해 구현했다. ‘광주민주화운동사’(2000)를 비롯해 오월 광주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 ‘모기는 동족의 피를 먹지 않는다’, ‘표적’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섹션 ‘필묵의 울림’ 섹션에서는 몽골과 유라시아 등을 여행하며 자연의 순환과 생명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떨어진 꽃, 들판의 풀, 대나무 등을 통해 치유와 성찰을 이야기한다.

수박씨를 뱉고 싶은 날
이번 전시에 아카이빙 자료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장요세파(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 수녀가 그의 작품 한 점 한점에 대해 쓴 글을 모아 펴낸 책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다. 그는 김 화백의 작품에서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자세인 ‘통찰력’을 발견했고, 거기서 감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화백은 이번 시립미술관 전시와 함께 5·18기록관에서 광주의 큰 어른 이강 선생을 주제로 한 전시 ‘이강의 길에 피어오른 하얀 빛 광주의 꽃’전도 열었다. 1970년대 김남주 시인과 함께 반유신,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온 인물로 전국 최초로 유신체제를 비판한 ‘함성지 사건’의 주인공인 이 선생을 화폭에 담은 김 화백은 그에게 ‘훈장’을 씌우는 대신, 그의 삶을 빌어 광주정신을 이야기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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