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도 전남, 코로나·기후위기에 ‘식량 안보’ 버팀목
<16> 농도 전남의 미래 가치
![]()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곡물 교역 차질 등으로 각국이 먹거리 수급 불안정을 겪으면서 농도(農道) 전남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 먹거리 생산 기지 격인 전남은 쌀과 밀 생산량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식량 안보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수확기를 앞둔 화순 이양면 들녘.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기후 변화 속에 불어닥친 감염병 위기로 식량안보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농도(農道) 전남의 가치가 한층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곡물 교역 차질 등으로 세계 각국이 먹거리 수급 및 가격 불안정을 겪으면서 식량 안보 강화에 대한 근원적 고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 먹거리 생산 기지 격인 전남이 쌀과 밀 생산량 전국 1위를 앞세우며 식량 안보 버팀목 구실을 담당하고 정부도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2019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이 45% 수준에 그치는 점은 고민거리다. 농촌 출신 국회의원과 농업 전문가들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비롯한 농가 소득 보장 제도를 갖추는 등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게 식량 자급률 제고와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근원 처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쌀 생산량 전국 1위 전남 ‘식량안보’ 버팀목 = 1일 전남도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전남의 쌀 생산량은 72만6014t으로 추산된다. 전년 생산량 72만4643t 대비 0.2%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배면적은 15만6026㏊로 전년 15만3919㏊보다 1.4% 늘었다.
올해 국내 쌀 총생산량은 363만442t으로 전년 생산량 374만3868t 대비 3%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데다 올해 유난히 자연재해가 잦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쌀 재배면적은 전년 72만9585㏊보다 0.5% 줄어든 72만6180㏊ 수준이었다. 봄철 냉해부터 시작해 폭우를 동반한 장마, 3차례 태풍까지 올해 농촌 들녘이 시종 시름에 잠겼던 것을 고려하면 풍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남의 올해 쌀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20% 수준으로 전남은 국민 주식인 쌀 최대 산지다.
쌀을 비롯해 밀(전국 대비 45%), 고구마(31%), 양파(37%), 마늘(18%), 겨울 대파(97%), 배추(35%), 가을무(17%), 매실(69%), 배(25%), 참다래(36%), 유자(79%), 무화과(93%) 등 13개 품목 재배면적이 전국 1위다.
쌀, 맥류, 두류, 서류(고구마 등), 잡곡 등 식량작물 생산량은 2018년 기준, 100만81t으로 전국 생산량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종류별 생산량은 맥류 5만4946t(전국 대비 42.8%), 두류 1만5897t(15%), 서류 15만5713t(20.8%), 잡곡 7503t(8.3%) 등이다. 명실공히 전남은 국민 식량 생산 기지다.
◇50% 밑도는 식량자급률, 전문가·정치권 경고음 = 농도 전남의 버팀목 구실에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 등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식량자급률은 45.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쌀·보리·콩·조·수수와 같은 사람이 먹는 곡물 절반 이상을 자급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식량자급률은 지난 2015년 50.2%, 2016년 50.8%, 2017년 48.9%, 2018년 46.7%, 2019년 45.8%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9년 식량자급률 45.8%는 2022년 목표치 55.4%에 9.6%p 부족한 것으로 안정적인 식량 수급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품목별 식량자급률을 보면 서류가 105.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주식인 쌀이 92.1%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제2의 주식 격인 밀은 0.7%, 옥수수 3.5%, 콩 26.7%, 보리 47.7%로 다수 품목의 자급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주식인 쌀 자급률의 경우 지난 2016년 104.7%에 달했다. 하지만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2019년에는 92.1%로 2016년에 비해 12.6%p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축들이 먹는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15년 23.8%, 2016년 23.7%, 2017년 23.4%, 2018년 21.7%, 2019년 21.0%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식량 전문가들은 “저조한 식량자급률은 재해를 동반하는 기후 위기와 감염병 위기라는 악재 속에서 국가 식량안보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기후변화와 감염병 위기 등으로 인해 국제 교역이 차질을 빚으면 심각한 식량 안보 위기가 올 것”이라며 “ 국가 식량안보의 핵심은 50%를 밑도는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한 국내 자급률 제고 ▲지역 기반 공급망 육성 ▲수입이 불가피한 품목에 대한 안정적 해외 조달 및 시장대응력 강화 ▲공공 비축농산물의 철저한 관리과 품질 유지 등을 식량 안보 대책으로 꼽고 있다.
◇정치권·농민단체 “농가소득 보장, 농촌 살리기가 해법” = 정치권에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점검을 요구하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투입된 정부 예산이 13조원에 달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10년간 식량자급률 제고 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9개 사업에 농식품부가 투입한 예산만 13조 52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사료용 수요까지 고려한 곡물 자급률은 29.6%에서 21.0%에 그친다. 식용 수요만을 반영한 식량자급률은 56.2%에서 45.8%로 각각 8.6%p, 10.4%P 감소했다. 사업별로는 ▲벼 이외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논 타작물 재배지원 ▲교육·시설 장비를 지원하는 식량작물공동경영제 육성 ▲밀과 콩에 대한 비축지원 ▲논 다른 작물 재배를 지원하는 논이모작 직불 등이다.
서 의원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인 다양한 식량자급률 제고 사업들이 성과가 없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생산농가를 위한 최소한의 소득보장 대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급이 어려운 농산물을 중심으로 막대한 물량의 저율 관세 저가 농산물이 수입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농가에 대한 소득보장 대책 없이는 식량자급을 위한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생산비를 보장하는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과 수입보장보험 확충이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실질적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는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을 국가가 보전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안정에 기여하는 제도다. 수입보장보험은 농가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도록 농작물의 가격 하락분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가입 품목과 인원수가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서 의원은 밝혔다. 서 의원은 지난 6월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골자로 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재차 발의했다.
