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340) 아침신문 : 한점의 그림, 코로나 시대 위안이었길
2020년 12월 24일(목) 07:00
안데르센 링 작 ‘아침식사중에’
아마도 두 딸이 나를 기억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신문 읽는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새벽 알람소리에 눈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대문으로 나가 조간신문을 들고 와서 때로 아침밥 준비도 미룬 채 신문을 열독하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도 사무실에서 가져온 신문더미는 잠자리에까지 따라와 부스럭거려 가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어느덧 옛날 사람이 되어선지 인터넷 뉴스보다는 활자로 인쇄된 종이신문을 보아야 비로소 하루를 정리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덴마크 화가로 사실주의와 상징주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라우릿스 안데르센 링(1854~1933)의 작품 ‘아침식사 중에’(1898년 작)를 처음 대했을 때 흡사 나의 모습인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고 홀로 남은 식탁에서 음식에는 관심 없는 듯, 아니 혹은 아침신문을 보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닮았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림과 달라 이처럼 여유롭고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반짝이는 아침 햇살이 방 안 깊숙이 밀려들어와서 따스함이 가득하고, 신문 읽는 것에 집중하느라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는 인물을 따라 우리의 시선도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등 돌리고 있는 그림의 주인공처럼 관람자도 화면 속으로 들어가 아침신문을 함께 읽어볼 수 있도록 영리하게 구성한 그림이다.

안데르센 링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 질랜드 링을 사랑해서 마을 생활과 그 시대 평범한 풍속을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사람 사는 모습은 동서고금이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친밀하게 여겨진다.

한 점의 그림에서 시대와 역사를, 사회와 시속을 읽어보려 했던 ‘그림 생각’의 마지막 장은 스냅 사진처럼 일상의 한 장면을 포착한 그림으로 채운다. 그 어느 때보다 평범한 일상이 소중해진 시절, ‘그림생각’의 긴 여정을 마치고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행복을 느끼는 독자로 돌아오니 마주하는 그림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끝>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