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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일으켜 세운 청어…그림 속 경제 이야기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이강희 지음
2022년 11월 04일(금) 08:00
날것을 즐겨 먹지 않는 유럽인들도 굴만큼은 열광했다. 로마시대부터 이어온 전통으로, 굴은 최고의 사치품이었고 귀족과 부르주아들의 전유물이었다. 장 프랑수아 드 트로이의 ‘굴요리와 함께하는 오찬’(1734)은 귀족들이 굴을 ‘흥청망청’ 즐기는 장면을 잘 보여준다.

또 하나의 그림, 네덜란드 작가 얀 스테인의 ‘굴을 먹는 소녀’는 네덜란드의 국력이 인근 국가에 비해 강했음을 보여준다. 굳이 귀족이 아니어도, 평범한 가정의 소녀가 굴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부의 절대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는 지금의 유럽 경제를 만들어낸 역사속 장면들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20년 넘게 금융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이강희다.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유럽 부의 지도를 그려나간 재화’에서는 유럽의 경제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바꾸어 놓은 재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네덜란드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청어’ 덕이었다. ‘진주 귀고리 소녀’로 유명한 네덜란드 작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델프트 풍경’ 속에는 청어를 전문적으로 잡는 배 ‘부스’가 정박된 모습이 묘사돼 있다. 깊숙한 발트해에서 살던 청어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북해로 오자 네덜란드인은 기회를 잡기 위해 부스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책에서는 왜 아이슬란드와 영국이 ‘대구’ 때문에 전쟁까지 벌여야 했는지, ‘은’을 통해 아테네는 어떻게 고대 그리스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또 루벤스가 동시대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다작을 할 수 있었던 비결로 ‘분업화’를 꼽으며, 제조업의 혁신을 낳은 분업화를 통해 자본주의 속성을 설명한다.

그밖에 독일 부의 기반이었던 ‘맥주’, 대항해시대의 신호탄이 된 ‘후추’에 대한 이야기가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펼쳐지며 목재, 커피, 용병, 정보력, 소금, 올리브 등에 대한 내용도 다룬다.

2부 ‘유럽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사건’에서는 네덜란드 경제를 뒤흔든 튤립버블과 이를 다룬 얀 브뤼헐의 ‘튤립버블에 대한 풍자화’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사탕수수는 세상을 피와 달콤함으로 물들였다. 노예무역을 번성시켰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노예무역은 더욱 기승을 부렸고, 윌리엄 클라크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노예들’,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 등의 작품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 세계 최초의 자유무역지대인 한자동맹의 탄생, 유럽을 구한 농업혁명, 패권의 대이동을 가져온 칼레해전 등도 다룬다.

<인물과 사상사·1만8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