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티아고’ 순례길…맨드라미·수국이 지친 마음 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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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티아고’ 순례길…맨드라미·수국이 지친 마음 반기네
<17>신안 병풍도·기점소악도·도초도·퍼플섬
병풍도 10월 초까지 맨드라미 활짝
기점소악도 12㎞ 순례길
예수 12제자 상징 예배당 만나
자산어보 촬영지 도초도
200만송이 수국 자태 뽐내
보라색 향연 반월도·박지도
2021년 09월 27일(월) 07:00
퍼플섬은 보라색 섬이라는 의미다. 신안 안좌도에 딸린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를 아울러 퍼플섬이라 부른다. 섬에 들어서면 지붕과 도로, 자동차, 화장실, 안내판 등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퍼플(Purple·보라색)이다. 사진은 반월도의 상징물. <광주일보 자료사진>
신안군은 섬으로 이뤄진 고장이다. 깨끗한 바다와 기름진 갯벌, 아름다운 섬이 어우러진 곳으로 1000개에 이르는 섬 하나하나가 천혜의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교,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가 곳곳에 놓인 데다, 통신 발달로 낙도 이미지는 씻어낸 지 오래다. 사람이 사는 유인도에는 대부분 식당과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여러 섬 중에서 흑산도와 홍도가 잘 알려져 있으며, 출신 인물로는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안좌도)과 바둑 천재 이세돌(비금도)이 특히 유명하다. 가을 초입 9월 하순에 답사할 곳은 신안의 섬들이다. 병풍도와 기점·소악도, 도초도와 퍼플섬(반월·박지도)이다.

◇맨드라미와 신비한 순례길…병풍도, 기점·소악도 = 병풍도와 기점·소악도는 신안군 증도면에 딸린 섬이다. 목포에서 10시 방향으로 26㎞가량 떨어진 해상에 있다. 기점·소악도는 다시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2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3개의 섬으로 다시 나뉜다. 이들 섬은 모두 병풍리에 속하며, 병풍도가 어미섬, 나머지 섬을 흔히 새끼섬이라 이른다.

이들 섬은 밀물 때는 바다에 가로막혀 각기 떨어진 섬이다. 하지만 썰물 때는 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는 하나로 연결된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드러나는 폭 3~4m짜리 노둣길이 섬들을 이어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물로 차량도 지나갈 수 있다.

이 작은 섬들을 잇는 노둣길을 연결하면 한국에서 가장 긴 노둣길이 된다. 병풍도에서 대기점도까지 노둣길은 975m, 대기점도에서 소기점도까지는 217m, 소기점도에서 소악도까지는 373m, 두 개의 소악도를 연결하는 노둣길은 241m로 총 길이 1770m이다. 여기에 병풍도와 연결된 작은섬 신추도까지 놓인 노둣길(210m)까지 합치면 이곳 노둣길의 합은 1980m에 이른다.

어미섬격인 병풍도(屛風島)는 맨드라미로 유명한 섬이다. 섬 북쪽 끝 해안선 절벽(병풍바위)이 병풍과 유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매년 8월부터 10월 초순까지 병풍도는 온통 맨드라미 천지다. 맨드라미 꽃동산을 비롯해 맨드라미 조성지가 12㏊(약 3만6000평)에 달한다. 신안군은 코로나 19 유행 이전까지 매년 9~10월 중 10일가량 ‘맨드라미 축제’를 열어왔다. 올해 역시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축제를 열려고 했으나 취소했다.

맨드라미는 시들지 않는 열정이라는 꽃말처럼 8월부터 10월까지 개화 기간이 길어 강건한 꽃으로 알려졌다. 병풍도 맨드라미 꽃동산에는 어릴 적 흔히 봐왔던 닭벼슬 모양부터 촛불 모양, 여우꼬리 모양 같은 다양한 형태와 여러 가지 색깔의 맨드라미를 접할 수 있다.

병풍도 아래(남쪽)에 위치한 기점·소악도는 순례길로 유명한 곳이다.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한국에는 ‘섬티아고’ 순례길이 있다고 신안군은 홍보한다. 대기점도, 소기점도, 두 개의 소악도 그리고 이들 섬을 잇는 노둣길까지 12㎞가 곧 섬티아고 순례길이며, 이곳에서는 예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만날 수 있다. 12개의 작은 예배당은 지난 2019년 말 완공됐으며, 국내외 작가 11명이 참여했다.

병풍도, 기점·소악도는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압해도 송공선착장(한진해운 061-261-4221)에서 하루 4편 배가 뜬다. 기점·소악도에만 8개의 민박집이 있으며, 사전 전화 예약(061-246-1245)해야 한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기점소악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산어보 촬영지 ‘도초도’, 보라색의 향연 ‘퍼플섬’ = 도초도(都草島)는 목포에서 8시 방향으로 55㎞가량 떨어진 섬이다. 목포항에서 도초도로 배를 타고 가거나, 목포에서 자동차를 배에 싣고 비금도에 도착해 연도교를 이용해 들어가는 방법이다.

