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 1월의 책-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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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 1월의 책-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왜곡된 인간의 오만과 이성 풍자
순진한 걸리버 환상 속 나라 여행
18세기 영국 정치 신랄하게 비판
개그맨 고명환과 유튜브 ‘북토크’
2021년 01월 05일(화) 00:00
“순수하고 정의로운 ‘각자의 자신들’이 보는 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고 ‘다른 사람들’의 행태는 짐승보다 못하다. 한탄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탄의 대상인 ‘다른 사람들’과 한탄하는 ‘각자의 자신들’은 입장만 바꾸면 서로 같은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골적인 부패와 타락이 사실은 인간 본성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하다. 이런 지경이라면, 풍자가 아니고서 어떻게 복잡 미묘한 인간에 접근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냉소가 아니고서 어떻게 자신을 내 놓을 수 있겠는가. 냉소와 풍자를 타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숙명처럼 인간의 정면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걸리버 여행기’를 선정하며>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 삽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걸리버 여행기’다. 인간의 12분의 1 크기의 아주 작은 소인국 나라 사람들에게 붙잡혀 수레에 꽁꽁 묶여 실려가는 걸리버의 모습이나, 반대로 거인국에 간 걸리버가 이번에는 커다란 사람들 틈새서 좌충우돌하며 모험을 펼치는 모습은 어린 마음에 응원의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만 발췌·소개돼 아동소설로 분류돼왔다. 잭 블랙 주연의 영화 ‘걸리버 여행기’(2010)나 애니메이션 작품 등도 인기를 얻으면서 온가족이 좋아하는 모험물 정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걸리버 여행기’는 아이들이 읽는 소설이 아니다. ‘소인국’, ‘거인국’, ‘하늘을 나는 섬나라’, ‘말의 나라’ 등을 포함, 모두 4부작으로 구성된 원작은 18세기 영국의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 성인용 풍자소설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군주, 정치가, 귀족, 성직자, 문인, 법률가, 문인들을 풍자하고 인간의 오만과 왜곡된 이성에도 메스를 가한다. 당연히 책은 출간 당시 엄청난 인기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고 신랄한 묘사로 인해 내용이 삭제되거나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영국의 대표적 풍자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가 1726년 출간한 ‘걸리버 여행기’에 대해 ‘1984’ 등을 집필한 조지 오웰은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으며, 다른 모든 책들을 파괴하고 오로지 여섯 권만 골라야 한다면 그 중의 하나로 이 책을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위프트에 대해서는 “평범한 지혜가 아니라 숨겨진 하나의 진실을 캐내 그것을 확대하고 비틀 수 있는, 섬뜩하고 강렬한 비전을 지닌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철학자 최진석과 함께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광주일보와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1월의 책으로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선정됐다. 걸리버의 환상적인 모험담을 통해 부패한 당대의 정치사회와 인간 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걸리버 여행기’는 출간된 지 297년이 넘었지만 수백년의 시간을 건너 여전히 우리 시대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각 장의 주 무대로 등장하는 환상적인 4개 나라는 주인공 걸리버가 각각의 나라에서 다양한 시선과 방식으로 ‘인간’을 탐구하고 탐험하는 유용한 장치가 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청년 걸리버는 환상 속 나라로 떠난 모험을 통해 인간 본성과 본질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산’으로 불리며 인형처럼 작은 사람들과 부대낀 소인국 ‘릴리퍼트’의 삶을 지나 걸리버는 상황이 역전돼 생존에 몰두하며 모험을 거듭하는 대인국 ‘브롭딩낵’에서 수많은 시련을 겪고 통찰을 얻는다.

또 완역본에 등장하는 3부에서는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 이외에 마법사의 나라 ‘글럽덥드립’ 등 다양한 환상의 나라와 일본 같은 실제 나라가 등장하며 ‘한국해(Sea of Korea)’라는 지명도 삽화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마지막 4부인 말의 나라, ‘후이늠’에서는 말이 인간 같은 이성 있는 존재로 그려지며, 야후라 불리는 인간 같은 괴물들이 존재한다.

‘걸리버 여행기’는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완역본인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걸리버 여행기’는 일러스트의 대가 아서 래컴의 삽화를 삽입했으며 초판본을 표지로 삼은 ‘더 클래식’ 출판사의 ‘걸리버 여행기’는 초판본에 등장하는 80여컷의 일러스트를 그대로 실었다.

1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책 읽는 개그맨’ 고명환씨와 최교수가 ‘걸리버 여행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토크 내용은 광주일보와 새말새몸짓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또 2월 둘째주에는 최 교수가 읽은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이야기를 지역 작가 그림과 함께 광주일보 지면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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