전남지역 농민단체들은 “감염병 공포는 농산물의 완전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의 교역이 전 세계 식량난을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등 전남 농민단체들은 지난 7일 문재인 정부의 농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농업의 지속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농산물 가격보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공익형직불금 중 선택형 직불금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 예산 편성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다만 국민 먹거리 생산 기지 격인 전남이 쌀과 밀 생산량 전국 1위를 앞세우며 식량 안보 버팀목 구실을 담당하고 정부도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2019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이 45% 수준에 그치는 점은 고민거리다. 농촌 출신 국회의원과 농업 전문가들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비롯한 농가 소득 보장 제도를 갖추는 등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게 식량 자급률 제고와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근원 처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쌀을 비롯한 식량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국가는 위기를 맞는다. 식량 안보 위기다. 그 예는 바로 북한이다. 2019년 10월 지역 농민, 시민단체는 북한 동포에게 보내려고 통일쌀을 수확했지만, 미국의 대북제재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
전남의 올해 쌀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20% 수준으로 전남은 국민 주식인 쌀 최대 산지다.
쌀을 비롯해 밀(전국 대비 45%), 고구마(31%), 양파(37%), 마늘(18%), 겨울 대파(97%), 배추(35%), 가을무(17%), 매실(69%), 배(25%), 참다래(36%), 유자(79%), 무화과(93%) 등 13개 품목 재배면적이 전국 1위다.
쌀, 맥류, 두류, 서류(고구마 등), 잡곡 등 식량작물 생산량은 2018년 기준, 100만81t으로 전국 생산량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종류별 생산량은 맥류 5만4946t(전국 대비 42.8%), 두류 1만5897t(15%), 서류 15만5713t(20.8%), 잡곡 7503t(8.3%) 등이다. 명실공히 전남은 국민 식량 생산 기지다.
◇50% 밑도는 식량자급률, 전문가·정치권 경고음 = 농도 전남의 버팀목 구실에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 등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식량자급률은 45.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쌀·보리·콩·조·수수와 같은 사람이 먹는 곡물 절반 이상을 자급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식량자급률은 지난 2015년 50.2%, 2016년 50.8%, 2017년 48.9%, 2018년 46.7%, 2019년 45.8%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9년 식량자급률 45.8%는 2022년 목표치 55.4%에 9.6%p 부족한 것으로 안정적인 식량 수급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품목별 식량자급률을 보면 서류가 105.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주식인 쌀이 92.1%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제2의 주식 격인 밀은 0.7%, 옥수수 3.5%, 콩 26.7%, 보리 47.7%로 다수 품목의 자급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주식인 쌀 자급률의 경우 지난 2016년 104.7%에 달했다. 하지만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2019년에는 92.1%로 2016년에 비해 12.6%p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축들이 먹는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15년 23.8%, 2016년 23.7%, 2017년 23.4%, 2018년 21.7%, 2019년 21.0%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식량 전문가들은 “저조한 식량자급률은 재해를 동반하는 기후 위기와 감염병 위기라는 악재 속에서 국가 식량안보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기후변화와 감염병 위기 등으로 인해 국제 교역이 차질을 빚으면 심각한 식량 안보 위기가 올 것”이라며 “ 국가 식량안보의 핵심은 50%를 밑도는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한 국내 자급률 제고 ▲지역 기반 공급망 육성 ▲수입이 불가피한 품목에 대한 안정적 해외 조달 및 시장대응력 강화 ▲공공 비축농산물의 철저한 관리과 품질 유지 등을 식량 안보 대책으로 꼽고 있다.
![]() 광주·전남 농민단체가 2014년 9월 30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광주시당을 항의 방문, “정부의 쌀 관세화 WTO 통보는 식량주권 포기이며 죄악이다”고 외치고 있다. 농민들은 수입 농산물 유입으로 농가 소득이 줄어드는 등 농촌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
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10년간 식량자급률 제고 사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9개 사업에 농식품부가 투입한 예산만 13조 52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사료용 수요까지 고려한 곡물 자급률은 29.6%에서 21.0%에 그친다. 식용 수요만을 반영한 식량자급률은 56.2%에서 45.8%로 각각 8.6%p, 10.4%P 감소했다. 사업별로는 ▲벼 이외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논 타작물 재배지원 ▲교육·시설 장비를 지원하는 식량작물공동경영제 육성 ▲밀과 콩에 대한 비축지원 ▲논 다른 작물 재배를 지원하는 논이모작 직불 등이다.
서 의원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인 다양한 식량자급률 제고 사업들이 성과가 없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생산농가를 위한 최소한의 소득보장 대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급이 어려운 농산물을 중심으로 막대한 물량의 저율 관세 저가 농산물이 수입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농가에 대한 소득보장 대책 없이는 식량자급을 위한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생산비를 보장하는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과 수입보장보험 확충이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실질적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는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을 국가가 보전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안정에 기여하는 제도다. 수입보장보험은 농가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도록 농작물의 가격 하락분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가입 품목과 인원수가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서 의원은 밝혔다. 서 의원은 지난 6월 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골자로 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재차 발의했다.
전남지역 농민단체들은 “감염병 공포는 농산물의 완전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의 교역이 전 세계 식량난을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등 전남 농민단체들은 지난 7일 문재인 정부의 농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농업의 지속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농산물 가격보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공익형직불금 중 선택형 직불금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 예산 편성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