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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색, 빛의 언어악셀 뷔터 지음, 이미옥 옮김
色은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이자 언어이며 과학이다
2022년 05월 28일(토) 08:00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경험은 우리에게 모든 색이 저마다 특별한 기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순수 추상화로 20세기 미술사의 혁명을 이루었던 러시아 화가 카실리 칸딘스키는 “색은 도처에서 인간의 눈길을 사로잡고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감정, 사고, 판단력에 영향을 끼치는 위력을 발휘한다. 색은 우리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숨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색이 직간접적으로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색으로 가득 차 있다. 눈을 뜨고 잠 들 때까지 우리는 색의 세계로부터 떠날 수 없다. 저마다의 색들은 인간에게 색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며 심리에 작용을 한다. 색으로 인해 차분해지거나 들뜨기도 하며, 더러는 색으로 인해 화가 나기도 한다.

색은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인지활동과 관련된 정보 전달을 매개한다. 세계적인 컬러공학자이자 색채심리학자인 악셀 뷔터는 “색은 감정, 생각과 행동에 너무 강력한 힘을 행사하므로, 우리는 색에 의해 매우 단순하게 조정당한다”고 말했다. 한 예로 사람들은 신선한 자연 식품을 선호하는데, 그것의 품질을 자연스러운 색에 의해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색은 과학이자 문화, 언어이자 암호이기도 하다. 최근에 악셀 뷔터가 펴낸 ‘색, 빛의 언어’는 과학과 심리학, 예술과 문화사를 아우르는 색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독일 부퍼탈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색이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방증이다.

저자는 먼저 색의 7가지 생물학적 기능에 주목한다. 인간과 동물은 반사적으로 ‘경고색’에 반응한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말벌이 다가올 때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물러서는데, 이는 검정-노랑의 조합이 회피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경고색 사례는 나비와 같은 곤충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비의 날개에 있는 점은 “쫙 찢어진 눈을 모방한 것”으로 보호 기능과 관련된 일종의 위장술이다. 젖뱀이나 남미 돼지코뱀 같은 뱀 종류도 두려움을 유발하기 위해 “고농도의 독을 지닌 산호뱀의 검정-흰색-빨강 색채코드”를 활용한다.

색의 아름다움은 구애의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공작 암컷이 수컷의 화려함에 반응하는 것은 진화생물학과 무관치 않다. 이른바 좋은 유전자 가설인데, 이때 색은 유전자코드의 명함으로 설명된다. 수컷의 화려한 복장에 수놓아진 눈의 숫자와 면적이 후손이 생존할 확률과 연계된다는 것이다.

13가지 기본색의 문화적 의미와 기억, 상징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색에 대해 더 빨리 또는 오랫동안 그리고 강렬하게 인지한다. 자연현상의 경험과 연계되며, 색의 상징과 맞물리는 지점이다.

흰색은 모든 생명의 근원에 존재한다. 신성, 완전함, 불멸의 개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러한 믿음은 종교의 빛형이상학에 반영돼 있다.

검은색은 ‘사악한, 드라마틱한, 암시적인, 다가갈 수 없는’ 의미를 드러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둡고 회색을 띠거나 푸르스름한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돼 있으면 우울증 전조를 알리는 징후다.

전 세계 문화에서 생명과 미(美), 성(性)을 상징하는 색은 빨간색이다. 빨간색이 지닌 유혹의 힘은 오래된 립스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수메르에서 발견된 입술연지는 붉은색 황토안류를 섞어 바르는 입술연지로 5000년 이전부터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녹색은 자연스러움과 건강을 상정하고 파란색은 진실과 무한 등을 상징한다. 빛을 발하는 느낌을 주는 노란색은 활발함과 명랑을, 갈색은 신뢰와 쾌적함을 드러내는 한편 편합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 또한 여성적인 분홍색, 이국풍의 오렌지색, 신비한 보라색 등 색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흥미로운 이야기도 펼쳐져 있다.

<니케북스·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