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차·술…5000년 중국 음식문화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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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차·술…5000년 중국 음식문화 변천사
중국음식 문화사
자오룽광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2023년 04월 14일(금) 18:00
남송 화가 유송년의 ‘연다도’ 일부. <인문공간 제공>
이백은 술 한 말에 시 백 편을 썼다고 전해온다. 그만큼 술을 마시면 시상이 강렬하게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이백의 예에서 보듯 술과 문학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중국의 역사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치무대나 술이 어우러진 자리에서 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술을 포함해 음식은 곡물과 연관이 있다. 중화문명의 음식문화와 식재료를 모티브로 문화사를 조명한 책 ‘중국음식 문화사’는 곡물과 차, 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식문화의 변천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시적인 언어와 결합돼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는 중국음식문화연구소 소장이자 중국 식문화연구회 종신 명예회장인 자우룽광 교수다. 40여 년간 중국 음식사, 음식학 연구와 교학에 몰두했으며 중국 음식문화와 음식연구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자우룽광 교수가 40년 전 중국 요식업자들과 어느 회의에서 한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한식과 일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이 주어졌다. 그는 “중국인의 입맛 습관이나 친화도에 가장 가까운 음식은 한식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중국의 음식문화가 한반도 음식문화와 오랫동안 교류했음을 전제한다. 나아가 ‘중국인의 입맛 습관과 음식 친화도’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즉 중화민족은 음식문화와 관련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한국과 일정한 영향을 주고받았다.

무엇보다 책은 저자가 10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답게 글이 유려하고 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고전적 서술방식보다 곡물 중심의 서사적이고 시적인 언어로 집필한 덕분에 딱딱하지 않다.

책은 모두 7개의 장르로 이루어졌다. 쌀, 밀, 술, 차, 콩이 각각의 장에 배치돼 있고 이후 식기 문화, 정중지변(솥 안의 기묘한 변화)이 기술돼 있다.

‘진주 같은 쌀 알갱이 입안이 향기롭네’라고 노래한 쌀은 중국인의 식생활에서 주식임을 강조한 부분이다. ‘남쪽은 쌀, 북쪽은 밀’이라는 표현은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기본 구조였다. 이러한 관념은 이후 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비해 밀을 포함한 잡곡은 경시하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고고학에 따르면 용산(龍山) 시대에 황하 유역에서 밀 재배가 성행했다. 물론 밀을 먹기 시작한 것은 더 오래됐으며 밀은 최초의 밥이었다. 특히 햇밀로 밥을 하면 윤기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술은 ‘일정한 학식을 갖춘 문화인’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주인(酒人)은 모두 애주가의 통칭이다.

중국 차 문화에 있어 당나라 시기는 중요한 때였다. “차를 귀하게 여기는 풍속으로 인해 명품 차가 갈수록 많아졌다”는 것은 당대의 차를 마시는 일이 전국적으로 유행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두부를 일컬어 중국에서는 ‘가난한 백성의 음식’이라고 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값싸고 보편적인 음식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두부는 중화민족 콩 문화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식품이자 식문화의 보배였다.

한편 책에는 식기문화에 대한 저자의 심미관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다. 미식 효과는 음식만이 아닌 그에 상응하는 물건이나 척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문공간·8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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