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다시 펼쳐지는 추상미술의 미와 그 경계의 확장
동곡뮤지엄 9월 28일까지 기획전 ‘점·선·면·색-추상미술의 경계 확장’
영은미술관과 공동 기획… 회화와 설치, 미디어아트, VR 등 총 37점
영은미술관과 공동 기획… 회화와 설치, 미디어아트, VR 등 총 37점
![]() 보문복지재단 동곡뮤지엄은 오는 9월 28일까지 기획전 ‘점·선·면·색-추상미술의 경계 확장’을 연다. |
![]() 신도원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
![]() 색채화가 고(故) 진양욱 작가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들. |
![]() 진시영 작가가 부친 진양욱 작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구현한 미디어아트 작품. |
보문복지재단 동곡뮤지엄이 오는 9월 28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점·선·면·색-추상미술의 경계 확장’이 그 것.
동곡뮤지엄과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는 회화와 설치, 미디어아트, VR 등 총 37점을 만날 수 있다. 김재관, 남영희, 박승순, 박종규, 고(故) 박철, 고(故) 방혜자, 배미경, 왕열, 유병훈, 하명복, 한연섭, 홍순명, 고(故) 진양욱, 진시영, 신도원 작가의 작품은 저마다 독특한 미를 발한다.
사실 서구의 추상미술은 ‘사실의 재현’이라는 전통적 예술관과는 다른 모더니즘의 한 형태로 발현됐다. 동양에서는 서구보다 훨씬 이전부터 정신에 모토를 두고 형태의 과감한 생략 등을 화폭에 담아왔다. 이번 기획전은 그러한 흐름과 맥락을 연계해 다양한 작품을 확장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지난 1984년 예화랑 개인전을 끝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유작전(1987), 광주시립미술관 회고전(2001), 대담미술관 드로잉전(2016) 등을 통해 회고된 바 있으며 이번 전시는 9년 여만에 그의 회화를 만나는 자리이다.
정영헌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단순히 회고를 넘어, 회화와 미디어아트가 대화하며 세대와 장르를 잇는 현장을 구현했다”며 “관람객들이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과 깊이를 직접 체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모두 2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섹션 1 ‘점·선·면·색-추상미술의 경계 확장’에서는 영은미술관이 선정한 수도권 작가 12인, 광주 신도원 작가의 작품이 출품됐다. 회화와 설치작품 19점은 각각 추상미술의 미학, 그리고 미디어아트로 확장된 새로움을 선사한다. 고(故) 방혜자, 박철, 홍순명 등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100호 이상 대형작품이 눈길을 끈다.
수백 개의 작은 캔버스로 구성된 홍순명 작가의 3M 벽면 설치작품, 미디어아티스트 신도원의 이젤 위 모니터 설치작품과 VR작품 3점이 그것이다. 각각의 작품은 점·선·면·색의 조형 언어로 확장된 동시대 추상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시간의 결, 잇다’를 주제로 한 섹션 2는 진양욱과 진시영 부자의 작품이 주인공이다. 먼저 진양욱 화백이 사용했던 야외 이젤과 1977년작 ‘시가풍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같은 해 제작된 두터운 유화로 옛 마을 풍경을 담은 100호 크기의 ‘개간지’, 색면의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해 색채의 독특한 미감을 표현한 ‘초원’, 청색을 주조로 무등산의 미감을 표현한 ‘무등산’까지 화풍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사용했던 화구, 육필 원고, 일기, 필름 등 아카이브 자료도 전시돼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아들 진시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부친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세상과 마주하게 했다. 그는 진양욱 화백의 색채와 형식을 모티브로 이를 해체·재구성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영상설치작품 6점을 창작한 것이다. 아날로그 회화와 디지털 미디어가 공존하는 작업은 세대를 넘은 예술적 대화이자, 유화로는 더 이상 제작될 수 없는 부친의 예술 세계를 오늘의 기술로 확장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표작 ‘청산의 방’(1984년) 진양욱 화백이 남긴 마지막 작품 ‘청산’을 원전으로, 공간 전체를 깊이 있는 터널처럼 연출한 미디어 설치작품이다. 원작의 청색과 녹색, 그리고 화면을 감싸는 부드러운 필치가 디지털 환경에서 유영하듯 변주되며, 독특한 분위기를 발한다.
전혜빈 전시팀장은 “추상이 선과 색의 조합이 아니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공기를 담고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김정훈 학예실장은 “관람객들이 우수한 추상미술 컬렉션도 감상하고 더불어 지역성과 동시대적 해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무료 전시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