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시간속을 걷다] (16) 나주잠사
'나빌레라' 명주실 뽑던 그 곳 문화예술 공간으로
![]() 1990년대 문을 닫은 나주 잠사는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로 거듭났다. |
20일 찾은 나빌레라 문화센터는 어렴풋이 옛 흔적들을 만날 수 있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 벽돌의 높은 굴뚝은 문화센터의 랜드마크다. 굴뚝 옆을 비롯해 건물 내외관 곳곳에는 잠사 공장에서 쓰던 기계들을 그대로 배치해 뒀다.
나주는 옛부터 집집마다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쳤다. 1928년 통계에 따르면 나주 잠업은 전남도 최고치 수준이었다. 일본 패망과 함께 일본인들이 떠난 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나주 잠사는 파괴된다. 이후 1954년 김용두씨가 주식회사 나주잠사로 재설립한 후 전성기를 맞는다. 기계 52대 설치하고 한 때는 232대를 허가받기도 했다.
잠사가 다시 성행한 건 5·16 군사 쿠데타 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정부차원에서 농촌 소득 창출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당시 어린 소녀들과 젊은 누이들은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시골 사는 여자애가 학교에 다니는 건 엄두내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공간 오픈을 준비하며 당시 이곳에서 일했던 70대 어르신들을 만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따뜻한 물로 누에고치 번데기를 삶고 나면 그 물을 육수라고 먹기도 하셨다고요해요. 그 물로 빨래도 하구요. 번데기를 삶아서 팔기도 하셨답니다.”
나주문화도시조성사업단 아카이브 PD 황정윤씨의 설명이다.
한 때 번성했던 잠사업은 점차 힘을 잃는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잠사 수출이 감소되고 1980년대 급속도로 진행된 도시화 때문에 인력난을 겪게된다. 여기에 화학 섬유가 인기를 모으면서 잠사업은 사양 산업이 됐고, 나주 잠사도1990년대 문을 닫는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공장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ㆍ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국비와 시비 등 57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나주시가 운영을 맡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이름 ‘나빌레라’는 누에고치가 나비가 돼 훨훨 날아오르듯 시민을 위한 문화ㆍ예술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센터는 갤러리, 공연장, 음악 창작실, 영상제작소, 공예창작소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 외관은 전체적으로 붉은 벽돌로 구성돼 있으며 환기통을 그대로 살린 테라스 형태의 공간이 인상적이다. 안내를 받고 천천히 둘러본 실내 공간은 생각보다 커 이 공장이 꽤 규모있는 곳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가동의 메인 갤러리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높은 천장이 눈길을 끈다. 현재 우밍중, 위안치, 김근중 등 중국과 한국 작가들을 초청해 ‘천년의 창’ 전시(12월말까지)를 진행중이다.
이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안내 데스크 쪽에 자리한 기계다. 누에고치를 선별해서 2층으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그대로 남겨두었다. 입구 왼편쪽에도 또 다른 갤러리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김진송 작가의 ‘목수 김씨전’이 열리기도 했다.
센터의 모든 계단은 매우 가파르다. 요즘 건물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으로 공장 공간을 좀 더 넓게 쓰기 위한 방편이었다. 어린이와 노인들이 오르내리기에 일부 계단이 위험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의미로 원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가동에서 2층으로 올라가 작은 다리를 건너가면 만나는 다동 건물은 미디어 창작소, 공예창작소 등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오밀조밀 작은 공간들은 예술인들이 재미있는 전시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도모하기에 흥미로운 공간이다.
