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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주 양림동 ‘러브앤프리’
언제나 느긋한…책과 취향과 공간을 나누다
1층 서점·2층 80~90년대 모습 만남의 공간
책방지기가 자필로 써놓은 책 소개 글 눈길
글쓰기·책만들기·작가북토크 등 행사 다양
2020년 04월 19일(일) 18:52
광주시 남구 양림동에 자리한 ‘러브앤프리’는 1층은 서점, 2층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운영중이다.
최근 개성있는 동네 책방이 지역 문화현장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광주에서 동네 책방을 운영중인 러브앤프리 윤샛별, 책과 생활의 신헌창씨가 직접 우리 지역 동네 책방을 찾아가 서점과 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러브앤프리’ 외관.
예스러운 골목길이 여전한 동네가 있다. 고택, 미술관, 공방 등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근대역사문화마을이라고도 불리고, 동네 어르신들의 걸어가는 뒷모습으로 이름을 딴 펭귄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바로 양림동이다.

양림동을 걸으며 문화와 충족되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동네 서점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슈퍼 앞 평상에 어르신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맞은편에는 손글씨로 쓰인 ‘사랑과 자유’ 입간판부터 눈에 보이는 곳.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청년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 지금 내가 운영하는 서점 ‘러브앤프리’(광주시 남구 천변좌로 418번길 17)다. 올 한해 이 지면을 통해 광주의 개성있는 동네 서점들을 소개할 예정인데 우리 서점 이야기부터 하려한다.



작은 동네 서점의 즐거움은 책방 주인이 직접 큐레이션한 책을 만나는 것이다.
1층 서점의 작은 공간은 책방을 운영하는 내 취향이 드러나는 책들을 분야별로 큐레이션했다. 내가 읽고 좋았던 책, 읽고 싶었던 책, 추천해 주고 싶은 책들이 꽂혀 있다. 개성 강한 독립출판물도 꽤 많다. 서점을 오픈하면서 제목만 읽어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를 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손님들의 제목 읽는 소리가 들리면 괜히 기분이 좋다.



책에서 뽑은 의미있는 구절을 손글씨로 적어놓는다.
서점을 둘러보면 재미난 요소가 있다. 손님들이 러브앤프리의 매력이라 꼽는 건데, 책마다 책방지기의 자필 소개 글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는 거다. 작가의 추천 말, 책 속의 문장, 간략한 책 소개가 깔끔하게 적혀있어 눈이 간다고 한다. 공간에 들어올 때는 무심한 듯한 느낌으로 손님이 책을 집중해서 고를 수 있게 하고, 대신 정성 들여 책 소개 쪽지들을 붙였다. 어떤 날은 책 소개를 열심히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손님이 몰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감사한 손님, 하트 꾹 눌러드렸다)

자필로 쓰인 메모를 읽고 책을 구입해 가시는 분들이 많아서 판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떤 날은 좋은 책인데 판매가 잘 안돼서 메모를 붙여 놨더니 그날 바로 그 책이 나갔다. 종종 책을 구입하면서 쪽지도 주시면 안되냐고 묻는 분들이 더러 있다.



가정집처럼 꾸며진 2층에서는 인문학강좌 등이 열린다.
주인장이 말하기 쑥스럽지만 러브앤프리를 찾는 손님들이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건 2층이 아닐까 싶다. 1층 서점 안쪽 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주택 집으로 된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원래 살던 집의 주택에 가구만 들여놓았다고 하는데 80~90년대의 예전에 우리가 살았던 집의 모습을 그대로 꽃무늬 벽지, 오래되어 삐거덕거리는 나무 유리창, 빈티지한 전축에서 흐르는 음악이 제일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예전 살았던 집을 추억하고, 젊은 세대들은 처음 보는 오래된 주택에 빈티지한 멋을 느끼는 공간이다. 책 읽을 맛이 나는 곳이다. 서점에 왔다가 2층에 와본 손님들은 휴일과 주말이면 조용히 책을 읽고 가신다.

2층에서는 특히, 서점이 문을 닫는 시간인 저녁 7시부터는 다양한 모임들이 열린다. 책과 함께 쉬며,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 삶을 나누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글쓰기 수업, 책 읽기 모임, 영화 모임, 책 만들기 수업 등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사회의 이슈에 맞춰 페미니즘, 비거니즘 관련 프로그램 등도 열린다. 매번 모집 마감이 빠르게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참여하셨던 분들의 재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틈틈이 작가들을 초대하는 북 토크도 열린다.

서점을 열기 전에도 책을 좋아했고 인문학 모임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서점을 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그때 계획했던 서점의 형태 중 하나가 책을 판매하는 공간과 모임 공간의 분리였다. 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여럿이 읽는 게 즐거움이니 그러했던 건데, 현재 꿈을 이룬 셈이다.

2018년에 서점을 오픈해 2년 가까이 되는 지금, 지인에게도 손님들한테 듣는 질문이 있다. “책 하루에 몇 권이나 파세요?” “ 행복하시죠?” “왜 서점을 하셨어요?” 보통 독립서점, 동네 책방의 주인들은 돈벌이와는 상관없이 책 읽으며 한가롭게 일상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다. 한 서점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책 입고부터 유통, 소개와 판매, 인문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 손님맞이 등 이다. 쉽지 않은 일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책과 함께 문화예술을 향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과 글과 예술을 좋아하는 청년들과 함께 하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풍성하게 행사가 돌아가고 새로운 책들이 입고돼 손님들이 찾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들의 정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또, 추천 책을 사고 만족하는 글이 SNS에 올라오면 반갑고, 서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낯익은 얼굴들이 자꾸 보이면 뿌듯하고, 이 공간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손님들을 보면 뭉클하다. 그렇게 힘을 받아 매일 서점을 연다.

러브앤프리를 자주 찾는 손님들은 동네 서점의 매력을 “책방 지기가 추천하는 책들을 보면서 살 책들을 고르고, 산 책들을 손에 들고 집으로 가는 길, 그리고 집에서 와서 그 책들을 들춰보는 일이 나를 즐겁게 해요”라고 했다. 책이 있는 공간을 직접 보고, 공간의 주인을 만나보고, 책을 직접 보며 고르는 일, 신나는 일이다. 이번 주말 또는 퇴근 후 그 즐거움을 동네 서점에서 만나보면 좋겠다.

/윤샛별 러브앤프리 주인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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