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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함께 한 듯 북간도의 별 헤는 밤
탄생 100주년 기념 광주일보·시산맥 ‘문학기행’
2017년 07월 20일(목) 00:00
북간도 용정은 구한말 독립투사들이 이주해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던 곳이다. 용정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시인 생가.
윤동주 시인의 생가는 북간도 용정(명동촌)에 있다. 생가에는 작은 우물이 있다. 정자각형 우물의 모형은 정교하다. 보기에도 새로 지어진 지 얼마 안돼 보인다.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면 고인 물이 보인다. 우물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가 얼핏얼핏 비친다. 맑은 날에는 들여다보는 이의 얼굴도 보일 것 같다.

생가 뒷마당에는 앵두나무가 서있다. 푸른 잎 사이로 드러난 붉은 앵두는 보색의 효과 때문인지 유독 불그스름해 보인다. 적요하고 한가롭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고 고적하다. 시인은 어디에 있는가. 사슴처럼 해맑고 순진무구한 미소를 짓던 윤동주는 어디에 있는가.

광주일보와 ‘윤동주 서시문학상’을 공동으로 제정한 계간 ‘시산맥’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40여 명의 시인들이 참여해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문학기행은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묘지, 모교인 대성중학교 등 시인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을 찾아 그의 시 정신을 기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기행에는 문정영 시산맥 대표, 김필영 시산맥 시인협회 회장, 지난해 제1회 윤동주 서시 해외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미희 시인(미국 달라스 거주)이 참여했다. 또한 윤동주 서시문학상 제전위원장 이성렬 시인 (경희대 교수), 윤동주 서시해외작가상 제전위원장 서영택 시인(대진실업주식회사 대표),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2016) 진혜진 시인, 시산맥이 배출한 최연수·정시마·조숙향 시인, 평론가인 전혜수 동국대 외래교수 등이 참석했다.

북간도 용정은 구한말 독립투사들이 이주한 곳이다. 항일투사들과 이주민들은 해방을 위해 항일투쟁을 전개했고, 근대 민족교육을 활발하게 펼쳤다.

윤동주 생가는 용정시 명동촌에 자리한다. 1994년 용정시 자치정부와 용정시문학예술연합회에서 복원했다. 2007년 연변조선족 자치주 문화재 보호단위로 지정됐고, 2014년 표지석을 세웠다.

생가는 새롭게 단장이 됐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국의 시인’ 보다는 ‘조선족 시인’의 집 같은 느낌을 주었다. 윤동주는 죽어서도 ‘독립된 조국’의 시인이 아닌, 여전히 이역만리를 떠도는 ‘이방인의 시인’으로 남아 있는 듯 했다.

시인의 생가 바로 옆에는 옛터가 있다. 그리고 옛터 옆에는 작은 교회가 있는데 아담하다 못해 협소하다. 예배당에는 당시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손때 묻은 강대상, 십자가가 있었는데 옛 교구들은 무정한 시간의 흐름을 대변한다.

윤동주 생가를 둘러보고 당도한 곳은 시인이 묻혀 있는 명동촌 공동묘지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공동묘지에는 수많은 묘가 자리했다. 웃자란 풀들 사이로 한 그루의 살구나무가 보였는데 묘는 그 옆에 있었다. 묘지는 비교적 잘 관리된 상태였고 주위로 꽃다발과 기념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묘 앞에서 간단한 추모식이 거행됐다. 시인들이 광목천을 한자락씩 잡고 묘를 빙 에둘러 싸고 시인의 혼을 기렸다. 묵념과 헌화 등 간단한 의식에 이어 시인들의 시낭송이 진행됐다. 서영주·김미희 시인 등이 ‘자화상’을 비롯한 윤동주의 작품을 낭송했다.

시인들은 윤동주 시비가 있는 대성중학교도 방문했다. 윤동주는 원래 은진중학교에서 공부하다 숭실중학교로 편입했다. 이후 은진중학교를 비롯한 5개의 학교가 대성중학교로 통합됐는데 대성중학교에는 윤동주가 한때 공부했던 교실이 복원돼 있다.

교사 앞에는 ‘별의 시인 윤동주’라는 동상과 대표작 ‘서시’가 새겨진 시비가 세워져 있다. 학교는 윤동주가 모교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윤동주 교실’이라고 명명된 공간에는 당시의 모습이 재현돼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교실 어딘가에서 시인이 해맑은 얼굴로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방문 일행은 연변시인들과 함께하는 시낭송회도 개최했다. 연변대주호텔에서 연변시낭송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중한문인 시랑송의 밤’에서 양국 시인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윤동주 작품을 낭송했다.

연변시낭송협회에서는 오영옥·김정자 시인이 각기 ‘별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등을 낭송했다. 시산맥에서는 한경용·최연수 시인 등이 ‘눈오는 지도’, ‘흰 그림자’ 등을 낭송했고 이화영 시인은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문학’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또한 송미자 연변시낭송협회장은 ‘아리랑’을 불러 참석한 문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문정영 시산맥 대표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지만 시인 윤동주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이 미흡하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윤동주 시인의 위상이 회복되고 그의 정신이 널리 선양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중국 용정=박성천기자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