본 건물 옆에 자리한 소극장은 80석 규모로 그리 넓지는 않지만 층고가 높아 음악회 등을 열기에 적합해 보였는데 최근 연극 공연도 열렸다고 한다. 또 여공들의 기숙사로 사용했던 건물은 게스트 하우스, 레시던시 공간 등 활용 방안을 모색중이다.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를 찾는 이들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나주 잠사공장을 비롯해 나주의 옛모습과 생활 현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오는 22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열리는 나주 기록 사진전 ‘기억과 기록’에서는 옛 나주향교와 금성관 모습을 비롯해 나주잠사의 이모저모를 만날 수 있는 14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오픈일인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는 나주에서 활동하는 무지크바움이 주최하는 ‘이이남의 잠사 이야기-두 개의 시간’이 진행된다. 음악총감독 작곡가 김선철이 함께 공동 제작한 프로젝트로 정도천년을 앞두고 있는 나주의 미래 천년을 빛과 소리를 통해 표현했으며 나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예술감독 최준영)과 뮤지컬 가수 김옥경이 공연을 펼친다. 그박에 양나희 작가의 신작 등 3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함께 열리며 미디어 아트 박상화 작가 작품도 전시된다.<끝>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나주는 옛부터 집집마다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쳤다. 1928년 통계에 따르면 나주 잠업은 전남도 최고치 수준이었다. 일본 패망과 함께 일본인들이 떠난 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나주 잠사는 파괴된다. 이후 1954년 김용두씨가 주식회사 나주잠사로 재설립한 후 전성기를 맞는다. 기계 52대 설치하고 한 때는 232대를 허가받기도 했다.
“공간 오픈을 준비하며 당시 이곳에서 일했던 70대 어르신들을 만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따뜻한 물로 누에고치 번데기를 삶고 나면 그 물을 육수라고 먹기도 하셨다고요해요. 그 물로 빨래도 하구요. 번데기를 삶아서 팔기도 하셨답니다.”
한 때 번성했던 잠사업은 점차 힘을 잃는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잠사 수출이 감소되고 1980년대 급속도로 진행된 도시화 때문에 인력난을 겪게된다. 여기에 화학 섬유가 인기를 모으면서 잠사업은 사양 산업이 됐고, 나주 잠사도1990년대 문을 닫는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공장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ㆍ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국비와 시비 등 57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나주시가 운영을 맡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이름 ‘나빌레라’는 누에고치가 나비가 돼 훨훨 날아오르듯 시민을 위한 문화ㆍ예술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센터는 갤러리, 공연장, 음악 창작실, 영상제작소, 공예창작소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 외관은 전체적으로 붉은 벽돌로 구성돼 있으며 환기통을 그대로 살린 테라스 형태의 공간이 인상적이다. 안내를 받고 천천히 둘러본 실내 공간은 생각보다 커 이 공장이 꽤 규모있는 곳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가동의 메인 갤러리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높은 천장이 눈길을 끈다. 현재 우밍중, 위안치, 김근중 등 중국과 한국 작가들을 초청해 ‘천년의 창’ 전시(12월말까지)를 진행중이다.
이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안내 데스크 쪽에 자리한 기계다. 누에고치를 선별해서 2층으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그대로 남겨두었다. 입구 왼편쪽에도 또 다른 갤러리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김진송 작가의 ‘목수 김씨전’이 열리기도 했다.
센터의 모든 계단은 매우 가파르다. 요즘 건물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으로 공장 공간을 좀 더 넓게 쓰기 위한 방편이었다. 어린이와 노인들이 오르내리기에 일부 계단이 위험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의미로 원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가동에서 2층으로 올라가 작은 다리를 건너가면 만나는 다동 건물은 미디어 창작소, 공예창작소 등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오밀조밀 작은 공간들은 예술인들이 재미있는 전시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도모하기에 흥미로운 공간이다.
본 건물 옆에 자리한 소극장은 80석 규모로 그리 넓지는 않지만 층고가 높아 음악회 등을 열기에 적합해 보였는데 최근 연극 공연도 열렸다고 한다. 또 여공들의 기숙사로 사용했던 건물은 게스트 하우스, 레시던시 공간 등 활용 방안을 모색중이다.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를 찾는 이들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나주 잠사공장을 비롯해 나주의 옛모습과 생활 현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오는 22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열리는 나주 기록 사진전 ‘기억과 기록’에서는 옛 나주향교와 금성관 모습을 비롯해 나주잠사의 이모저모를 만날 수 있는 14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오픈일인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는 나주에서 활동하는 무지크바움이 주최하는 ‘이이남의 잠사 이야기-두 개의 시간’이 진행된다. 음악총감독 작곡가 김선철이 함께 공동 제작한 프로젝트로 정도천년을 앞두고 있는 나주의 미래 천년을 빛과 소리를 통해 표현했으며 나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예술감독 최준영)과 뮤지컬 가수 김옥경이 공연을 펼친다. 그박에 양나희 작가의 신작 등 3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함께 열리며 미디어 아트 박상화 작가 작품도 전시된다.<끝>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