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미래 혁신학교에 가다] ⑥ 유럽의 선진교육서 배울 점
주입식 아닌 소통·자율교육으로 창의적 인재 키워야
![]() 독일 캠퍼스 클라렌탈 1∼4학년 학생들은 자유롭게 통합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 개인 차이를 인정하고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학생들은 협력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식을 체득하게 된다. |
덴마크나 핀란드·독일 등 유럽 교육 선진국의 혁신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효과를 가져다 줄까.
교육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교실을 찾아 아이들 스스로 수업의 중심이 되는 ‘미래형’ 학교와 우리 학교가 얼마나 다른 지,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다른 듯…=최근 찾아갔던 덴마크와 독일 학교 현장의 풍경은 우리 중·고교 교실과 사뭇 달랐다. 교실은 네모 반듯한 각 진 직선이 아니라 둥근 방사형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문도, 벽도 찾아볼 수 없는 개방형 학교도 적지 않았다. 숙제가 없고 시험도 없는 학교, 친구와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 경쟁하는 아이들, 진도를 걱정하지 않는 교사들….
덴마크 코펜하겐 헬러럽(Hellerup skolen) 종합학교도 그렇다. 우선 내부에서 획일적 네모 반듯한 교실과 복도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초·중학교 과정인 1∼9학년 학생 700여명이 공부하는 학교는 교실로 들어가는 문이 없다.
5단 책꽃이가 독립된 공간이 되는가 하면, 팔각형 구조물이 교실을 대신하기도 한다.
건물 중앙에 마련된 넓은 계단은 교실, 독서실, 토론 장소로도 사용된다. 교사는 숙제를 내주지도 않고 교과서도 학교에서만 보도록 한다.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매고 등·하교를 할 필요가 없다.
3학년과 6학년이 함께 수업을 듣고 고학년도 저학년과 배우는 ‘융합수업’, 이른바 ‘무학년제’ 시스템은 덴마크에서도 볼 수 있는 교육 과정이다.
학년별로 3개 학급씩 있는데, 학년별 통합수업도 활발하다. 개인 맞춤형 학습이라 또래 옆자리 학생과의 경쟁 대신, 서로 협력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한국에서 온 교육계 인사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그럼 진도는 언제 나가요?” 는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교사의 고민이 필요가 없는 셈이다.
독일 비스바덴에 위치한 캠퍼스 클라렌탈(Campus Klarenthal)은 시멘트로 가득한 학교와 달리, 숲으로 둘러싸인 대안학교다.
생후 6개월부터 고등학생까지 다니는데 초등 1∼4학년은 통합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는 진도를 나가는 대신,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며 돕도록 돌봐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1박 2일 캠핑을 하거나 말을 타며 ‘생활 속에서 몸에 익히도록 하는’ 학교 교육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닮은 듯…=한국과 큰 차이 없는 풍경도 접할 수 있었다. 덴마크 링스테드시 스코보 에프터스콜레(Skovbo Efterskole)에서 만난 학생들은 고교 진학 전 1년 간 다양한 활동을 접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데 만족스러워했다.
180명의 학생들은 스포츠·미디어·음악·연극 등 4개 분야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다른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1년 과정인 학교를 2년째 다니고 있다는 마쿠스 룬드백은 “1년 동안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지내다보니 1년을 더 다니게 됐다”고 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8∼10학년인 14∼17세 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로, 인문계 고등학교나 직업학교에 진학하기 전 1∼2년간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학생들이 진학한다.
우리의 경우 중학교가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자유롭게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진행하는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와 비슷하다.
덴마크는 253개에 이르는 애프터스콜레를 통해 미래 학생들이 하고 싶고 가고 싶은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소통을 기반으로 학생들 스스로 급식과 청소, 규칙까지 논의해 결정하는 학교 문화, 관심 있는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수업 방식, 오스트리아나 노르웨이로 스키나 스킨스쿠버를 타러 가거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주축이 돼 운영한다.
학생 주도로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주제 중심의 독서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지리산 종주길 걷기’, ‘무인도에서 살아보기’ 등 학년별로 키워야할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한국 혁신학교 모습과 사뭇 흡사하다.
스코보 에프터스콜레 학생들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교사 1명을 포함해 9∼10명씩 패밀리그룹을 구성, 함께 먹고 대화하면서 생활하는 방식은 한국 혁신학교의 ‘다모임’과도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서로간 인식, 성격,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사회성을 배워나가는 게 에프터스콜레의 핵심이다.
덴마크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접할 수 있다.
독일의 ‘캠퍼스 클라렌탈’ 학교의 경우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 수업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8학년까지 성적을 매기지 않지만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파악한다.
문화학교(컬쳐스쿨)인 독일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IGS Alexej von Jawlensky) 645명의 학생들은 수업 대신, 연극·영화 프로젝트를 4주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심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나리오, 포스터 뿐 공연, 영화 촬영, 편집 등 전 분야를 학생들이 맡는다.
학생들은 또 학년별로 연중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예컨대 5학년의 경우 ‘친구와 학교’를 주제로 연구하며 6학년 학생들은 문명의 발전이나 숲의 중요성을, 7학년은 중세 사회나 수중생물, 8학년은 직업의 세계나 청소년 프로젝트, 9학년은 나치시대의 만행, 10학년은 직업현장 실습 등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식이다.
야블렌스키 학교는 요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사회성, 공공의식,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소양을 배우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학교의 모습은 한국 혁신학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책상을 마주 대고 토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모둠·토론 수업’, 관심 가는 주제를 정해 체험활동·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을 연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프로젝트 수업’,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학부모와 마을·지역 공동체가 학교교육에 참여하거나 함께 하는 광주·전남을 비롯한 한국 혁신학교 풍경과 비슷하다.
