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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진실과 거짓의 40년
2020년 04월 07일(화) 00:00
김 희 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
모든 일상이 멈췄다. 멈춰진 일상의 평온함은 두려움과 공포가 채워간다. 생명의 계절이 죽음의 시간으로 흐르는 찰나의 경계에서 시민들은 놀랄만한 반전을 이뤄낸다. 40년 전 봄날의 남녘처럼. 시민들은 연대와 호혜의 정신으로 공포로부터 공동체의 안위를 지켜가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40년 전 남녘의 시민들이 손을 맞잡음으로써 두려움을 이겨냈다면 지금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공포를 극복하고 있다.

오늘의 일상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의해 멈춰 섰다면, 40년 전 광주는 신군부의 무자비한 폭력 때문이었다. 신군부는 잔혹한 폭력을 시연함으로써 시민들의 묵종을 강요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참혹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은 두려움을 딛고 계엄군의 가공할만한 폭력에 맞섰다. 시민들의 저항에 놀란 신군부는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신군부는 도시를 봉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폭력을 시민들이 저지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기 시작했다. 진실을 전달한다는 언론은 권력에 굴종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5월의 진실은 쟁점의 영역으로 전락하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은 이들에게 호도된 진실은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가 됐다. 사랑하는 이들이 누구에 의해, 왜, 어떻게 희생됐는지 그날의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왜 그렇게 많은 5·18피해자들이 80년 5월 이후 생을 스스로 마감했는지 묻는 것은 우문일뿐이다. 5월의 트라우마는 진실규명을 통한 사회적 치유의 과정에서만 오롯이 극복될 수 있다. 따라서 뒤늦은 질문이더라도 왜 지금까지 진실규명이 되지 않았는지 되묻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40년 동안 80년 5월의 진실이 거짓으로 은폐될 수 있었던 것은 신군부의 철저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것은 가해자의 철저함을 극복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 정권 12년 동안 5·18을 은폐하려는 시도는 집요했다. 5·18관련 군 기록 대부분을 폐기하고 사실을 조작했다. 이를 위해 수 차례에 걸쳐서 5·18왜곡 조직을 비밀리에 구성했다. 1985년의 80위원회와 1988년 511연구위원회가 대표적인 조직이다.

5·18왜곡 조직의 존재는 2017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관련 자료를 발굴할 때까지 은폐됐다. 아무리 비밀조직이라고 하더라도 관련자가 수십에서 수백명인데 단 한명의 양심선언이나 외부 누설없이 운영됐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5월의 진실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 국회 광주청문회도 사실은 거대한 트루먼 쇼였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렇듯 가해자의 철저함은 5월의 진실을 은폐하는 동인이 됐다. 반면에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가해자의 노력을 뛰어넘지 못했다. 5·18연구자라는 허명이 부끄러운 이유이다.

40년 동안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것은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진실규명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 정치권의 책임도 상당하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정치적 레토릭으로만 이용한다. 5·18을 정치적 레토릭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서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020년 1월 전 국방부 차관 서주석을 국방안보 특보로 임명했다. 이해찬 대표는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반면에 서주석은 국회 광주청문회 당시 군사정권의 5·18왜곡 비밀조직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서주석은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 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방부 차관을 역임할 정도로 개혁적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7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 5·18왜곡 조직의 실체가 규명되면서 서주석의 과거 행적이 발각됐다. 서주석은 왜곡조직 편성표에 실무위원으로 기재될 정도의 비중있는 인물로서 주로 5·18에 대한 왜곡 논리를 제공했다.

5·18을 부정하고 왜곡했던 조직에서 활동했던 인물이 5월 정신의 계승을 자임하는 여당 대표의 특보로 임명되는 상황은 과거 친일파 청산의 데자뷰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을 규명하겠다면서 진실을 왜곡했던 인물을 중용하고 있다. 이미 세 차례나 민주정부가 집권을 했기 때문에 안보관련 전문가 영입이 어려운 여건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5·18왜곡 전력이 있는 인물을 특보로 임명했다는 것은 진상규명에 관심이 없다는 반증이다.

특히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앞둔 시점에서 피조사자 신분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집권여당의 국방안보특보로 임명하는 것은 진상규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별법에는 서주석이 참여한 511연구위원회 등 5·18왜곡 조직에 관한 조사를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 진상조사위원회의 지원 부처는 국방부다. 국방부 전직 차관이자 집권여당의 국방안보특보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2017년 서주석 차관을 직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압력과 비호를 목도했기에 단순한 기우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80년 5월의 진실규명을 전두환등 신군부세력만이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는 세력도 거짓 40년의 동조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