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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4000만원…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 (294) 바나나
2019년 12월 19일(목) 04:50
앤디 워홀 작 ‘바나나’(1966)
요즘 미술계에서 난데 없이 ‘바나나’가 화제다. 지금은 너무나도 흔한 과일이 되었지만 우리 어렸을 적만 해도 바나나라는 열대 과일은 비싸서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그 값비싼 영광이 재현된 듯 얼마 전 열렸던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1960~ )의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이 1억 4000만 원에 거래되었다고 하니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가 궁금해진다.

포장할 때 사용하는 테이프로 전시장 벽에 붙여둔 바나나 한 개. 관람객들이 전시중인 바나나가 무슨 의미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는 사이에 행위예술가가 그 바나나를 먹어치우면서 작품 ‘바나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던 것 같다. 코미디 같은 작품이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 다소 당황스럽지만 미술의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부정과 도전이라는 측면이 있어서 각광 받았을 것이다. 더욱이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마우리치오 카텔란처럼 여러 가지 사물들을 벽에 테이프로 붙이는 패러디를 하고 있어 모처럼 문화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유쾌하다.

일찍이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1987)은 실크 스크린 작품 ‘바나나’(1966년 작)를 통해 일상에서 익숙한 상품이나 과일 이미지를 오브제로 사용하면서 예술과 일상을 화해시키고자 했다. 노란 바나나 옆에 껍질을 벗겨 붉은 색이 감도는 바나나 한 개를 더한 이 작품은 앤디 워홀의 번뜩이는 색채 조합과 그 만의 감각이 돋보인다.

앤디 워홀은 ‘바나나’와 같은 팝 아트 작품들을 통해 지금까지 미술의 본질이라고 여겨왔던 작품의 독창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조롱하는 대량생산으로 예술작품의 대량화를 가능하게 했는데 역으로 달랑 바나나 한 개를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도발이 아이러니하다. ‘미술 아닌 것’을 미술이라 우길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정말 ‘모든 것이 미술’이고, ‘누구나 미술가’임이 가능해졌음을 다시 한 번 천명하는 것 같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