이같은 교육 과정을 통해 창의성과 자율성, 다양성, 협동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게 이들 학교의 공통점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기, ‘공장식’ 찍어내기 교육과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끝〉
/글·사진=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교육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교실을 찾아 아이들 스스로 수업의 중심이 되는 ‘미래형’ 학교와 우리 학교가 얼마나 다른 지,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다른 듯…=최근 찾아갔던 덴마크와 독일 학교 현장의 풍경은 우리 중·고교 교실과 사뭇 달랐다. 교실은 네모 반듯한 각 진 직선이 아니라 둥근 방사형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문도, 벽도 찾아볼 수 없는 개방형 학교도 적지 않았다. 숙제가 없고 시험도 없는 학교, 친구와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 경쟁하는 아이들, 진도를 걱정하지 않는 교사들….
우리나라 초·중학교 과정인 1∼9학년 학생 700여명이 공부하는 학교는 교실로 들어가는 문이 없다.
건물 중앙에 마련된 넓은 계단은 교실, 독서실, 토론 장소로도 사용된다. 교사는 숙제를 내주지도 않고 교과서도 학교에서만 보도록 한다.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매고 등·하교를 할 필요가 없다.
3학년과 6학년이 함께 수업을 듣고 고학년도 저학년과 배우는 ‘융합수업’, 이른바 ‘무학년제’ 시스템은 덴마크에서도 볼 수 있는 교육 과정이다.
학년별로 3개 학급씩 있는데, 학년별 통합수업도 활발하다. 개인 맞춤형 학습이라 또래 옆자리 학생과의 경쟁 대신, 서로 협력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한국에서 온 교육계 인사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그럼 진도는 언제 나가요?” 는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교사의 고민이 필요가 없는 셈이다.
독일 비스바덴에 위치한 캠퍼스 클라렌탈(Campus Klarenthal)은 시멘트로 가득한 학교와 달리, 숲으로 둘러싸인 대안학교다.
생후 6개월부터 고등학생까지 다니는데 초등 1∼4학년은 통합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는 진도를 나가는 대신,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며 돕도록 돌봐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1박 2일 캠핑을 하거나 말을 타며 ‘생활 속에서 몸에 익히도록 하는’ 학교 교육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닮은 듯…=한국과 큰 차이 없는 풍경도 접할 수 있었다. 덴마크 링스테드시 스코보 에프터스콜레(Skovbo Efterskole)에서 만난 학생들은 고교 진학 전 1년 간 다양한 활동을 접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데 만족스러워했다.
180명의 학생들은 스포츠·미디어·음악·연극 등 4개 분야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다른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1년 과정인 학교를 2년째 다니고 있다는 마쿠스 룬드백은 “1년 동안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지내다보니 1년을 더 다니게 됐다”고 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8∼10학년인 14∼17세 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로, 인문계 고등학교나 직업학교에 진학하기 전 1∼2년간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학생들이 진학한다.
우리의 경우 중학교가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자유롭게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진행하는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와 비슷하다.
덴마크는 253개에 이르는 애프터스콜레를 통해 미래 학생들이 하고 싶고 가고 싶은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소통을 기반으로 학생들 스스로 급식과 청소, 규칙까지 논의해 결정하는 학교 문화, 관심 있는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수업 방식, 오스트리아나 노르웨이로 스키나 스킨스쿠버를 타러 가거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주축이 돼 운영한다.
학생 주도로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주제 중심의 독서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지리산 종주길 걷기’, ‘무인도에서 살아보기’ 등 학년별로 키워야할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한국 혁신학교 모습과 사뭇 흡사하다.
스코보 에프터스콜레 학생들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교사 1명을 포함해 9∼10명씩 패밀리그룹을 구성, 함께 먹고 대화하면서 생활하는 방식은 한국 혁신학교의 ‘다모임’과도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서로간 인식, 성격,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사회성을 배워나가는 게 에프터스콜레의 핵심이다.
덴마크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접할 수 있다.
독일의 ‘캠퍼스 클라렌탈’ 학교의 경우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 수업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8학년까지 성적을 매기지 않지만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파악한다.
문화학교(컬쳐스쿨)인 독일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IGS Alexej von Jawlensky) 645명의 학생들은 수업 대신, 연극·영화 프로젝트를 4주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심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나리오, 포스터 뿐 공연, 영화 촬영, 편집 등 전 분야를 학생들이 맡는다.
학생들은 또 학년별로 연중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예컨대 5학년의 경우 ‘친구와 학교’를 주제로 연구하며 6학년 학생들은 문명의 발전이나 숲의 중요성을, 7학년은 중세 사회나 수중생물, 8학년은 직업의 세계나 청소년 프로젝트, 9학년은 나치시대의 만행, 10학년은 직업현장 실습 등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식이다.
야블렌스키 학교는 요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사회성, 공공의식,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소양을 배우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학교의 모습은 한국 혁신학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책상을 마주 대고 토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모둠·토론 수업’, 관심 가는 주제를 정해 체험활동·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을 연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프로젝트 수업’,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학부모와 마을·지역 공동체가 학교교육에 참여하거나 함께 하는 광주·전남을 비롯한 한국 혁신학교 풍경과 비슷하다.
이같은 교육 과정을 통해 창의성과 자율성, 다양성, 협동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게 이들 학교의 공통점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기, ‘공장식’ 찍어내기 교육과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끝〉
/글·사진=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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