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미래다 <22> 문화기획사 '데블스'
악동들의 아이디어 발산 … 기상천외 문화콘텐츠 쏟아낸다
![]() 문화기획사 ‘데블스’ 직원들이 지난 29일 오전 광주시 서구 치평동의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최근 직원 중 한 명의 반려견인 ‘민주’도 더부살이를 시작해 사무실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
빛고을 시민 매력에 빠진 15명 광주에 둥지
발산마을·대인시장·518·세월호 추모제 등
영상 제작·행사 기획…"광주는 기회의 땅"
SNS 입소문 타고 기업 등서 영상 제작 쇄도
내달 발산마을에 '1인 방송' 게스트하우스
"문화콘텐츠로 남녀노소 어울릴 수 있기를"
지난 29일 오전에 찾은 문화기획사 ‘데블스(Devils)’의 서구 치평동 사무실엔 10여 명이 열띤 회의를 벌이고 있었다.
영상제작부터 신제품 개발까지 회의 내용만 들으면 뭘 하는 곳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데블스의 사업기획은 자유로운 회의 자리에서 나온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영상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지만 데블스는 사업의 영역을 따로 구분 짓지 않는다.
고교 동창이었던 김영빈·신준섭(27)씨가 2013년 12월 시작한 데블스는 현재 15명으로 직원이 불어 이달 중순 동명동에도 사무실을 냈다. 데블스는 지난달 직원 6명을 새로 뽑았다. 평균 나이는 26세로, 24세 대학 휴학생부터 38세 경력직원도 있다. 지난 2015년 6월 법인으로 등록한 뒤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돼 6개월 전부터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데블스가 대표적으로 하는 일은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한 ‘발산 창조문화마을사업’에서의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다. 데블스는 청년 20여 명으로 구성된 ‘청춘발산’에 참여해 낙후 지역으로 꼽히던 광주시 서구 양3동 발산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상으로 발산마을의 일상을 담는 데블스에게 마을 할머니들은 귀한 출연진이다. 할머니들의 출연료는 마을 경로당 운영에 쓰이고 있다. ‘발산 늬우스’에서는 마을 최고의 사진가를 뽑은 얘기, 할머니들이 경로당에서 화투를 치다 ‘밑장 빼다’ 걸린 얘기 등 엉뚱하고 소소한 얘기를 다뤘다. ‘SNL 3분 할매’, ‘쇼미더머니’ 등 유명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폭소를 자아냈다. SNS에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데블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데블스TV’와 페이스북 등에서는 “할머니의 연기가 수준급이다”, “발산마을에 가보고 싶어졌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지난 2015년 겨울 대인시장 ‘청년 상인 육성 프로젝트’에 참가할 때 만난 데블스의 모습은 이름 그대로 ‘악동’이었다. ‘채소가게 할머니, 생선가게 아저씨’의 장사를 대신 해주며 상인들과 교감을 나누고 시장 곳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대인시장의 마스코트 역할을 해냈다.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고 전통시장 홍보 뮤직비디오 ‘전통시장 통통’을 찍기도 했다.
데블스의 기상천외한 콘텐츠들은 초기에 했던 퍼포먼스가 원동력이 됐다. 지난 2014년에는 2달간 매주 수요일 새벽 5시18분이 되면 망월공원묘지에서 시내버스 518번을 타고 ‘광주비엔날레 5·18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5·18 세대와 소통하려는 마음으로 버스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줬다. 데블스는 임동5거리까지 가면서 시민들과 얘기를 나눴다. 첫차를 타는 시민들의 대부분은 시장 상인이었다. 버스 안에서 5·18 당시 직접 주먹밥을 나눠준 시민을 만나 그날의 얘기를 듣고, 등굣길 대학생과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광주에 연고가 없던 데블스가 이 지역에 머무른 것은 ‘사람’ 때문이었다. 김씨는 “3년 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제작한 연극 ‘100% 광주’에 참여하면서 광주 시민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데블스는 팽목항 세월호 추모제, 충장축제 등 광주·전남 곳곳을 누볐다.
김씨는 “데블스를 만들 때는 영상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영상제작에 대해서는 불모지 격인 광주를 김씨는 “기회의 땅”이라고 불렀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데블스의 주요 수입은 광고에서 나온다. 데블스의 기발한 콘텐츠가 입소문이 나자 업계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보해, VT 코스메틱 등 기업은 물론 전주한지문화축제에서도 요청을 받아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데블스는 다음 달 발산마을에 ‘데블스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열 예정이다. 이곳에 온 관광객들은 단순히 잠만 자는 게 아니라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꾸밀 계획이다. 게스트하우스 안에 1인 유튜브 방송을 할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마련한다. 관광객들은 1인 방송을 하면서 발산마을에서 접한 문화콘텐츠를 담게 된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발산마을 이웃캠프’와도 연계한다. 이외 데블스 특유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 가이드’와 광주 지역 명소를 관광할 수 있는 ‘데블스 투어’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자체 영상도 꾸준히 SNS에 올리기로 했다. 이번 주부터는 황당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보는 ‘몰카(몰래 카메라)’ 영상인 ‘낚시왕 김낚시’ 연재를 시작한다.
