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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책]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내가 별임을 한 번이라도…”
다른 별에서 온 어린왕자의 시선으로 본 어른들의 세계
진솔한 문체·동화 같은 이야기, 삶 돌아보는 성찰 기회
황현산·김현·김화영 번역…홈페이지에 독후감 의견 교환
2020년 08월 03일(월) 00:00


오래 전 일본 하코네 ‘어린왕자박물관’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어린왕자’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에 빠져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몇년 뒤 영화를 발명한 뤼미에르 형제 취재를 위해 프랑스 리옹 출장 일정이 잡혔을 때 내심 마음을 뺏긴 건 따로 있었다. 이곳이 생텍쥐페리의 고향이라는 사실에 ‘어린왕자’의 흔적을 찾아봐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의외로 박물관 같은 건 없었다. 생가는 찾지 못했고, 한참을 헤멘 끝에 광장 한 귀퉁이에 서 있는 ‘동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주 높은 단 위에는 ‘어느 별’에서 온 어린왕자가 서 있었고, 바로 앞에는 하늘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비행사 복장의 생텍쥐페리가 앉아 있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 읽어봤을 책이다. 읽을 때마다 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기도 하다. “비밀 하나를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더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등 책에 등장하는 숱한 대사는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됐을 터다.

‘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광주일보와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8월의 책으로 앙투안 말 로제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선정됐다. 1943년 발간된 후 160여개 언어로 번역돼 1억부 넘게 판매된 ‘어린왕자’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삽화가 어우러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저자는 서문에서 “어른들도 다 한 때는 어린애들이었던 것이 아닌가(하지만 그걸 기억하고 있는 이는 썩 드물지만)”라고 썼다.

소설은 다른 별에서 온 어린 왕자의 순수한 시선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사랑하는 장미꽃을 남겨놓고 소행성 B612호를 떠나 지구로 여행을 떠난 어린왕자는 상상 속의 여러 별을 여행하며 많은 이들을 만난다. 권위가 모든 것인 ‘왕’, 찬사만을 바라는 ‘허영꾼’, 술꾼, 사업가, 지리학자, 여우 등을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을 비롯해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는 더 없이 아름답다.

“우리들은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산스럽다. 특급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면서도 무엇을 찾아가는지 모른다. 애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찾는지를 안다. 애들은 인형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고, 그래서 인형은 애들에게 중요한 것이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 혹은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을 찾는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나에게 우물은 무엇인가. 나의 우물은 도대체 내 속 어디에 숨어 있는가. 내가 별을 보면, 별도 나를 본다. 별에게는 내가 별이다. 내가 별임을 한 번이라도 알다 가자.” 최 교수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올해 탄생 120주년을 맞은 생텍쥐페리는 항공회사에 들어가 15년간 우편항공로를 개척했고 이 기간 사막 횡단은 그의 문학 원천이 됐다. 2차 세계대전 발발후 정찰기 조종사로 복무한 그는 프랑스가 함락되자 미국으로 탈출,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인을 위로하기 위해 ‘어린왕자’를 썼다 . 비행중대에 복귀한 그는 1944년 7월 마지막 정찰을 나간 뒤 귀환하지 못하고 행방불명됐다.

‘어린왕자’는 국내의 대표적인 불문학자들이 모두 번역에 나섰다.

신안 출신 고(故) 황현산 평론가는 ‘열린책들’에서 지난 2015년 ‘어린왕자’를 펴냈다. 그는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면서 생텍쥐페리의 진솔한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올해 같은 출판사에서 어린왕자가 장미에게 덮어줬던 유리병 모양의 독특한 판형의 ‘어린왕자’ 리커버 특별판(알라딘 단독 판매)을 발간했다.

목포 출신 고(故) 김현 서울대 교수가 번역한 ‘어린왕자’는 2012년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재발간됐다. 김현은 197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왕자’를 출간했지만 절판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다. 김현은 ‘어린왕자’가 갖고 있는 “예리하고 풍부한 상상력과 아름다운 시적인 문체를 문학의 본령”이라고 생각했다.

‘문학동네’서 나온 김화영 교수의 ‘어린왕자’(2007)는 저자 탄생 백 년을 기념해 출간된 1999년판 ‘폴리오’ 문고본을 번역한 책으로 생텍쥐페리의 삶과 문학적 의미를 풀어낸 ‘어린왕자를 찾아서’(2007)도 함께 펴냈다.

프랑스 리옹의 어린왕자 동상
김현의 번역본을 처음 출간했던 문예출판사는 탄생 120주년을 맞아 정장진 번역으로 ‘어린 왕자: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2019)을 펴냈다. 동화와 함께 개인소장품과 도서관소장품을 모은 백여 개 도판, 작가의 편지, 작가를 기억하는 지인들의 회고록이 담겨 있다. 기존 번역본에 반기를 들고 카뮈의 ‘이방인’ 등에 문제 제기를 했던 이정서 번역본의 ‘어린왕자’는 세움에서 나왔으며 아름다운 삽화를 만끽할 수 있는 팝업북과 쉬운 영어로 쓰여져 영문판도 눈에 띈다.

8월 마지막 주에는 ‘책읽는 개그맨’ 고명환과 최진석 교수가 ‘어린왕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북수다’가 열리며 내용은 광주일보 지면에 지상중계된다. 또 9월 첫주에는 최 교수가 읽은 돈키호테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역시 광주일보 지면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한 모든 내용은 광주일보 홈페이지, 새말새몸짓 홈페이지(www.nwna.or.kr), 페이스북, 유튜브 채널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또 새말새몸짓 홈페이지 게시판에 300자 정도의 독후감을 올려 서로 의견을 나누며 자극을 교환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