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유일 연주자’ 김국주 “탱고에 반했다 반도네온에 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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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유일 연주자’ 김국주 “탱고에 반했다 반도네온에 빠졌죠”
첼로 전공했지만 탱고 매력에 빠져 본고장 아르헨티나로
위초연 씨와 듀오로 활동…피아졸라 100주년 공연 계획
2021년 06월 13일(일) 22:00
반도네온 연주자 김국주 씨
네모난 상자에 단추가 수십 개 달렸다. 얼핏 보면 아코디언과 닮은 것 같기도 한 이 악기의 이름은 반도네온. 반도네온은 70여 개의 건반(키)을 조합해 140여 개 음을 낸다. 주름 통을 모으고 늘리면서 바람을 조절하고, 양쪽 모두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특히 반도네온을 잡은 손의 각도나 주법에 따라 소리가 달라져 같은 곡이라도 매번 다른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도네온은 1800년 경 독일 교회에서 오르간 대용으로 쓰기위해 만들어진 악기예요. 이후 독일 선원 등이 아르헨티나로 이주하면서 반도네온도 아르헨티나로 함께 유입됐고, 현재는 탱고음악의 핵심 악기로 쓰이고 있어요.”

최근 만난 반도네온 연주자 김국주(38)씨의 설명이다.

‘탱고의 영혼’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국민 악기지만 연주자는 쉽게 만날 수 없다. 광주에서 유일하게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그는 최근 열린 아스토르 피아졸라 100주년 기념 공연 ‘재즈 탱고에 빠지다’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에 세션으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사실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첼로를 연주했고 대학에서도 첼로를 전공했다. 졸업 후 ‘연주자’ 되고 싶었지만 첼로를 원하는 무대는 많지 않았다. 그는 첼로 ‘연주자’ 보다는 첼로 ‘강사’ 또는 ‘선생님’이 돼가고 있었다.

결국 그는 첼로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대신 평소 관심을 갖고 공부중이던 탱고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김 씨는 “공격적이고 앙칼진 음색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흥겹지만 쓸쓸하기도 하다”며 “2009년 ‘파고엘 탱고’라는 팀을 만들어 탱고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한계를 느꼈고, 탱고음악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

“다양한 탱고음악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반도네온 연주자를 찾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고상지씨를 알게 됐어요. 상지씨에게 메일을 보냈고, 운이 좋게도 상지씨가 저희 팀과 협업을 흔쾌이 승낙했어요. 메일을 계기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그녀와 같이 연주를 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거죠”

이후 2014년 그는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에밀리오 발까르세 탱고 오케스트라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해 입학시험에 떨어진 그는 2년 후 시험을 기약하며 아르헨티나에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날 지인과 탱고 공연을 보러 나선 공연장에서 에밀리오 발까르세 탱고 오케스트라 학교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비록 학교에서는 아니지만 외부에서 만남을 이어가며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현지에서 직접 전문가들한테 연주를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특히 오라시오 로모라는 선생님과의 추억이 많아요. 그는 아르헨티나에 적응을 잘 못하던 저한테 먼저 연락해주고, 축구도 보러가는 등 그 선생님께 탱고음악도 많이 배웠지만 언어, 문화 등도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유튜브에서만 보던 유명 연주자인 로모가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제 이름을 불러주며 관객들 앞에서 저를 소개해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 그는 에밀리오 발까르세 탱고 오케스트라 학교에 다시 진학하지 않고 귀국해 김국주 밴드를 결성했다. 귀국 당시 그의 손에는 현지에서 산 900만원짜리 반도네온이 들려있었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반도네온을 중심으로 바이올린(표시나), 콘트라베이스(곽다미), 피아노(위초연) 등으로 구성된 김국주 밴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작곡가들의 곡들을 주로 연주하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그는 밴드로 활동하는 동시에 홀로 다양한 공연에 세션으로도 참여했다. 2017년에는 고상지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해 반도네온 듀오 무대를 선보였고, 제주 4·3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기획된 KBS열린음악회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금은 피아니스트 위초연씨와 듀오로 활동중인 그는 반도네온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는게 더 오래 지치지 않고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반도네온 연주자로서 좀 더 단단해지고 발전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퀸텟에서 듀오로 팀을 재구성했다.

그는 올해가 가기 전 피아졸라 100주년을 주제로 한 대규모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며,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무대로 관객들과 만날 생각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음악을 관객분들이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요. 지금은 탱고 뿐 아니라 여러 음악들을 새롭게 연주해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퀸텟, 듀오 등 편성도 바꾸었고요. 올해는 피아졸라 100주년 기념공연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어요.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김국주 연주자 추천 ‘피아졸라 곡 3선’

올해는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탄생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그가 남긴 수많은 곡 중 반도네온 연주자 김국주씨가 추천하는 3개의 곡을 소개한다.

먼저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는 피아졸라의 명곡 중 명곡으로 ‘안녕, 아버지’라는 뜻이다. 김연아 전 피겨 선수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사용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곡으로 피아졸라를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던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써내려 갔던 곡이다. 처연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이다.

‘데카리시모(Decarissimo)’는 탱고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훌리오 데 카로에게 헌정한 곡으로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곡이다.

‘퀸텟 협주곡 (Concierto para quinteto)’은 1971년 당시 피아졸라가 이끌던 퀸텟 멤버들을 위해 발표한 곡으로 평소 밴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컸던 피아졸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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