데블스는 발산마을 할머니, 대학생, 시장 상인 등 광주의 남녀노소 모두 한바탕 웃고 어울릴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웃음기 없는 일상에 ‘빵’ 터지고 싶다면 페이스북(facebook.com/devilsaresoul)에서 데블스의 행보를 확인해보자.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발산마을·대인시장·518·세월호 추모제 등
영상 제작·행사 기획…"광주는 기회의 땅"
SNS 입소문 타고 기업 등서 영상 제작 쇄도
내달 발산마을에 '1인 방송' 게스트하우스
"문화콘텐츠로 남녀노소 어울릴 수 있기를"
영상제작부터 신제품 개발까지 회의 내용만 들으면 뭘 하는 곳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데블스의 사업기획은 자유로운 회의 자리에서 나온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영상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지만 데블스는 사업의 영역을 따로 구분 짓지 않는다.
고교 동창이었던 김영빈·신준섭(27)씨가 2013년 12월 시작한 데블스는 현재 15명으로 직원이 불어 이달 중순 동명동에도 사무실을 냈다. 데블스는 지난달 직원 6명을 새로 뽑았다. 평균 나이는 26세로, 24세 대학 휴학생부터 38세 경력직원도 있다. 지난 2015년 6월 법인으로 등록한 뒤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돼 6개월 전부터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영상으로 발산마을의 일상을 담는 데블스에게 마을 할머니들은 귀한 출연진이다. 할머니들의 출연료는 마을 경로당 운영에 쓰이고 있다. ‘발산 늬우스’에서는 마을 최고의 사진가를 뽑은 얘기, 할머니들이 경로당에서 화투를 치다 ‘밑장 빼다’ 걸린 얘기 등 엉뚱하고 소소한 얘기를 다뤘다. ‘SNL 3분 할매’, ‘쇼미더머니’ 등 유명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폭소를 자아냈다. SNS에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데블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데블스TV’와 페이스북 등에서는 “할머니의 연기가 수준급이다”, “발산마을에 가보고 싶어졌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지난 2015년 겨울 대인시장 ‘청년 상인 육성 프로젝트’에 참가할 때 만난 데블스의 모습은 이름 그대로 ‘악동’이었다. ‘채소가게 할머니, 생선가게 아저씨’의 장사를 대신 해주며 상인들과 교감을 나누고 시장 곳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대인시장의 마스코트 역할을 해냈다.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고 전통시장 홍보 뮤직비디오 ‘전통시장 통통’을 찍기도 했다.
데블스의 기상천외한 콘텐츠들은 초기에 했던 퍼포먼스가 원동력이 됐다. 지난 2014년에는 2달간 매주 수요일 새벽 5시18분이 되면 망월공원묘지에서 시내버스 518번을 타고 ‘광주비엔날레 5·18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5·18 세대와 소통하려는 마음으로 버스 승객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줬다. 데블스는 임동5거리까지 가면서 시민들과 얘기를 나눴다. 첫차를 타는 시민들의 대부분은 시장 상인이었다. 버스 안에서 5·18 당시 직접 주먹밥을 나눠준 시민을 만나 그날의 얘기를 듣고, 등굣길 대학생과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광주에 연고가 없던 데블스가 이 지역에 머무른 것은 ‘사람’ 때문이었다. 김씨는 “3년 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제작한 연극 ‘100% 광주’에 참여하면서 광주 시민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데블스는 팽목항 세월호 추모제, 충장축제 등 광주·전남 곳곳을 누볐다.
김씨는 “데블스를 만들 때는 영상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영상제작에 대해서는 불모지 격인 광주를 김씨는 “기회의 땅”이라고 불렀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데블스의 주요 수입은 광고에서 나온다. 데블스의 기발한 콘텐츠가 입소문이 나자 업계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보해, VT 코스메틱 등 기업은 물론 전주한지문화축제에서도 요청을 받아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데블스는 다음 달 발산마을에 ‘데블스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열 예정이다. 이곳에 온 관광객들은 단순히 잠만 자는 게 아니라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꾸밀 계획이다. 게스트하우스 안에 1인 유튜브 방송을 할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마련한다. 관광객들은 1인 방송을 하면서 발산마을에서 접한 문화콘텐츠를 담게 된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발산마을 이웃캠프’와도 연계한다. 이외 데블스 특유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 가이드’와 광주 지역 명소를 관광할 수 있는 ‘데블스 투어’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자체 영상도 꾸준히 SNS에 올리기로 했다. 이번 주부터는 황당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보는 ‘몰카(몰래 카메라)’ 영상인 ‘낚시왕 김낚시’ 연재를 시작한다.
데블스는 발산마을 할머니, 대학생, 시장 상인 등 광주의 남녀노소 모두 한바탕 웃고 어울릴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웃음기 없는 일상에 ‘빵’ 터지고 싶다면 페이스북(facebook.com/devilsaresoul)에서 데블스의 행보를 확인해보자.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