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도시 경관을 막는 것이 먼저다- 노경수 광주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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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도시 경관을 막는 것이 먼저다- 노경수 광주대 부동산학과 교수
2023년 04월 24일(월) 00:30
지난 2월 하순에 광주시는 민선 8기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 경관 및 건축물 디자인 향상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건축물 층수 제한 폐지, 주택 건설 사업 통합 심의 활성화, 제2종 일반 주거 지역의 경우 용적률 220% 일괄 적용에서 200~240%로 차등 적용 등이다.

2021년 7월 단기 처방으로 시행한 ‘주거 지역 30층, 상업 지역 40층 이하’의 건축물 층수 제한을 2040 도시 기본 계획 및 경관 계획 완료 시점인 올해 상반기(4~5월)에 폐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2021년 무렵 광주시는 저금리의 영향으로 주택 가격이 급상승함에 따라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쑥쑥 올라갔다. 이 조치는 아파트의 공급 과잉, 구도심의 초고층 재개발로 인한 낮선 경관의 출현, 점점 보이지 않는 무등산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초고층 아파트 난립을 억제하려는 한시적 제도였다.

광주시는 도심이 고층 아파트 천국인 답답한 회색 도시로 변질된 원인을 ‘주거 지역 30층, 상업 지역 40층 이하’의 획일적인 건축물 층수 제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과는 달리 ‘30층, 40층 이하 규제’하에서 인허가 받은 아파트나 주상 복합 건물은 아직 2년도 안되었기 때문에 준공되지 않았다. 현재 획일적, 장벽과 같은 초고층 아파트는 이 조치와 상관없이 지어진 것이어서 원인을 잘못 짚은 것 같다.

도시 경관 정책에서는 나쁜 경관의 출현을 막는 것과 좋은 경관을 만드는 것 중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먼저 나쁜 경관이 나타나는 것을 막아 놓음으로써 도시 개발 사업이나 소규모 개별 계획 등 특정 구역에서 좋은 경관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경관을 형성해 놓아도 나쁜 것들이 몇 개가 끼어들면 도시 전체의 경관이 쉽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 경관 정책은 규제적 특성이 강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광주시가 지역별 차등 규제, 창의적이고 다양한 경관을 형성하고 개선하는 방향, 즉 좋은 경관을 만드는 유도 정책을 선택하는 것 같다. 아마도 서울시를 벤치마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오세훈 시장)는 2014년(박원순 시장) 도입된 주거 지역 35층 높이 규제를 9년만에 삭제하고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건축이 가능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으로 전환하였다.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높이가 허용되지만, 용적률 등 개발 밀도는 유지해, 과밀 개발은 막으면서 개방감은 높이기로 했습니다.’ 앞세운 명분은 이렇지만, 실제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강남 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하는데 주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건설 자본으로부터 ‘참한’ 도시 경관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3중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는 도시 전체에 적용되는 주거 지역, 상업 지역 등을 시대적 상황에 맞게 세분하고 그에 맞게 촘촘한 규제치를 설정하며, 또한 용도 지역 변경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역사 문화, 도심 등 특별 관리 구역을 지정해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도시계획위원회나 경관위원회에서는 앞의 지침 취지에 맞게 디자인이 되었는지 심의하도록 하는 이 삼중 체계의 짜임새를 중시한다.

이 세 가지 수단을 광주 경우에 비춰 보면 용도 지역은 세분화되어 있으나 주거 지역에서 종 상향 변경이 빈번히 이루어졌다. 또한 도시 기본·관리 계획, 경관 계획, 건축 기본 계획 등 많은 계획서에서 경관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나, 내용의 상호 연계성이 약하고 추상적이어서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고 촘촘하지 못하다. 결국 최종 결정에 대한 부담이 도시계획위원회에 넘겨졌으나, 심의 결정이 자의적이라거나 부결 없이 통과만 하는 위원회라는 불신이 계속 제기되었다. 도시계획위원회만으로 도시 경관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방어하기는 역부족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 경관은 그물망처럼 촘촘한 규제가 시민적 합의를 통해서 견고하게 만들어지고 일관되게 시행해 온 결과물이다. 광주시도 하루빨리 후속 경관 개선 로드맵을 만들고 그 후에 ‘주거 지역 30층, 상업 지역 40층 이하’의 건축물 층수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 순서이다.



※ 노경수 광주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월요광장 새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노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 공학박사 출신으로 광주시도시공사 사장을 역임한 도시 관련 전문가입니다.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과 통찰을 담아 낸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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