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능묘·민속…조선시대 불교미술을 다시 보다 -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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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능묘·민속…조선시대 불교미술을 다시 보다 -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유홍준 지음
2022년 05월 22일(일) 09:00
“‘나주 불회사(佛會寺)의 돌장승’(국가민속문화재 11호)는 우리나라 동장승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뛰어난 조각이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사찰장승이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상을 닮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얘기다. “사실적인 박진감과 전형성”이 느껴지고 친근하다. 유 교수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이마가 불거진 형상의 할아버지상(하원당장군)은 동그란 눈에 양 볼이 불거지고, 일자로 꽉 다문 입 사이로 다 빠지고 남은 이 두 개가 삐져나오고, 턱 밑 긴 수염이 마치 머리댕기를 닿듯이 엮어 내려졌다. 할머니상(주장군)은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이가 다 빠졌는데, 오므린 입가의 맑은 표정이 한없이 인자한 인상을 풍긴다.”

유 교수는 장승에는 전통 미술과는 다른 민족미술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본다. 장승은 형식에서는 소박한 아름다움, 내용에서는 ‘삶의 생명력’을 지닌다. 특히 지배층 문화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장승은 “생산층의 공동체 문화가 낳은 예술적 소산”으로써 “생산 과정의 협업, 풍요·다산·액막이·수호신 등 농업 생산자들이 자연에 대해 갖는 감정과 정서, 그리고 그들이 희구하는 정당하고 소박한 신앙”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나주 불회사 돌장승인 할아버지상(왼쪽)과 할머니상은 우리나라 돌장승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최근 발간된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는 조선 민속미술을 비롯해 조선의 건축, 불교미술, 능묘조각을 아우른다. 이번 권의 특징은 그동안 미술사에서 소외됐던 분야를 전면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미술사의 사각지대를 소환했다.

전통적인 미술사는 건축, 조각, 회화, 공예 순으로 기술된다. ‘한국미술사 강의’ 1권과 2권은 이 체제를 따랐다. 그러나 조선 미술사는 왕조의 단선적 흐름으로만 전개되지 않았다. 왕실과 양반 문화와는 다른 불교미술, 민속미술이 따로 존재했다. 저자가 이번 책에서 이를 개별의 장으로 다룬 것은 그 때문이다.

먼저 조선의 건축은 유교국가 이념을 체현하는 방편이었다. 유교 경전에 따라 종묘와 사직 궁궐을 배치했는데, 있는 그대로 답습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물줄기 등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변용했다. 조선의 설계자인 정도전의 말을 빌리자면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게’ 조성했다. 우리 고유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것이 종묘이며 궁궐 중에서는 창덕궁이다.

민가 건축의 대표는 서원과 양반주택이었다. 전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고유한 양식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후자는 선비 정신이 투영된 건축물이다. 풍류를 위해 지은 정원과 원림, 누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조선 건축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숭유억불이 말해주듯 조선에서 불교는 억압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태조, 세종, 세조 등은 불교를 존중했고 왕실의 여인들은 불교를 신뢰했다. 특히 명종의 모친인 문정왕후 시기는 불교가 중흥기를 맞기도 했다. 회암사 무차대회의 화려한 금니 불화, 채색불화를 비롯해 왕실과 종친이 발원해 그려진 ‘도갑사 관음32응신도’, ‘안락국태자경변상도’ 등은 그러한 예다.

저자는 조선의 불화가 고려의 그것에 비해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다른 관점을 취한다. 조선불화는 고려의 그것과 비교할 때 서사적 구성과 개성을 택했다는 논리다. 조선 후기 감로탱과 팔상도, 시왕도 등 불화들은 각기 그 목적에 맞는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능묘조각은 망자의 동반자이자 수호자다. 석물조각은 대표 왕릉에서 찾을 수 있는데, 법전의 규정에 근거해 세워졌다. 왕릉 앞에는 문신석과 무신석 그리고 석마가 세워졌고 왕릉 주위로 벽사(귀신을 물리침)의 의미를 담아 석호(石虎)와 석양(石羊)을 세웠다. 유 교수는 국초에는 간결하고 사실적인 조각이었지만 점차 석물이 커지고 과장되는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

한편 저자는 “완벽한 미술사 체제라고는 생가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미술사는 그 넓이와 깊이를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눌와·3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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