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길 따라 낙동강변 정자를 찾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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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길 따라 낙동강변 정자를 찾아가 본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흐르는 강물 따라 걷다 듣다 느끼다 주재술 지음
2023년 04월 14일(금) 07:00
주재술 작가가 펴낸 ‘흐르는 강물 따라 걷다 듣다 느끼다’를 읽다 보면 정자를 찾아가고 싶어진다. ‘남도정자기행 2’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남도정자기행 1’의 후속편이다. 이번 기행의 주 무대는 낙동강 일대.

저자는 지난 10년 넘게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교육과 정책과 관련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만났다. 그러는 동안 심신이 지쳐 있었고 낙동강을 걸었다. 낙동강 상류 인근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는 중류인 대구에서 보냈으며 대학은 서울로 진학했다. 그의 내면에는 오랫동안 낙동강이 드리워져 있었다.

낙동강은 태백산맥이 부려놓은 준봉과 계곡을 따라 500리를 흐른다. 영남지역을 적시며 흐르는 강은 삼랑진에 이르러서는 호수처럼 서서히 흐른다. 말 그대로 삼랑(三浪)은 세 물결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이다. 밀양강과 낙동강, 부산의 하구에서 밀려오는 바닷물이 합수되는 곳이다.

책에는 모두 10개의 정자가 나온다. 형제간 우애가 깃든 오우정을 비롯해 소구 같은 낙동강 물을 볼 수 있는 광심정, 낙동강이 베푸는 여덟가지
대부분의 정자는 풍광이 뛰어난 곳에 자리한다. 계곡의 바위 위에 세워진 함양 거연정. <빈빈책방 제공>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팔락정, 삼백 년 군자 정신을 담은 군자정, 비단결 물결 위에 세워진 거연정, 요산요수의 공간 호연정이 등장한다.

오우정(五友亭)이라는 정자는 삼랑진 나루터 언덕 위에 있다. 상상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진다. 원래 이곳에는 삼랑루나는 누각이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일대의 절경이 기록돼 있다. 고려 말 원나라 내정간섭이 심했던 당시 큰 스님이었던 충지 원감국사(1226~1293)가 삼랑루에 취해 쓴 시다. 이십 대에 출가한 그는 1286년부터 순천 송광사 주지를 역임했던 큰 스님이다.

“호수 위에 청산이요 청산 위에 누각이라/ 아름다운 그 이름 오랫동안 강물 함께 흐르네/ 물가 모래밭 가게들 달팽이처럼 늘어서 있고/ 물결 쫓는 돛단배 익두 춤추는구나/ 뽕나무밭 연기 짙어 천 리가 저물고/ 마름과 연꽃은 시들어 강은 온통 가을일세/ 저녁노을 외로운 따오기는 오히려 진부한 말/ 일부러 새로이 시를 지어 멋진 여행 기록하네”

오우정이 자리한 것은 욱재 민구령에게서 비롯됐다 전해진다. 1510년경 낙동강 기슭에 건물을 한 채 지어 네 명의 동생과 지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청산유수 초야에 묻혀 형제들과 학문을 탐구했다.

정자는 주변을 아우르는 산과 사이사이 들판, 그 사이를 흐르는 강이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만든다. 저자는 나무와 바위 모양을 헤아려 자연의 조화를 깨지 않는 곳에 건물을 지은 안목을 높게 평가한다.

팔락정은 이름에 자연과, 인간의 즐거움을 담은 정자다. 경남 창녕 유이면 미구리 마을 언덕에 자리한다. 한강 정구(1543~1620)가 1580년에 세운 팔작지붕 목조기와 건물이다.

“팔락정 마루에 올라서면 보이는 낙동강 건너 맞은편 산자락은 한 마리 호랑이가 되어 물살을 건너 밀려오는 것 같아서 ‘맹호도강’(猛虎渡江)이라 하였다. 붉은 노을을 가득 품은 범선들이 사람과 물자를 가득 싣고 포구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원포귀범’(遠浦歸帆)이라 하였다. 고기잡이 떠나거나 물건 팔러 길 나섰던 남편과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는 감사한 저녁이다.”

경남 함양 봉전마을 황석산 끝자락에 자리한 거연정은 1640년 전시서라는 인물이 세운 것이 시초였다. 서원철폐령 당시 사라졌다 1872년 후손들이 다시 건립했다. 거연정이라는 이름은 전재하가 쓴 ‘거연정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주자가 쓴 시 ‘정사’(精舍)의 구절에서 따왔다. ‘주자가 무이산에 들어가 무이정사를 짓고 살며 풍광을 노래’한 시다. 거연정은 계곡의 바위에 올려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흐르는 푸른 물과 천 가지 모양의 바위들, 주변을 두른 푸른 소나무들도 함께 어울려 완성한 예술 작품 같다”는 표현이 여운을 준다.

<빈빈 책방·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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