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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미술·연극…그들의 방식으로 그날의 아픔을 전하다
(12) 5·18 문화콘텐츠 현황 <상>
시인·소설가·연극인·미술작가 등
다양한 문화예술작품에 오월 새겨
김준태 시인, 5·18 다룬 최초 작품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임철우, 5·18 첫 소설 ‘봄날’ 발간
극단 ‘광대’ ‘신명’ ‘토박이’ 등
2020년 04월 07일(화) 00:00
신군부가 검열한 1980년 6월 2일자 광주일보 (옛 전남매일신문) 1면<왼쪽>과 실제 발행본. 신군부는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상당 부분을 지면에 싣지 못하게 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싸운 시민군은 우리들에게 5·18 주역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시민군 외에도 시인, 소설가, 연극인, 미술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엄군에 맞섰고 그들이 남긴 작품은 지금까지도 그날의 아픔을 전하고 있다.

김준태 시인은 ‘아아, 광주여! 우리 나라의 십자가여!’를 통해 그날의 참혹함을 알렸고, 소설가 임철우는 5·18 민주화운동을 가장 먼저 담은 소설 ‘봄날’을 발간했다. 또 극단 ‘광대’는 항쟁 기간 동안 도청 앞 분수대에서 매일 시민 궐기대회를 주도하며 민중 문화 운동을 이끌었다. 지역 미술인들도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걸개그림을 제작해 집회현장으로 나서는 등 지역 문화계와 시민의 연대는 그날의 항쟁을 공동체적 정서로 이끌어갔고 싸움의 주체인 민중의 의지를 더욱 고양시켰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은 지금, 문학,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작품에 새겨진 80년 오월을 만나보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와 소설 봄날
◇오월문학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최초의 작품은 김준태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이다. 1980년 6월 2일 광주일보(옛 전남매일신문)에 실린 이 작품은 검열에 의해 삭제된 형태로 발표됐지만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1981년 ‘5월시’ 동인이 결성됐고 첫 작품집을 간행했다. 김진경, 곽재구, 박몽구, 이영진 등이 주축이 된 젊은 시인들은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황지우, 김정환, 김사인 등이 동인 ‘시와 경제’를 결성해 활동했다. 이들 동인들은 모두 1980년대의 젊은 시인들로서, 고은은 이들에게 ‘항쟁정신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기도 했다.

광주민중항쟁을 가장 먼저 소설화한 작가는 임철우로 그는 1984년 ‘봄날’을 발표했다. 이후 그는 ‘동행’, ‘직선과 독가스’, ‘불임기’, ‘동전 몇 닢’, ‘알 수 없는 일 ·3’ 등 5월에서 발원하거나 5월을 연상시키는 여러 유형의 작품을 선보였다.

1985년 발표된 윤정모의 ‘밤길’에서는 5월항쟁을 역사에 알리기 위해 살아 남은 자의 심리를 그리고 있으며, 공선옥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씨앗불 ’(1992·창작과 비평 겨울호)도 광주 이후의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씨는 이후 ‘목숨’(1992), ‘목마른 계절’(1993)에서 5월 광주를 담아냈으며 1992년에 발표된 정찬의 ‘완전한 영혼’도 살아남은 자의 고통스런 삶을 추적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박호재의 ‘다시 그 거리에 서면’, 정도상의 ‘십오방 이야기’, 홍희담의 ‘깃발’등도 광주항쟁을 형상화했고 1985년 초판 출간 당시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이재의·전용호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비롯해 ‘작전명령-화려한 외출’, ‘찢어진 깃폭’ 등도 광주민중항쟁을 담고 있다.

홍성담 작 대동세상 (1984)
◇민중미술

민중미술은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의 무력 진압과 그 반작용으로 제5공화국에 대한 저항이 사회운동으로 확산되던 무렵에 등장한 미술 흐름의 한 형태이다.

