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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테스형’ : 유행가에 등장한 철학자, 어색하지가 않네
2020년 10월 08일(목) 00:00
다비드 작 ‘소크라테스의 죽음’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 했다. 추석 연휴 주인공이었던 나훈아발 열풍은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단번에 압도했던 것 같다.

뉴스를 보느라 콘서트 전반부를 시청하지 못한 아쉬움은 잠시, 말미에 ‘테스형’을 들으면서 금방 따라 부르게 하는 중독성에 마음이 달래졌다.

누가 유행가 가사를 통속적이라고 했던가. 유행가에는 사랑과 이별은 물론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가사와 가락에 절절이 담겨있어 우리 마음을 적신다. 어떤 때는 철학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더 나은 인생의 통찰을 만나게 된다. 마침내 유행가 제목에 철학자가 등장한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사랑이 왜 이리 힘든지, 세월은 왜 또 저러는지 질문하고 푸념하는 가객의 노래를 떠올리며 그림 속 소크라테스를 소환해본다.

프랑스 혁명시기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의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년 작)은 소크라테스의 극적인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작품의 소재는 아테네의 신을 모함하고 젊은이들을 현혹시킨다는 죄명으로 기소된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기 직전의 장면이다. 차분한 색채의 배경과 스승의 죽음을 어찌할 바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자들의 탄식하는 극적인 포즈가 한편의 장엄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들면서 죽어가기 전 제자들에게 웅변하고 있고, 그의 발치에 앉아있는 플라톤은 깊은 슬픔을 견디며 오히려 주검처럼 앉아있다. 플라톤은 덕과 앎의 일치로서 선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스승 소크라테스의 처형으로 큰 상실감을 겪고 야만의 도시 아테네를 떠나게 되는데 아마 그 결심을 굳히는 순간 같기도 하다.

웅변과 침묵이 극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는 그림을 다시 보면서 소크라테스에게 나도 묻고 싶다. 가객 나훈아처럼 ‘테스형’하고 부르면서 세상이 왜 이리 힘든지, 인생이 왜 이리 어려운지를.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