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숨빛 닮은 ‘오방색’ 인간세계 물들이다
‘오승윤 :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
내년 1월18일까지 ACC복합전시관
시기별 대표작 30점·판화 7점 전시
내년 1월18일까지 ACC복합전시관
시기별 대표작 30점·판화 7점 전시
![]() ‘흰 과꽃’ |
기존에 봐왔던 무등산은 없다. 화면 속 무등산은 신비로움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산의 형태는 단순화돼 있고, 다양한 생명체는 경계 없이 어우러져 있다. 화면을 유영하듯 움직이는 새와 물고기, 사슴, 꽃 등은 ‘따로 또 같이’ 오묘한 질서 속에 편입돼 있다.
오승윤 화백(1939~2006)의 ‘풍수 무등산’은 보는 이에게 영감을 준다. “아 무등산을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경이로움을 갖게 한다.
작가가 구현한 무등산에서 소외된 생명체는 없다. 대립과 반복도 없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존중받으며, 무등산은 그 모든 것을 넉넉하게 품어준다. 청색, 흰색, 붉은색, 검은색, 황색 등 오방색이 발현하는 한국적 색채와 미감은 보는 이의 감성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한국 구상회화를 대표하는 오승윤 화백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ACC(전당장 김상욱)에서 개막해 내년 1월 18일까지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 주제는 ‘오승윤: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
전시실에는 오 작가의 주요 시기별 대표작 30점을 비롯해 판화 7점 등 총 37점이 걸려 있다. 2점의 구상 회화를 시작으로 지난 1996년 모나코 국제현대미술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던 ‘회상’ 등이 관객을 맞는다.
오 작가는 한국의 인상주의화가 오지호 화백의 둘째 아들이다. 개성에서 태어나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한 그는 독창적인 색채, 화면 구성으로 한국회화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것은 우리 것,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다. 한국적인 풍경을 화폭에 투영하려 했던 고심의 흔적과 깊은 사유가 읽힌다.
“예술은 내 삶의 목적이다. 내 작품의 영원한 명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이며 평화이다. 풍수 사상은 우리 민족의 자연관이며 삶의 철학이요 신학이다.”
작업노트에 적힌 글은 그가 지향했던 예술 세계가 집약돼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은 ‘가장 자신다운 것’이었으며 ‘가장 자연적인 것’이었다.
오방색은 강렬한 색감으로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오 화백의 오방색은 정겹고 따스하며 친근하다. 오랜 사유와 정진이 투영됐다는 방증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전해온다.
생전의 그는 “오방정색은 우리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위대한 색채 문화이며 영혼이다”며 “단청은 자연의 법칙인 음양의 화합이며 하늘이 내린 색채이다”고 했다.
1996년 모나코 국제현대미술전 수상작 ‘회상’은 중심에 여성을 초점화한 작품이다. 화면을 채운 학, 오리, 거북이, 해, 달 등은 상징적 메시지로 연계된다. 한국적 여성이 내재하는 지혜와 생명, 자연으로 대변되는 질서와 조화 등 평소 ‘예술을 통해 자연과 인간은 본래의 순수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작가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다.
‘대한’이라는 작품은 오방색으로 대변되는 작가의 화풍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70년대 초반 작품으로 추운 겨울 얼음낚시를 하는 노인을 형상화한 것. 오늘날과는 다른 추위 강도를 푸른 그림자로 표현해 현장감과 생동감을 준다. 오방색 그림을 그리기까지 작가의 화풍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밖에 전시실에서는 물결마저도 신비로운 ‘물고기’, 제5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바람과 물의 역사’도 만날 수 있다.
김상욱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의 삶과 자연의 본질을 예술적 가치로 승화시킨 오승윤 화백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며 “각각의 그림이 주는 감성적 메시지를 저마다 해석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승윤 화백(1939~2006)의 ‘풍수 무등산’은 보는 이에게 영감을 준다. “아 무등산을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경이로움을 갖게 한다.
한국 구상회화를 대표하는 오승윤 화백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ACC(전당장 김상욱)에서 개막해 내년 1월 18일까지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 주제는 ‘오승윤: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
![]() ‘물고기’ |
오 작가는 한국의 인상주의화가 오지호 화백의 둘째 아들이다. 개성에서 태어나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한 그는 독창적인 색채, 화면 구성으로 한국회화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것은 우리 것,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다. 한국적인 풍경을 화폭에 투영하려 했던 고심의 흔적과 깊은 사유가 읽힌다.
“예술은 내 삶의 목적이다. 내 작품의 영원한 명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이며 평화이다. 풍수 사상은 우리 민족의 자연관이며 삶의 철학이요 신학이다.”
작업노트에 적힌 글은 그가 지향했던 예술 세계가 집약돼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은 ‘가장 자신다운 것’이었으며 ‘가장 자연적인 것’이었다.
오방색은 강렬한 색감으로 자칫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오 화백의 오방색은 정겹고 따스하며 친근하다. 오랜 사유와 정진이 투영됐다는 방증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전해온다.
![]() ‘오승윤: 풍수의 색, 생명의 선율’전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복합전시6관에서 내년 1월 18일까지 열린다. |
1996년 모나코 국제현대미술전 수상작 ‘회상’은 중심에 여성을 초점화한 작품이다. 화면을 채운 학, 오리, 거북이, 해, 달 등은 상징적 메시지로 연계된다. 한국적 여성이 내재하는 지혜와 생명, 자연으로 대변되는 질서와 조화 등 평소 ‘예술을 통해 자연과 인간은 본래의 순수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작가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다.
‘대한’이라는 작품은 오방색으로 대변되는 작가의 화풍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70년대 초반 작품으로 추운 겨울 얼음낚시를 하는 노인을 형상화한 것. 오늘날과는 다른 추위 강도를 푸른 그림자로 표현해 현장감과 생동감을 준다. 오방색 그림을 그리기까지 작가의 화풍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밖에 전시실에서는 물결마저도 신비로운 ‘물고기’, 제5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바람과 물의 역사’도 만날 수 있다.
김상욱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의 삶과 자연의 본질을 예술적 가치로 승화시킨 오승윤 화백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며 “각각의 그림이 주는 감성적 메시지를 저마다 해석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