도초도는 ‘1004의 섬’ 신안의 무수한 섬 가운데 비교적 큰 섬에 속한다. 면적은 42.34㎢, 국내에서 13번째로 큰 섬으로 꼽힌다. 섬에 들어서면 이곳이 섬인지 육지인지 헷갈릴 정도다. 섬에는 육지에서도 드문 평야가 펼쳐져 있다. 바다 시금치 섬초로도 유명한 섬이다. 광활한 갯벌과 바다에서는 연중 갖가지 해산물이 나오고 뭍이 부럽지 않은 논밭에서는 농작물이 넉넉하게 나와 예로부터 축복받은 섬이라는 말이 자자했다고 한다.

신안군 도초도에 조성된 수국공원 13㏊(약 4만평) 부지에는 수국 14만본과 애기동백 3000주 등 다양한 수목이 심어져 있다. 매년 여름부터 가을 초입까지 형형색색의 수국이 자태를 뽐낸다. <신안군 제공>
지금은 도초도 하면 수국공원을 떠올릴 정도로 수국이 유명하다.

13㏊(약 4만평)에 이르는 수국공원에는 매년 초여름부터 가을 초입까지 형형색색의 다품종 수국이 자태를 뽐낸다. 수국 14만본에서 피어난 200만 송이의 수국을 비롯해 애기동백 등 3000주 이상의 다양한 수목이 심겨 있다. 수국이 피어나는 6월 하순 무렵 신안군은 수국축제를 개최해왔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올해는 취소됐다.

신안군은 도초도 여행지로 시목해수욕장, 만년사, 도초 팽나무길,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를 추천한다.

시목해수욕장은 3면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병풍을 쳐놓은 듯한 포근하다.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물이 맑아 여름철 피서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자산어보 촬영지는 도초도 발매리 바다 위 언덕에 자리 잡았다. 영화 속에서 유배 온 정약전(설경구분)이 머물며 자산어보를 집필한 곳이다. 초가집 돌담이 낮게 쌓여있어 더욱 정겹다.

퍼플섬은 보라색 섬이라는 의미다. 안좌도에 딸린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를 함께 이른다. 섬에 들어서면 지붕과 도로, 자동차, 화장실, 안내판 등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퍼플(Purple·보라색)이다. 지난 2015년 전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도 지정됐던 이곳은 ‘퍼플섬’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인기몰이 중이다.

섬에 들어가려면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야 한다.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인 퍼플교다. 두리마을 선착장에서 박지도로 이어지는 547m 길이의 첫 번째 퍼플교와, 다시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연결된 915m 길이의 두 번째 퍼플교가 3개 마을을 연결한다.

박지도(朴只島)는 면적 1.75㎢, 해안선 길이 4.6㎞, 산 정상 높이는 해발 130m인 작은 섬이다. 박씨 성을 가진 이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해서 박지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반월도(半月島) 역시 면적 2.12㎢, 해안선 길이 6.7㎞의 작은 섬이다. 섬 형태가 사방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반달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에 반월도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섬 둘레에 아름다운 바다를 따라 해안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걷기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서 자전거 하이킹도 할 수 있다.

신안의 명물 가을 왕새우.
◇신안의 먹거리와 특산품 = 흑산도 홍어, 우럭, 병어, 전복, 펄 낙지, 왕새우, 간재미 등 자연산 해산물이 사철 풍부하다.

흑산홍어가 특히 유명하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홍어는 술독이 풀리고 장이 깨끗해지는 효능이 있다’하고,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홍어를 임금님께 올리는 진상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흑산홍어는 육질이 찰지고 부드러우며 담을 삭히는 효능이 뛰어나 기관지 천식, 소화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으며 유일하게 삭혀서 먹는 특별한 생선이다. 고단백, 저지방으로 숙취에 효과가 뛰어나며 10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가 가장 제맛을 낸다.

왕새우는 초가을이 제철이다. 서해에서 생산되는 왕 새우는 청정해역인 신안군에서 많이 잡히는데 염분농도가 낮아 타지역의 새우보다 맛이 뛰어나서 횟감이나 소금구이용으로 인기가 높다. 피부노화방지, 인체 내 불순물 제거,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 예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비타민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발육은 물론, 피부미용에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안천일염도 빼놓을 수 없다. 신안군에는 3017㏊의 염전에서 23만t의 소금이 생산된다. 전국 생산량의 70%에 해당하는 양이다. 천일염 주산지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청정 해역과 광활한 면적의 갯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안의 들에서도 각종 농산물이 생산된다.

겨울철에 비금, 도초도 지역에서 재배되는 시금치는 육지의 것에 비해 30∼40% 이상 비싸게 판매될 정도다. 해풍을 받고 자라 당도가 높고 잎과 줄기가 두터워 저장성이 좋기 때문이다. 압해도에서 생산되는 배는 나주배의 명성을 위협할 정도로 고품질을 자랑한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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