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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몽구 시인 ‘라이더가 그은 직선’ 펴내
묵묵히 살아온 이들의 일상
2022년 05월 10일(화) 22:10
무엇보다 “시는 내 마음의 닻이다”라는 시인의 말이 눈에 띈다. 어느 때든 마음을 정박할 수 있는 ‘도구’라는 의미다. 시인은 말한다. “겉만 화려한 것 짜릿한 것들에 이끌려 망망대해를 떠돌 때마다 내 정신의 본적지로 돌려보낸다”고. 시를 쓰는, 시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집 ‘십자가의 꿈’으로 알려진 박몽구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라이더가 그은 직선’(시와문화·사진)를 펴냈다.

이번 작품집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며 깨달은 심상을 그린 작품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외적인 화려함보다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온 이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머그잔’, ‘배낭’, ‘텐테이블’, ‘수국’, ‘송정리역’ 등 친숙한 소재들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시가 늘 우리 삶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천정 모른 채 치솟는 아파트/ 밀린 월세 임대료/ 출구를 닫은 채 올라가는 대학 등록금/ 반지하 방에서 기다리는 어린것들/ 등에 업은 채 달리는/ 그의 휜 허리를 읽어주는 사람은 없다// 매연으로 막힌 길 아닌/ 먼 시간의 꼭짓점들을/ 직선으로 잇던 궤도 이탈하여/ 몇 뼘 남지 않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한 줄기 붉은 피/ 아직 따뜻하다”

표제시 ‘라이더가 그은 직선’은 배달을 하는 어떤 이의 일상을 포착한 작품이다. 도심 빌딩숲을 내달려야 하는 라이더의 어깨에는 삶의 무게가 놓여 있다. 짧은 이야기처럼 그려진 작품은 라이더로 대변되는 수많은 소시민들의 삶을 대입해도 무방하다. 작품에 내밀하게 드리워진 화자의 목소리는 물질의 가치로만 재단되는 오늘의 사회를 향한 경고처럼 들린다.

한편 박몽구 시인은 전남대 영문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시집 ‘십자가의 꿈’, ‘단단한 허공’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