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 이시 히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전체메뉴
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 이시 히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미생물과 인간, 감염병과 숙주의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
2023년 03월 31일(금) 14:00
“우리는 과거에 되풀이된 감염병 대유행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조상’의 자손이다.”

도쿄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던 이시 히로유키의 말이다. 그는 국제 협력사업단에 참여했으며 동·중 유럽 환경센터 이사 등을 겸임한 바 있다. 국제연합 글로벌 500상·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영향력 있는 저술가다. ‘지구 환경 보고’, ‘명작 속의 지구 환경사’ 등의 책을 펴냈으며 지구 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시 히로유키가 펴낸 ‘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는 재미있고 쉬우며 독창적이다. 그는 ‘생명이 지속되는 한 미생물·바이러스와 인간, 감염병과 숙주의 ‘술래잡기’는 끝나지 않는다’고 본다.

사실 지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감염병의 역사라 해도 무방하다. 각 세기를 상징하는 대유행이 이를 뒷받침한다. 14세기의 페스트를 비롯해 17~18세기 천연두, 19세기 콜레라와 결핵 그리고 20세기 인플루엔자 등이 그렇다.

코로나 팬데믹은 지난 3년 우리 모두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실제 그렇다고 믿는다. 그러나 팬데믹 시대는 “내 몸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뼈저린 깨달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저자에 따르면 감염 폭발의 트리거는 도시화였다. 산업혁명 후 상하수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구가 도시에 밀집되면서 콜레라가 번졌다. 오염된 물이 원인이었다. 과밀해진 도시일수록 천연두와 결핵, 인플루엔자, 코로나는 확산됐다. 사람과 사람의 비말과 공기, 접촉을 매개로 대규모 감염이 일어났다. 오늘의 도시가 결코 바이러스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염이란 언급한 대로 “미생물이 사람과 동물 등의 숙주에 기생해 증식하는 현상”을 이른다. 이로 인해 미생물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감염병’이라 하며 공적으로 통일됐다. 인간이 면역력을 높이고 방역체계를 강화하면 이에 맞서 미생물도 대응 수단을 강구한다.

저자는 “우리가 질병과 필사적으로 싸우듯 미생물도 약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고 강력한 독서을 가진 계통으로 교체하며 판세를 뒤집기 위해 싸워왔다”며 “인간과 미생물의 ‘군비 확장 경쟁’”이라고 규정한다.

산업혁명 직후부터 19세기 초까지 오물로 뒤덮인 런던은 콜레라의 온상이었다. <사람과나무사이 제공>
또한 저자는 미생물·바이러스와 인간, 감영병과 숙주의 관계를 야구 경기로 치환해 설명한다. 즉 ‘투수와 타자의 관계’라는 것이다. 병원체는 숙주의 약점을 찾아내 공을 치지 못하도록 던지는 투수인 반면, 인간은 새로운 투구법에 맞서 공을 치려 노력하는 타자라는 의미다. 이 관계는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항생물질을 투여하면 대부분 세균은 사멸하지만 이중에는 내성을 갖게 된 세균이 있기 마련이다. 세균은 항쟁물질을 무력화하기 위해 효소를 만들어 자신의 유전자 구조를 바꾼다. 일종의 숙조 공격에 대비한 변신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승자는 대부분 미생물이다.

인간은 대략 30년에 걸쳐 한 세대가 교체되지만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진화는 인간의 50만~100만 배 빠르다는 게 정설이다. 1940년대 페니실린이 보급돼 항생물질로 각광을 받았지만 얼마 후 페니실린에 듣지 않는 내성균이 출현했던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이를 ‘수평전이’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비내성균이 다른 균에게서 유전자를 수용하기 때문에 특효약을 무력하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언급한 대로 도시는 편리와 직장 등 여러 이점을 주지만 부가적인 문제를 발생한다. 육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가축의 대량 사육은 질병을 낳았고, 급기야 종의 경계를 넘어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해진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은 지금까지 30~40년 정도 주기로 발생했다. 그러나 1968년 ‘홍콩독감’ 이후 40년 넘게 대유행이 일어나지 않았다. 물리학자인 데라다 도라히코의 명언을 빌리면 “잊고 있던 것들이 돌아오고 있다.” <사람과나무사이·1만9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