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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능가하는 차세대 ‘웹 망원경’ 24일 우주로 향한다
38만㎞거리 호박벌 열까지 감지… 제작기간 17년 100억달러 투입
육각형 주거울 미세 조정·과학장비 점검 6개월 뒤 본격 관측 업무
2021년 12월 21일(화) 23:00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주 거울.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0배 뛰어난 성능을 가진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향한다.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캐나다 우주국이 개발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이 오는 24일(미국 동부시간) 프랑스령 기아나 쿠오루의 유럽우주국(ESA) 우주센터에서 아리안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지난 2004년 건조를 시작한 지 17년 만이다.

기존 우주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허블 망원경은 지난 1990년 발사돼 당초 15년 정도 수명을 가질 것으로 설계됐으나, 5차례 우주비행사들의 수리를 받으며 수명의 두 배 이상 운용돼 왔다. 1980년대 기술로 개발된 컴퓨터 모듈이 아직도 설치돼 있는 등 차츰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웹 망원경은 노후화된 허블 망원경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포착 가능한 파장부터 해상도까지 100배 이상 강화된 성능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비밀을 시원하게 파헤쳐 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웹 망원경 제작 계획은 지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블 망원경의 수명이 다했을 때 곧바로 교체할 수 있는 망원경을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이름의 ‘제임스 웹’은 NASA 제2대 국장인 제임스 에드윈 웹의 이름을 따서 지난 2002년 지어졌다. 제임스 국장은 미국의 달 탐사 작전 ‘아폴로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본격적인 개발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NASA와 유럽, 캐나다 등 14개국 과학자와 기술자 수천여명이 웹 망원경 건조에 참여했으며, 41개국 과학자가 가동 첫 해에 관측시간을 배정 받았다.

웹 망원경 탑재와 로켓 발사 관련 부분은 ESA가 담당하고 있다. ESA는 웹 망원경에 장착된 근적외선분광기(NIRSpec)와 중적외선장비(MIRI) 일부도 제공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웹 망원경 총 관측 시간의 15%를 할당받았다.

캐나다우주국(CSA)도 정밀유도센서(FGS) 등의 장비를 제공하는 대신 관측시간을 배정받았다.

최초 발사 목표는 2007년이었지만, 발사 계획은 계속 미뤄졌다. 이달에도 18일 발사될 예정이다가 우주발사체에 탑재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해 22일로 연기됐고, 이마저도 웹 망원경과 발사체 간 교신에 재차 문제가 생기며 한 차례 더 연기됐다.

웹 망원경은 5년에서 최대 10년 이상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프랑스령 기아나 쿠오루의 ESA 우주센터에서 발사체에 탑재되기 전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역대급’ 고해상도·고성능 망원경

기존 허블 망원경은 115∼2500㎚(나노미터) 파장을 포착, 가시광선과 자외선, 근적외선을 관측했다. 반면 웹 망원경은 600∼2만 8800㎚ 파장의 근적외선 및 중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파장이 길수록 우주 먼지와 가스를 뚫고 더 멀리 갈 수 있으므로, 웹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보다 시야가 훨씬 넓은 셈이다.

주 거울의 직경도 6.6m로, 허블 망원경 2.4m보다 훨씬 크다. 이 거울은 지름 1.32m의 육각형 거울 18개를 하나의 거울처럼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그만큼 해상도도 높은데, 이론적으로 지구에서 38만여㎞ 떨어진 달에 날아다니는 호박벌의 열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주 거울의 육각형 거울은 금으로 코팅된 베릴륨으로 구성됐다. 베릴륨은 가볍고 단단하며 초저온 상태에서도 형태가 잘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 거울 겉면을 둘러싼 금 도금은 적외선을 부 거울(0.74m)로 잘 반사하기 위한 것으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수준인 원자 700개 두께다.

적외선 망원경은 미세한 열 신호를 포착해야 해 태양광 및 태양열을 잘 차단해야 제 성능을 발휘한다. 웹 망원경에는 폴리이미드 필름을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차광막을 5겹 갖추고 있다. 차광막은 테니스코트 크기(21×14m) 크기로, 두께는 바깥쪽이 0.05㎜, 안쪽이 0.025㎜다. 차광막 바깥은 최대 125도까지 올라가지만, 안쪽은 영하 235도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한계를 넘어라’ 맡은 임무도 다양

웹 망원경이 맡은 역할도 막중하다.

웹 망원경은 기존 망원경이 미처 관측할 수 없었던 숙제들을 풀어나가는 중요한 열쇠다. 인간은 아직 태양계 행성이나 위성, 다른 별의 외계행성과 1세대 은하 등 많은 것을 관측하지 못했다.

첫 주요 목표는 초기 우주의 1세대 은하를 최대한 멀리까지 관측하고, ‘재이온화 시기’(Epoch of Reionization)를 분석하는 것이다. 재이온화 시기는 빅뱅 이후 이어진 암흑시기에 우주를 채우고 있던 중성 수소 및 헬륨이 1세대 별의 고에너지 빛의 발산으로 이온화하는 시기다. 웹 망원경은 시기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됐는지를 파악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이어 1세대 은하부터 가장 가까운 은하까지 모든 단계의 은하를 관측·비교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할 계획이다. 또 은하의 분포를 통해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의 실체에도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중적외선 망원경의 장점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웹 망원경은 먼지와 가스 뒤에 가려진 별 형성 지역을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별의 구성 물질인 먼지 자체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별의 형성 과정과 진화, 행성계 형성 등 비밀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웹 망원경의 분광기를 활용하면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성분까지 파악할 수 있다. 태양계 내에서는 행성·위성뿐 아니라 카이퍼벨트 천체, 혜성, 소행성 등의 표면과 대기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이들을 분석하면 다른 별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존재하는지, 태양계는 다른 행성계와 얼마나 비슷한지 등을 짐작할 수 있다.

◇배치 과정만 한달…가장 크고 섬세한 작업

웹 망원경이 우주로 무사히 발사되면, 27분 뒤 아리안5호 로켓과 분리된 뒤 태양광 패널과 통신용 안테나를 전개한다. 웬만한 위성은 이 단계를 거치면 우주 배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지만, 웹 망원경은 이때부터 진짜 고비가 시작된다. 차광막을 펼쳐 핀으로 고정하고 양쪽으로 3개씩 접은 주 거울의 육각형 거울을 펴는 단계가 남았기 때문이다.

웹 망원경은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목표 궤도에 도달한다. 목표지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2라그랑주점’(L2)지점이다. L2지점은 지구에 가려 태양이 보이지 않는 자리로, 항상 밤인 지역만 마주하고 있어 태양열을 피하고 심우주통신(DSN)에도 유리하다.

이 지점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웹 망원경은 한 달간 50차례에 걸쳐 배치 활동을 벌인다. 전개 및 178차례의 방출도 진행하는 등 단일 미션으로는 역대 가장 복잡한 우주배치 작업이다. 배치 과정에서 하나라도 잘못되면 약 100억 달러(11조 8500억원)가 투입된 웹 망원경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어 주 거울을 미세조정하는데 필요한 근적외선카메라(NIRCam)가 잘 작동하도록 기기 주변 온도를 낮춘다. L2 궤도로 오는 과정에서 태양 빛 차광막을 펼쳤지만 작동 가능 온도로 낮추려면 다시 한 주가 걸린다.

주 거울이 하나의 거울처럼 움직이도록 미세 조정하고 과학 장비를 점검하는 등 약 6개월의 준비를 거치면 마침내 첫 이미지와 분광 결과를 공개하고, 본격적인 관측 임무에 나선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