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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가 착해 보여요-강진주 시인
객관화되고 일반화된 풍경 다룬 60여편 수록
2022년 10월 23일(일) 18:35
광주 출신 강진주 시인이 첫 시집 ‘이 도시가 착해 보여요’(상상인)를 펴냈다.

모두 60여 편의 시들은 감정을 자제한 “객관화되고 일반화된 풍경”을 다룬 작품들이 다수다. 오민석 문학평론가의 표현대로 “서정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서정시와 다른 지점”이 바로 강 시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그런 관계로 강 시인의 시들은 지나친 과장이나 감정의 과잉이 없다. 자유분방하지만 그렇다고 어떤 경계를 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시각과 정조는 더한 슬픔을 자아내게 하는 역설의 힘을 가지고 있다.

시인의 시 가운데는 개인의 아픔이나 상실과는 다른 역사적 상흔을 토대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작품도 있다.

“펼치면 다 드러날 것이 두려운지 아무도 말이 없네요/ 컴컴한 우물에도 빛이 들 듯 완벽한 비밀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진저리 친 기억을 손에 꼭 쥐고 나비의 날개가 가벼워지기를 기다려요// 이제 같이, 라는 말은 생경해요/ 환하게 뚫린 너릿재 터널에서 무수한 총알이/ 통학버스 속으로 날아들 때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어요…”

위 시 ‘엄마, 나 여기 있어요’는 너릿재 터널을 형상화하고 있다. 80년 5·18 당시 많은 시민군과 민간인들이 공수부대원에 의해 희생을 당한 곳이다. 시의 화자는 그 자리에서 희생된 여학생이다. 화자가 엄마를 향해 거는 말은 사실은 당시에 또는 오늘 살아 있는 이들을 향한 곡진한 말걸기가 아닐 수 없다.

오민석 평론가는 “‘진저리 친 기억’이 시인의 기억으로 그대로 전이되면서 시인의 뼈 아픈 ‘슬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평한다.

한편 조선의 시인은 추천사에서 “시어는 말랑말랑하지만 단단하고 치밀한 문맥과 은유가 만만치 않다. 빈틈조차도 견고한 윤곽이 있고 선명성이 있어 가독성이 배가 된다”고 말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