한국의 민중미술은 1969년 오윤·임세택·김지하 등이 ‘현실동인’을 결성한 것이 시초이며, 1979년 김정헌·오윤·주재환 같은 예술가들과 성완경·최민 등 평론가들이 ‘현실과 발언’ 동인회를, 홍성담·최열 등은 ‘광주자유미술인협회’를 결성했다. 이외에도 민중미술 작가들은 1982년 ‘임술년’, 1983년 ‘두렁’ 등의 창작집단을 결성해 활동했다.

광주·전남 작가들은 1980년 5월 광주의 참담한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작품으로 담았기에 1980년대 광주민중미술은 더욱 의미가 깊다. 이들 작가들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건을 사실적 또는 은유적 방법으로 표현했으며,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 잡기 위해 한국 사회의 현실 문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담아냈다.

‘5월광주’를 표현한 작품으로는 5월시 동인들의 시인 조진호·김경주가 만든 5월시 판화집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 있어라’와 풀빛 판화시집 등이 있다. 또 홍성담의 ‘광주민주항쟁도’ 판화는 지금까지도 알려져 있으며, 그가 주도한 ‘시민미술학교’는 시민들이 판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 이후로는 대중운동의 성장과 함께 ‘걸개그림’의 기본 형식이 마련됐다. 걸개그림은 깃발·벽보·플래카드 등과 함께 투쟁의 현장에 모인 대중들의 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초의 걸개그림은 1984년 광주문화 큰잔치 등에 사용된 ‘민중의 싸움’이다. 또 5·18광주항쟁이 8주년 되던 88년 5월 전남대학교 도서관에 걸렸던 ‘오월에서 통일로’는 인물을 부각시키는 형태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오월연극

연극은 그 발생부터가 민중적이다. 고대에 연극은 모든 사람이 참여한 축제였으며, 관객과 배우의 구별이 없는 공동체의 삶 그 자체였다. 연극은 또한 민중의 정치적 심혼을 일깨우는 예술이었다.

1980년 이후 5월을 담아내는데 가장 선도적 역할을 해낸 건 대학연극이었다. 일반 극단이 5월을 다룬 연극을 올린다는 건 하나의 금기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해마다 5월이 되면 5월극을 상연해왔다.

이후 5월 연극은 대학에서 사회로 퍼져나가 일반극단에서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전문 마당극단인 극단 ‘신명’은 1982년 8월에 창단해 1983년 ‘넋풀이’로 시작해 지금까지 ‘호랑이놀이2’, ‘88일어나는 사람들’, ‘어머니! 당신의 아들’, ‘97일어서는 사람들’, ‘금남로 사랑’, ‘언젠가 봄날에’ 등을 무대에 올리며 오월을 기억했다. 특히 ‘일어서는 사람들’은 마당극 고유의 극작술로 5월을 그려내고 있다.

극단 토박이는 1987년부터 ‘잠행’, ‘금희의 오월’ ‘모란꽃’,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청실홍실’, ‘상중’, ‘오!금남식당’ 등을 통해 80년 5월의 의미와 당시의 참상 등을 전해오고 있다.

두 극단은 1988년 3월 서울 미리내 극장에서 열린 ‘민족극 한마당’에 함께 참여해 5월 극을 선보였다. 신명은 ‘일어서는 사람들’을 토박이는 ‘금희의 5월’을 공연했는데, 이는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처음 선보인 5월 연극으로 평가된다.

토박이는 이후에도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을 다룬 ‘부미방’(1989), 전방 여성 노동자 해고 사건을 다룬 노동 극 ‘딸들아 일어나라’(1990)등을 무대에 올렸다.

이밖에 극단 푸른연극마을은 1997년 ‘못다부른 그해 오월의 노래’에서 출발해 ‘오월의 신부’, ‘꿈, 어떤 맑은 날’, ‘망월’, ‘한남자’, ‘오월의 석류’, ‘그들의 새벽’, ‘고백:얼굴 뒤의 얼굴’과 같이 오월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